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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2.13 09:25

무신 "여자노예들이 옷을 벗는 까닭, 노비가 아닌 노예라 불리는 이유..."

일단 자극적인 장면을 통해 시창자의 눈길을 잡아끄는데는 성공한 듯하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사실 드라마의 완성도를 위해 필요하다면야 무슨 장면이든 그것이 문제이겠는가? 청소년을 우습게 보아서는 안된다. 청소년 시절에 반드시 읽어야 하는 필독서 가운데에도 이보다 더 수위가 높은 것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그 주제와 메시지, 그리고 구조적 아름다움은 그같은 모든 것을 잊게 만든다.

그래서 묻고 싶은 것이다. 과연 필요했는가? 과연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장면이었던가? 굳이 그 장면에서 여자노비들이 옷을 벗어야만 하는 어떤 필연적 이유가 있었는가 하는 것이다. 하필 여자노비들만 벗고 있었다. 남자노비들은 아니었다. 김준(김주혁 분)이 향한 곳은 불결하기 이를 데 없는 공역장이다. 그에 비해 여자노비들은 입성까지 깔끔하다.

성노가 아니다. 윗전들의 밤시중을 들라고 뽑은 성노들이 아니다. 도방의 주방에서 일하라고 보내진 노비들이다. 그들이 주방으로 보내진 첫째목적은 도방의 먹는 것을 책임지라는 것이다. 도방에 속한 사병이 몇 명인데 그들을 먹이는 것만도 상당한 노동일 터다. 설사 그 가운데 상전의 눈에 들어 밤시중을 들게 되더라도 그것은 전혀 별개의 일일 것이다. 그것은 따로 쳐야 한다. 그런데 주방일을 하라 보낸 노비를 검사하면서 굳이 옷을 벗겨 그것까지 대비한다?

하긴 그래서 주방노비들의 입성이 그렇게 깔끔했던 모양이다. 머리모양도 단정하고 얼굴 또한 얼룩 하나 없이 깨끗하다. 관리가 철저하다. 그런 점에서 다시 의문이 어째서 그런데 난장만은 그 가운데 외모나 입성이나 하나같이 동떨어져 있는 것일까? 반전을 예감한다. 원래 주방노비는 도방의 성노로, 난장은 단지 그녀들을 관리하는 입장이라 저리 동떨어진 차림을 하고 있다. 최소한 PD가 참고했다고 말하는 미국드라마 <스파르타쿠스>에서는 충분한 개연성을 가지고 그와 같은 자극적인 장면들이 연출되고 있었다. 단지 외양만 보고 따라하려 한 것은 아닌가. 로마와 고려는 다르다.

아무튼 덕분에 세간에 화제는 불러일으켰으니 목적한 바는 달성했을 것이다. 특히 드라마가 주타겟으로 삼고 있는 남성시청자를 중심으로 호의적인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어차피 이보다도 더 자극적인 내용도 어떻게든 볼 수 있게 된 요즘이다. 이조차도 부족하다. 제작진이 무엇을 의도하고 만들었는가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필자 역시 남자로서 보는 즐거움은 있었다.

어쨌거나 지난 1회에 이어 여전히 필자를 불편하게 만드는 부분일 것이다. 드라마의 장르가 불분명하다. 역사드라마인지. 판타지드라마인지. 마치 같은 MBC의 <해를 품은 달>처럼 고려라는 우리 역사상 존재했던 나라와 그 시대의 인물들의 이름을 빌려 만드는 철저히 허구에 기반을 둔 판타지는 아닌가. 로마와 고려가 다르듯 일본과 고려도 다르다. 필자가 아는 고려와는 전혀 다르다.

일단 먼저 주인공인 김준(김주혁 분)의 경우를 보자. 원래 김준의 본명은 김인준이었다. 김인준에서 김준으로 개명한 것은 최의를 제거하고 스스로 1등공신에 책봉되고 난 1260년의 일이다. 흥왕사 승려들을 중심으로 최충헌을 제거하고자 하는 봉기가 일어난 것이 1217년의 일이니 지금으로부터 꼭 43년 뒤의 일이다. 김준이란 즉 김인준이 이후 43년이나 지난 뒤에야 고쳐 쓰게되는 이름인 것이다. 하기는 43년 뒤에 개명하게 될 것이면 지금 김준의 나이는 몇 살이나 될까? 너무 늙었다.

더구나 김인준에게는 원래 그와 같은 시기 공신이 되어 김충이라 개명하게 되는 김승준이라는 아우가 있었다. 최근의 한국 드라마의 추세대로 의형제로 처리하기에는 사료에 이미 인준과 승준이 최충헌의 노비 김윤성의 아들이라 기록되어 있다. 김승준의 존재는 어떻게 해결하려는가? 김윤성이 당시 미처 함께 데리고 도망치지 못한 아우를 최우의 노비로 다시 들어가며 만나게 될까? 어쩌면 김준에게 가장 중요한 인물일 텐데 홈페이지에도 그에 관한 자료가 없다. 어쩌려는가?

