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6.05.09 06:53

[김윤석의 드라마톡] 옥중화 4회 "마침내 거대서사, 출생의 비밀이 역사와 만나다"

만능의 여걸, 역사와 마주서기 위한 자격

▲ 옥중화 ⓒ김종학프로덕션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옥중화. 아무래도 조선의 기록이 민간보다는 관의 주도로 왕실과 조정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탓이 컸을 것이다. 한양의 어느 골목에서 권력과 전혀 상관없이 고단한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백성의 이야기보다 어떻게든 왕실과 조정과 관련되어 얽히는 보다 거창한 이야기가 더 쉽고 더 가깝게 느껴진다. 디테일은 상관없다. 어쨌거나 권력과 관계되어야 이야기는 진행된다.

하기는 조선 중종 때면 문정왕후(김미숙 분)와 윤원형(정준호 분), 정난정(박주미 분)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백성의 이야기를 하려 해도 이들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바로 권력의 무거움이다. 권력자의 말 한 마디에도 사람이 살고 죽는다. 권력자의 사소한 욕심에도 누군가는 모든 것을 빼앗기고 잃어야 한다. 크게 악행을 저지르려 해서가 아니라 남들과 다르지 않은 당연한 본능과 욕망에도 이미 타인을 해칠 수 있는 위치에 그들은 올라 있기 때문이다. 저항할 수 없고 거부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권력은 스스로에 엄격하지 못한 것만으로도 이미 세상에 큰 해악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처음부터 옥녀(진세연 분)의 출생은 윤원형과 관계되어 있었다. 옥녀의 생모가 윤원형이 보낸 자객들에 쫓기다 전옥서에서 옥녀를 낳고 세상을 떠났었다. 옥녀의 생모가 남긴 가락지에서 즉위하고 얼마 안되어 세상을 떠난 전왕 인종의 흔적이 발견되었다. 그리고 한때 세자시절 인종의 스승이기도 했던 박태수(전광렬 분)의 증언으로 그것이 당시 인종에 의해 동궁전 상궁과 나인들에게 내려진 물건이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생모에 대해 자세히 알기 위해 당시 동궁전에 있던 상궁과 나인들의 행방을 쫓는데 하나같이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놀라운 대답만을 듣게 되었다. 심지어 동궁전 상궁과 나인들에 대해 알기 위해 찾았던 어느 은퇴한 상궁 역시 살해당한 시신으로 발견되고 있었다. 때마침 야사에 전해지는대로 인종의 독살설을 밝히기 위해 중국에서 사신까지 찾아오고 있었다. 과연 옥녀의 출생과 인종의 죽음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옥녀의 생모와 동궁전 나인들은 어째서 모두 죽임을 당해야 했던 것일까?

옥녀의 행보 자체가 이미 조선중기 중종조의 거대서사와 맞물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옥녀의 출생에서부터 장차 자신이 밝히고자 하는 출생의 비밀까지 하나같이 권력의 핵심에 있는 문정왕후와 윤원형의 비밀과 맞닿아 있었다. 당연히 옥녀가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바를 하나씩 이루어갈 때마다 자연스럽게 윤원형등과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하필 옥녀와 인연으로 얽힌 왈패 윤태원(고수 분) 역시 윤원형의 서자로 권력과 무관하지 않았다. 어머니와 자신을 버린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그 모든 일들의 원흉이자 배후인 아버지의 첩에 대한 원망과 분노가 시린 독기를 벼리고 있었다. 윤원형과 정난정의 몰락은 역사적 사실이다. 과연 실제의 역사와 가상의 인물인 이들의 움직임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결국은 앞으로 이들의 행동이 조선의 역사마저 뒤바꾸게 된다. 바꾸지만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그야말로 만능이다. 무술실력은 현직군관마저 어렵지 않게 꺾을 정도이고, 중국어는 유창하며, 경국대전까지 줄줄 꿰고 있다. 이미 이지함(주진모 분)으로부터 관상을 배워 탁월한 실력을 발휘한 바 있었다. 그 정도는 되어야 신분도 비천한데 더구나 여성의 몸으로 거대한 역사와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최소한 자기 한 몸 지킬 정도는 되어야 한다. 스스로 길을 찾고 뚫고 나갈 정도는 되어야 한다. 마치 게임처럼 한 단계씩 옥녀의 성장을 곁에서 지켜본다. 시련과 성장은 함께 온다. 벌써부터 시대는 가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차라리 천진할 정도로 속물에 불과한 윤원형에 비해 정난정은 자기에 욕망에 솔직하면서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 나라를 움직일 정도의 재물을 모으겠다. 당연히 정경부인 행세가 아닌 정경부인이 되겠다. 모두의 앞에서 선언한다. 순수할 정도로 해맑다. 아쉽다면 너무 두께도 깊이도 없이 모든 것을 훤히 드러내 보이는 박주미의 연기였을까. 캐릭터는 매력적인데 무게감이 부족하다. 그래도 악역이다. 윤원형과 함께 반대편에서 힘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지함이 들려준다. 백성들의 고단한 삶에 대해서. 윤태원이 분노한다. 잘못된 정치로 인해 도탄에 빠진 백성들의 삶에 대해서. 태연히 세곡을 빼돌리고 모래와 겨로 채워 넣는다. 더 큰 도둑이 있기에 이 정도는 도둑이라 하지도 못한다. 오히려 그렇게라도 빼돌려 시장에 쌀을 유통시키는 쪽이 대의와 맞다. 아직은 어머니의 진실이다. 혹은 복수다. 첫 걸음을 겨우 떼었다.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