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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2.15 08:54

샐러리맨 초한지 "모가비의 절규, 결국 마지막까지 날 믿지 않았다는 거네요?"

진시황의 배임과 최항우의 고군분투, 최후의 결전의 시간이 다가온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무언가 뻘쭘한 느낌이다. 저런 식으로 노골적으로 터뜨려 버리면 지난 회차에서 필자가 굳이 풀어 써놓은 내용들이 상당히 민망해지지 않겠는가.

"결국은 마지막까지 날 믿지 않았다는 거네요?"

확실히 그 순간 모가비(김서형 분)는 그 어느 때보다 상처입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이미 진시황(이덕화 분) 회장을 배신하기로 마음먹고 행동으로까지 옮긴 마당에 새삼스럽게 이제 와서 그런 표정을 하고 있다니. 그러나 바로 그것이 모가비가 진시황을 배신하게 된 이유였다.

"백여치에게 모든 걸 물려주겠다고? 그럼 난? 난 뭔데? 십수 년 하루도 빠짐없이 당신곁을 모신 건 당신 손녀 백여치가 아니라 나야! 나 모가비라고! 모실장! 모실장! 모실장! 모실장! 당신한텐 그저 모실장에 불과했던 거지? 당신 머릿속에 단 한순간이라도 백여치가 아닌 내가 있었던 적이 있어? 천하그룹은 내가 갖는게 맞아! 그게 공평한 거야!"

사람은 누구나 존경받고 싶어한다. 존경이란 자신의 존재와 가치에 대한 인정이다. 내가 얼마나 가치있는 존재인가에 대한 확인이며 증명이다. 그것을 무시한다. 자신이 이제껏 기울인 모든 노력과 결과들에 대해 무시하고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모욕이다. 그야말로 배반이다.

분명 모가비는 진시황 회장의 비서실장이었다. 따라서 진시황 회장이 그녀를 모실장이라 부르는 것은 지극히 타당한 것이다. 하지만 어째서 모가비는 자신을 모실장이라 부르는 것에 그토록 히스테릭한 반응을 보이는가? 실장이란 그녀의 이름이 아닌 까닭이다. 모가비란 이름 대신 모실장이라는 직함으로 불리는 것은 여전히 진시황에게 그녀란 아무것도 아니란 뜻인 때문이다.

이름이란 존재다. 다른 사람과 구분되는 자기의 대신이다.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그래서 때로 상당히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그런데 그 이름을 누구에게 붙여도 상관없는 실장이라는 직위로서 대신하려 한다. 진시황을 가까이에서 모셨던 십수년의 시간이 실장이라고 하는 의미없는 직위의 이름으로써 정의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어차피 진시황의 비서로서 역할을 부여 받고 그에 따른 급여를 받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그 이상의 인간적인 관계를 요구하는 자체가 사실은 대단한 모순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모가비와 같은 뛰어난 인재가 그와 같은 모순에 빠져버리고 만 이유, 바로 진시황 회장 자신이 뿌려놓은 씨앗일 것이다. 제왕적 총수를 중심으로 전제적으로 지배되어지는 천하그룹의 봉건적 구조가 그 정점에 있는 진시황 회장의 최측근 모가비에게 착각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모든 것의 정점에 있기에 그와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자신에게도 특별한 의미가 부여될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단지 진시황 회장의 비서실장에 불과할 뿐이었다.

처음부터 선을 긋던가. 단순한 비서에 불과하다. 비서실장에 불과하다. 원래의 비서실장에게 주어진 것에서 그 이상의 권한이나 관심을 두지 않는다. 정확하게 오로지 비서실장으로서만 대하고 그 만큼의 역할만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에 따른 보상을 확실하게 한다. 진정 그녀가 능력이 있다면 더 중요한 역할도 맡겨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믿음을 심어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인간적인 신뢰와 더불어 그녀가 더 큰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수 있으리라고. 백여치가 자신의 자리를 물려받더라도 그녀는 여전히 자신과 회사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그러나 당장 모가비는 백여치에게 무시와 모욕을 당하고 있었다. 단지 회상의 외손녀라는 이유만으로.

바로 이것이 진시황이라는 인간이 갖는 그릇의 크기인 것이다. 전적으로 믿음을 주지도 못하고 그로 하여금 믿도록도 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허튼 기대라도 갖지 못하도록 선을 그어두었어야 했는데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그조차도 방치했다. 자신감이었다. 오만이었다. 절대군주인 자신이 필요해 쓴다는데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역사상 많은 실력자들이 최측근에 의해 배신당하여 몰락하고 마는 이유였다. 사람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했다.

하여튼 지난 회차에서 최항우(정겨운 분)과 오유방(이범수 분)이 하필 리더십에 대한 서로의 견해차로 인해 충돌하는 것을 보면서 그것과 모가비 실장의 배신과 진시황 회장의 리더십을 연결해 써 본 것이었는데, 그런데 마치 미리 보고 쓰기라도 한 양 이렇게 맞아떨어지고 말았다. 사람은 누구나 욕망을 가지고 살아간다. 욕망이란 이익이다. 이익이 신의보다 크다면 인간은 당연히 신의 대신 이익을 택하고 만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만드는가? 당연히 신의를 더 크게 키운다면 어지간한 이익에도 사람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그릇이다. 그것이야 리더십이다.

아예 믿지 못할 것이면 힘을 주지 말던가. 기왕에 힘을 줄 것이면 믿고 맡기던가. 힘을 주고서 의심하여 모략을 꾸민다. 불안하게 만들고 두렵게 만든다. 이익 정도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배반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든다. 모가비의 배신을 찾아내기 위한 것이었지만 정작 그것은 모가비로 하여금 진시황 자신을 배신하는 정도를 넘어 심지어 살해하고자 하는 충동마저 갖게 만드는 이유가 되고 말았다. 그릇이 되지 않는 이가 너무 많은 것을 가지면 이렇게 탈이 난다.

