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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2.14 08:34

샐러리맨 초한지 "모가비가 배신한 이유, 의심과 모략의 속좁은 진시황의 리더십..."

최항우의 리더십과 유방의 리더십, 같은 말을 둘로 나누어서 하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문득 의문이 들었다. 어째서 리더에 대한 최항우(정겨운 분)와 오유방(이범수 분)의 입장이 서로 대립하는가? 사실 둘 다 한 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째서 리더에게는 그에 걸맞는 실력이 요구되는가? 신뢰 때문이다. 리더에게 충분한 실력이 담보되지 않는데 그 리더를 신뢰할 사람이 있을까?

카리스마라는 게 다른 게 아니다. 신뢰다. 저 사람이라면 마음 놓고 모든 것을 맡겨도 좋겠다고 하는 믿음이다. 자기 자신의 목숨마저 내건다. 자신의 가족과 동료들의 목숨까지 그에게 건다. 그가 살아만 있다면 자신의 죽음을 헛된 것으로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믿음이 있을 때 리더를 위해 사람들은 목숨을 내던지고, 믿음이 없으면 도리어 리더를 죽여 제물로 바친다.

용장이니 지장이니 덕장이니 하는 것도 결국은 한 가지다. 얼마나 믿음을 줄 수 있는가. 당장 항우가 사면초가 끝에 유방에게 패망하고 만 해하의 전투에서 끝까지 그와 함께 했던 28명의 병사들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과연 무엇을 보고 도저히 승산이 보이지 않는 전투에서 모두가 흩어지는 와중에 항우와 마지막까지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일까? 그들 28명 병사들의 가장 앞에서는 다름아닌 항우 자신이 직접 무기를 들고 적을 짓부수며 나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나폴레옹 역시 지장인 동시에 용맹한 맹장이었다. 프랑스군이 이탈리아를 침략했을 당시 로지다리 전투에서 나폴레옹은 강 건너의 오스트리아 포대를 공격하던 프랑스 포대에서 직접 포를 조준하며 사격을 지휘하고 있었다. 뻔한 당시 대포의 사거리에서 어차피 프랑스의 포탄이 닿을 거리면 오스트리아의 포탄도 닿는다. 많은 지휘관들이 오스트리아군의 포격에 죽거나 다치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전혀 두려움 없이 가장 위험한 자리에서 전투를 지휘하는 나폴레옹의 모습은 전혀 유리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프랑스군에게 큰 용기를 주고 있었다. 마침내 로지 다리를 가장 앞장서서 건넌 것도 나폴레옹의 지휘관들이었다. 비록 전략적으로는 크게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이 전투로 말미암아 나폴레옹은 장차 프랑스의 황제로서 유럽을 석권하는 정치적 기반을 마련한다.

리더로서 휘하나 주위에 자신의 등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대단한 것이다. 결국은 책임이다. 그 모든 행위로 인한 결과를 온전히 리더로서 회피하지 않고 받아들이겠다는 의지다. 죽으면 가장 먼저 내가 죽는다. 망한다면 가장 먼저 내가 망한다. 그럴 때 주위에서는 그보다 먼저 죽으려 한다. 그보다 더 먼저 망하려 한다. 그 용기가 힘을 준다. 만일 이 사람을 살릴 수 있다면 지금 내가 죽거나 망하더라도 그것이 무의미하지만은 않다. 이 사람의 등만 보고 앞으로 나아간다면 분명 좋은 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아니더라도 설사 같이 죽거나 망하게 되더라도 아쉬움은 없다.

그리고 그러한 믿음이 있을 때 사람은 그 능력을 온전히 거침없이 발휘할 수 있다. 뒤가 있다. 뒤를 받쳐주는 누군가가 있다. 정작 가장 앞에서 등을 보이고 있지만 그 등이 가리키는 것은 바로 자신의 등이다. 뒤를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앞만 보고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을 당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더 이상 책임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사고하고 도전하고 행동에 옮길 수 있는 사람을 당할 수 있는 존재란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리더는 용맹하기도 해야 하고, 지혜롭기도 해야 하며, 인망도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한 마디가 바로 믿음, 카리스마인 것이다.

