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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6.05.22 05:55

[김윤석의 드라마톡] 마녀보감 4회 "마침내 시작된 저주, 절망과 운명 앞에서"

운명에 순응하며 운명을 거스르다, 홍주 최현서를 죽이다

▲ 마녀보감 ⓒJTBC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마녀보감.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이기에 사람은 항상 그 운명을 거스르고자 노력한다. 하기는 그래서 무당도 있고 도사도 있는 것이다. 원래 종교란 것이 존재하는 이유도 절대적인 섭리와 의지를 인간의 입장에서 해석하고 이해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므로 자신은 구원받을 수 있다. 가혹한 운명으로부터 벗어나 보다 나은 내일을 약속받을 수 있다. 살아서가 아니라면 죽고 난 이후라도.

홍주(염정아 분)가 최현서(이성재 분)를 직접 살해한 이유였다. 유일하게 자신을 이해해 주던 사람이었다. 오로지 자신을 인정으로 대해주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더 어려웠던 것인지 모른다. 마지막 순간에까지 그녀는 망설이고 있었다. 그러나 죽여야 했다. 하늘을 거슬러야 했다. 하늘이 정한 것이 자신의 참혹했던 운명이었다면 그 하늘마저 거슬러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야만 했다. 만일 자신의 선택을 방해하는 존재가 있다면 설사 하늘이라 해도 죽여야만 했었다. 의지다. 참혹하고 가혹한 인간의 의지다. 그래서 인간은 후회와 미련을 딛고 앞으로 나갈 수 있다.

아버지의 당부에도 연희(김새론 분)는 결계를 벗어나 마을로 가야만 했었다. 아버지의 정실부인인 손씨(전미선 분)의 경고에도 허준(윤시윤 분)은 차라리 조선을 떠나 명으로 가는 무모한 꿈을 꾸어야만 했었다. 자신으로 인해 오라비라 여겼던 풍연(곽시양 분)이 위험해지고 심지어 눈앞에서 자신을 거부하고 있었다. 어머니라 여겼던 옥씨(윤복인 분)마저 모든 것이 자기 때문이라며 자신의 존재마저 부정하고 있었다. 차라리 모두를 위해서라도 여기서 이대로 죽는 것이 나을지 모른다. 하지만 발길은 자신을 이끄는 아버지를 쫓았고, 아버지가 저들을 유인하며 달려간 뒤로는 혼자서 숲길을 달리고 있었다. 살아야 한다. 운명이 그렇더라도 자신은 살아 자신의 운명을 바꿔야 한다.

그릇된 하늘을 섬기는 것도 신하된 자의 도리다. 잘못된 운명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따르는 것이 인간으로 태어난 숙명이다. 하지만 그런 최현서조차 연희의 그릇된 운명을 바꾸기 위해 자신과 수 십 년을 함께 해 온 소격서 도사들의 목숨을 걸었고, 생명이 경각에 있는 아들과 아내의 간절한 바람마저 외면하고 있었다. 물고기는 물을 거슬러 헤엄친다. 어쩌면 살아간다는 자체가 죽음이라는 운명을 거스르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단지 홍주는 최현서를 죽였고 최현서는 자신을 죽였다. 최현서와 같은 경우를 흔히 희생이라 말한다. 어머니와 함께 명으로의 밀항을 알아보고 돌아오는 길에 허준은 홍주의 부하들에게 쫓기는 연희를 보게 된다. 필사적으로 살고자 달리는 그 모습을. 살아있다면 살고자 발버둥치는 것이 살아있다는 의무다.

그래서 드라마가 재미있는 것이다. 이미 정해진 결말이라 할지라도 매순간의 선택이 다르고 그로 인한 결과가 다르다. 과정이 다르다. 알 수 없기에 희망이며 모르기에 기대다. 절반의 기대와 절반의 불안이 그 매순간에 집중하게 만든다. 홍주가 최현서를 죽이고, 최현서의 아내 옥씨가 연희가 있는 곳을 밀고하고, 연희는 화살을 피해 숲길을 달리다 물에 빠진다. 물이 얼어간다. 숨가쁘게 상황이 전개된다. 얼핏 뻔하지만 드라마속에서 각각의 인물들은 모두 살아있다.

운명을 거스른다. 운명에 순응한다. 하지만 한 편으로 운명을 따르며, 운명을 바꾸고자 한다. 살아가려 한다. 서로 다른 운명 속에서 연희와 허준은 자신의 최선을 다한다. 절망속에서도 딛고 일어서려 한다. 무모한 꿈을 꾸려 한다. 죽지 않으면 살아있는 것이다. 아직 연희든 허준이든 약하고 힘이 없다. 그들 자신들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시련은 계속된다.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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