아무튼 최항우의 말처럼 배신이며 배임일 것이다.  한 기업의 경영자에게는 주어지는 막강한 권한과 더불어 해당기업에서 일하는 많은 임직원들과 회사에 투자한 투자자들에 대해 최대한 많은 이익을 보장해주어야 하는 책임이 지워진다. 따라서 당연히 경영자로서 회사에 커다란 손실을 끼쳤을 때 그는 마땅히 그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옳다. 더구나 그것이 고의적으로 자신의 직분을 망각한 행위로 인한 것이라면 법적인 책임까지 물 수 있다.

팽성실업은 어찌되었든간에 천하그룹과는 별개의 기업이다. 그리고 천하그룹과 경쟁관계에 있다. 베트남 공장에서 개발했다는 신제품이 시장에서 성공만 한다면 천하그룹은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은 곧 임직원과 투자자의 이익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 팽성실업이 자금난으로 문을 닫으려는 상황에 천하그룹의 회장이라는 이가 장량(김일우 분)이라고 하는 외부인사를 통해 팽성실업에 45억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과연 그로 인해 천하그룹은 얼마나 많은 손실을 입게 될 것인가? 이것이 과연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일일까?

더구나 더 웃기는 것은 그것이 단순히 최항우와 유방이라는 일개 두 개인에 대한 시험을 위해서였다고 한다. 장차 자신의 외손녀사위가 될 지도 모르는 누군가를 위해서. 그래서 천하그룹의 총수로써 회사에 손해를 끼칠 수 있는 결정을 내린다. 그것을 천하그룹의 대주주 가운데 한 사람인 백여치(정려원 분)는 조장하고 있다. 정작 천하그룹의 이익을 위해 발벗고 뛰는 것은 최항우 한 사람 밖에 없다. 그야말로 고군분투다. 총수마저 경쟁사를 위해 돈을 투자하려는 마당에 최항우만이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한동안 외면하고 있던 한신의 손까지 빌려 모략을 꾸민다.

진심으로 동정하게 된다. 물론 자업자득이다. 한신이 최항우를 속여넘긴 것은 최항우가 한신을 먼저 저버렸기 때문이었다. 최항우가 먼저 배신했기에 한신 역시 아무 거리낌없이 그를 속여넘길 수 있었다. 그것이 결국 유방과 팽성실업과의 경쟁에서 그가 패하고 마는 이유였다. 하지만 그 이전에 정작 천하그룹의 최고경영자로서 팽성실업을 도운 진시황과 그러도록 유도한 그의 외손녀 백여치가 있지 않았는가. 회사 안에, 그것도 가장 높은 곳에 적이 있는데 어찌 싸우려는가. 만일 진시황이 그러고자 마음만 먹었다면 팽성실업이 가지고 있는 특허도 천하그룹의 것이 될 수 있었을 터였다. 자신의 손으로 무너뜨리려던 천하그룹인데 정적 가장 열심인 것은 최항우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행운과 불운은 함께 온다고 그동안의 최항우의 노력이 빛을 발해 점차 차우희(홍수현 분)가 그의 마음을 알아주려 하는 것 같다. 사실 많이 늦었다. 이전부터 그는 올곧게 차우희에 대해 일편단심이었다. 바보같을 정도로 서툴고 속이 터질 정도로 순수해서 답답하다. 그래서 오해도 많이 한다. 그런데 이제 유방에게 큰 패배를 당하게 되려는 순간에 차우희가 그의 마음을 알아주려 한다. 참 어렵다. 고생이 많다. 가장 불쌍한 캐릭터다.

유방은 정말 운이 뻗친다. 천하그룹 회장의 외손녀와 인연을 맺은 탓에 어지간한 위기는 위기도 아니게 넘어간다. 물론 인덕 또한 실력이다. 진시황 회장의 도움을 받고, 백여치의 도움을 받고, 장량 역시 그에게 여러가지로 협력하고 있다. 그렇더라도 결과가 같으니 같은 제품이라는 것은 지나치게 아전인수가 아닌가. 비록 같은 혈당측정기라 할지라도 그것이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기술일 수 있는 것이다. 하긴 어차피 드라마에서 그렇게 세세하게 다루려는 의도 자체가 없었다. 가끔은 유방의 캐릭터에 억지가 너무 심하다. 오히려 강자보다 더 경우나 상황을 따지지 않고 할 말 다 하는 캐릭터다.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려고만 한다.

선역과 악역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워낙에 천하그룹이라는 기업이 갖는 내적 모순이 이미 상당한 수준인 때문이다. 그 모순과 맞싸우려는 최항우는 선이 되고, 그것을 등에 업으려는 유방은 악역에 가까워진다. 어느 쪽에 이입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물론 그럼에도 유방이 주인공이겠지만. 이제 그 모순이 폭발해 모가비의 배신으로 인해 진시황마저 목숨을 잃게 된다면 최항우와 유방의 사이는 어떻게 될까? 최항우가 진정한 악역으로 거듭나게 될 것을 기대한다. 아니면 최항우와 유방이 손을 잡고 더 큰 악과 맞상대한다. 소년만화의 분위기다.

마지막에 에필로그로 나오는 짜투리영상이 참 흥미롭다. 본편의 내용과 이어지면서 그와는 전혀 엉뚱한 탁월한 유머센스를 발휘한다. 마치 드라마를 보는 가운데 이런 재미있는 장면을 놓치고 만 것만 같다. 매회 놓치지 않고 끝까지 챙겨보는 부분이다. 재미있다. 한참을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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