어째서 모가비(김서형 분) 실장은 가장 진시황(이덕화 분) 회장으로부터 신임받고 있던 최측근으로서 진시황 회장을 배반할 마음을 품게 되었는가? 박범증(이기영 분) 역시 마찬가지다. 진시황에게 충성하는 것보다 그를 배반하는 것이 자신에게 더 이익이 된다 판단한 때문이었다. 진시황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 진시황을 배반한다면 오히려 자기에게 어울리는 더 큰 이익이 돌아올 것이다. 진시황으로부터 제대로 평가받고 대우받고 있다는 믿음이 없을 때 그를 배반할 마음을 품게 된다. 하기는 당장 정작 자신의 사람이라 여기면서도 전혀 믿지 못하고 모략이나 꾸미는 진시황 회장의 모습을 보면 이해도 간다. 왕도와 권도와 패도 가운데 가장 치졸한 것이 권도다. 사람을 속이고 이용하려 한다. 패도에도 믿음은 있지만 권도에는 믿음이 없다.

아무튼 같은 말을 가지고 둘이서 너무 어렵게 풀고 있다. 리더의 실력이란 곧 믿음이다.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그리고 많은 혼란에서도 올바른 판단으로 자신들을 옳게 이끌어줄 것이라는 믿음. 최선을 다하게 되는 것도 결국 그만큼 자신의 노력과 역량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내려 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빈틈을 보이면 속이려 들게 된다. 꾀를 부리고 요령을 피우게 된다. 오히려 그런 것들이 통하면 문제다. 불안한 마음이 배반으로 이어진다. 배반이란 항상 앞날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을 때 나타난다. 실력이란 그 한 부분이다.

덕망 역시 마찬가지다. 덕망이란 자체가 바로 믿음을 뜻한다. 설사 능력은 부족하더라도 판단만큼은 정확해서 자신의 노력과 능력이 헛되지 않도록 해 준다. 아무리 사람이 좋아도 판단하는 능력이 없다면 그는 덕이 없는 것이다. 아무리 인품이 훌륭해도 옳고 그름을, 잘하고 못하는 것을 제대로 분간할 능력이 없다면 그로부터 불평과 불만이 나타나며 결국 사람의 마음을 흐트러 놓게 만든다. 바로 그것도 실력이다. 자기가 가진 바 능력은 부족하더라도 다른 이의 능력과 노력을 제대로 볼 줄 아는 안목. 그러기 위해서 리더란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나저나 문제가, 유방의 경우 말이 너무 똑똑하다. 원래 그런 캐릭터였던가? 능력이 뛰어난 캐릭터는 아니었다. 그런데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어느새 최항우와 동격에 있다. 말은 거칠지만 이제는 최항우와 대등한 위치에서 백여치(정려원 분)를 가르칠 수준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갑작스런 캐릭터의 변화가 적응이 되지 않는다. 그동안에는 그저 정많고 정의감 넘치는 단순과격한 캐릭터가 아니었던가. 그것도 철학이 있었다는 것일까? 하기는 철학 없이 행동하는 사람은 그다지 없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유방이라고 하는 캐릭터의 변화가 너무 극적이다. 어색하다.

백여치에게 시키고 있다는 후계자수업이라는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제 20대 초반이다. 기업경영에 대한 아무런 지식도 경험도 없다. 하다못해 고작 한 달도 제대로 기업에 대해 경험해 본 적 없는 유방에게마저 배워야 하는 처지다. 그런 백여치를 무엇을 믿고 진시황 회장은 그녀에게 천하그룹이라는 굴지의 대기업을 물려주겠다 하는 것일까? 어째서 그러한 진시황 회장의 의도에 최항우나 유방이나, 어느 누구도 불만이나 비판을 말하지 않는 것일까? 심지어 장량(김일우 분)은 두 사람 가운데 백여치의 배필을 거론하고 있다. 회장의 손녀와 결혼하여 회사를 물려받는다? 그것이 현실이라는 것이 다시 말하지만 안타까운 것이다. 물론 선진국에서도 가족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기업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철저히 회사와 회사의 업무에 대해 가장 기초에서부터 보고 듣고 배우고 느끼도록 함으로써 회사를 물려받을 자격을 갖추도록 한다. 그런데 백여치는 그조차도 없다. 그래서 드라마의 제목은 <샐러리맨 초한지>다. 그래서 성립한다.

진시황이란 그러면 어떤 리더인가? 일단 의심이 많다. 의심이 많다는 것은 속이 좁다는 뜻이다. 속이 좁다면 부하직원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다. 신뢰가 사라진다면 남는 것은 이익 뿐이다. 그것을 알기에 더욱 진시황은 남을 의심하고 경계하며 자신을 지킬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런 진시황 회장의 아집은 자신의 회사를 아무것도 모르는 외손녀 백여치에게 물려주고자 하는 것으로 드러난다. 누구도 믿을 수 없다. 자신은 믿을 수 있다. 그러므로 혈연은 믿을 수 있다. 등을 보이며 가장 앞에서 달려가는 리더가 아니라 적당히 중간에서 속이고 거래하며 사람을 이용하려고만 하는 리더다. 가장 위험할 때는 가장 먼저 도망치고 말 것이다. 최악이다. 말할 가치도 없다. 계약서의 숫자를 짐짓 잘못 써서 유방을 시험하려 한 것은 그러한 치졸함의 한 단면일 것이다. 성공은 할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그런 사람과는 함께 일하고 싶지 않다. 뒤가 자꾸만 간지러워진다.

최항우의 캐릭터가 갈수록 불쌍해진다. 동명의 고전소설 <초한지>에서와 마찬가지로 다른 것은 몰라도 차우희(홍수현 분)에 대한 최항우의 마음 자체는 서툴 정도로 정직한 직구다. 혹시나 다른 사람이 그녀의 매력을 눈여겨보지나 않을까, 그녀에게 손길을 뻗쳐 가로채지나 않을까, 그러면서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녀가 기뻐하도록 하기 위해 도움을 아끼지 않는다. 전혀 그러한 사실을 고마워하기는 커녕 알지조차 못하는 홍수현을 위해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옷을 선물하면서도 카운터 뒤에 숨어 환호하는 모습은 귀여움 그 자체였다. 성격은 나쁘지만 사람은 진실하다.

천하그룹을 차지하려 음모를 꾸미는 와중에도 백여치를 굳이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이용하려 하지 않는 지금까지의 모습이 그것을 말해준다. 역사상 항우가 그러했듯 그는 비겁함이란 모른다. 잔인하기는 하지만 비열하지는 않다. 다만 땅콩알러지로 인한 백여치와의 인연이 어떻게 발전되어갈까는 궁금하기는 하다. 진심으로 응원하게 된다. 저 순진한 바보가 진심으로 자신의 사랑을 이룰 수 있기를. 차우희에 대해 하나하나 투덜대는 모습에서 초등학교 시절 좋아하는 여자아이 앞에 까칠해지던 필자의 모습을 본다. 한심하다. 매력적이다.

사실 비슷한 제품으로 경쟁하려 할 때 천하그룹과 팽성산업은 아예 경쟁 자체가 안된다. 팽성산업에서 생산하는 기판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굳혔다. 방식에서 충분한 차별성을 드러낼 수 있다면 결국 팽성산업은 천하그룹과 경쟁하게 되고 패배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실이 그렇다. 과연 그런 위기를 유방은 어떻게 극복해 갈 것인가. 최항우에게는 역사에서와 같은 저돌적인 돌파력이 있는데 유방에게서는 아직 그런 것이 보이지 않는다. 궁금해지는 이유다. 어찌 해결할까?

나름대로 고전과 현대적인 기업간의 전쟁을 잘 버무려 놓은 듯한 느낌이다. 덕분에 현대의 이야기임에도 시대물을 보는 듯한 착각을 느끼고 만다. 아쉽다면 그 착각이 어쩌면 우리가 사는 이 사회의 오히려 더 첨예한 현실일지도 모른다는 것. 시대착오란 그런 것일 게다. 재미있다. 웃으며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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