최충헌(주현 분)을 부르는 호칭도 이상하다. 최충헌의 현재 작호는 진강공, 1206년 진강후가 되어 도방을 열었고 이듬해 중서령 진강공에 올랐다. 원래 고려에서 왕이나 공후백 등의 작위를 받은 이들을 부르던 호칭이 바로 영공, 그리고 그 신본이 왕족이냐 아니면 신하인가에 따라 뒤에 전하와 저하를 구분해 붙였다. 다시 말해 신하로서 공의 작위를 받은 최충헌은 합하가 아닌 영공저하라고 불려야 한다는 것이다. 합하는 정1품 이상의 관리를 뜻하는 것으로 최충헌과는 맞지 않는다. 어쩌면 무신정권을 굳이 막부라 칭하듯 일본 전국시대 말기의 타이코의 관직에 올랐던 토요토미 히데요시에 최충헌을 대입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확실히 뒷모습을 보더라도 최향이 갑옷 위에 걸쳐 입은 덧옷은 일본의 그것과 너무 닮아 있다. 아직까지 고려의 복식 가운데 그와 같은 덧옷이 있었다고 하는 자료를 찾지 못했다. 고려에도 있었다면 필연 조선에까지 이어졌을 텐데 그러나 조선 전기의 복식을 보더라도 그와 같은 갑옷위에 입는 덧옷은 발견하기 힘들다. 막부라는 이름이나 합하라는 호칭이나 드라마에서 일본색을 강하게 느끼는 이들이 있는 것은 괜한 것이 아닐 것이다. 일본의 막부가 그렇게 부러웠던가? 가마쿠라 막부보다도 4년이나 늦은 최씨의 도방을 두고 500년 뒤의 에도 막부와 비교할 정도로.

하기는 그래서 노비가 아닌 노예일 것이다. 최충헌이 영공저하가 아닌 합하가 된 것이 일본을 의식한 것이라면 굳이 사내종 노(奴)와 계집종 비(碑)로 이루어진 노비가 아닌 노예라는 이름으로 부르게 된 것은 다름아닌 로마를 의식한 때문일 것이다. 노예가 되어야 옷을 벗길 수 있다. 아니 그렇기 때문에 주방노비들이 노예가 되어 상전의 밤시중을 대비해 옷을 벗고 검사를 받고 있는 것이다. 한계다.

최충헌이 당대의 승통 수기(오영수 분)를 만나고서 이규보에게 한 말도 우습기는 마찬가지였다.

"그게 정말인가? 아, 중들을 800명이나 죽였다는 거. 어허허 이놈들이 이거 이나라 스님네들의 씨를 말리려고 그러는가..."

즉 최충헌은 자신을 죽이려 한 승려 800명을 죽이는 동안 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모든 것은 그의 둘째아들인 최향(정성모 분)과 김덕명(안병경 분)이 일방적으로 꾸민 일이었다. 항상 모든 시대에 나오는 변명이다. 윗사람은 정작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주위와 아래에서 제대로 하지 못해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었다. 더구나 최충헌은 나이까지 많다. 최충헌에게는 아무 책임도 없다.

하기는 바로 직전 자신을 찾아와 불교 승려들에 대한 선처를 부탁하는 수기에게 불교계의 타락을 일갈하는 장면에서도 보는 이를 허무하게 만들고 있었다. 승려들더러 세금을 내지 않는다 하는데 최충헌이 소유하고 있던 장원들 역시 세금을 안 내기는 마찬가지였다. 승려의 수가 너무 많다고 하는데 최충헌이 보유한 사병 역시 그 수가 만만치 않았다. 물론 당시 불교계가 타락해 있던 것은 사실이지만 과연 최충헌이 그와 같은 말을 할 주제가 되었던가? 그런데도 수기는 그런 많은 불교계의 문제들을 최충헌이 바로잡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권력을 쥐고 있는 것이 최충헌이니 승려들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아부를 했어야 했을 터다. 그것이 본심이라면 그것도 매우 심각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진정 역사드라마가 아닌 판타지가 되어 가려는 모양이다. 왕마저 개혁의 대상으로 여긴 모양이다. 명종과 희종을 폐위시키고, 신종으로 하여금 강제로 양위케 하더니만, 그런 자신의 행위는 생각지 않고 불교더러 왜 자기를 죽이려 하느냔다. 대대로 왕실의 은혜를 입어 온 불교계이건만 그럼에도 왕을 능멸하려드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서는 전혀 아랑곳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불교는 개혁되어야 한다. 그 개혁의 결과는 아마도 최충헌과 그 무리들의 권력의 독점과 부정과 부패, 전횡일 것이다. 물론 나쁜 것은 최충헌과는 상관없고 좋은 것만 최충헌이 다했다. 대단하다. 존경심마저 든다. 막부가 있었기에 일본은 그토록 강해질 수 있었다. 고려의 그 어느곳보다도 더 썩어 있던 것이 최충헌과 최씨정권이었건만. 우습다.

끝으로 어째서 최충헌은 자신의 큰아들인 최우(정보석 분)를 방치하고 있었는가. 방치한 것이 아니다. 최우를 미리 후계자로 점찍을 경우 최충헌의 적들과 그 주위의 이익만을 탐하는 무리들이 최우에게로 향하게 된다. 어차피 최우에게는 힘이 있었다. 최씨정권의 실질적인 힘이 바로 최우에게 모두 주어져 있었다. 실제 최충헌은 최우의 안전을 염려하여 자신의 병문안조차 못하도록 하고 있었다. 최충헌이 죽고 최우가 최향을 제거하는 것 역시 한순간이었다. 최우가 가진 힘이었다.

송이역을 맡은 김규리가 많이 어색하다. 아마도 나이어린 처자의 귀여움을 연기하고 싶었던 모양인데, 그러기에는 김규리의 나이가 너무 많다. 어차피 나이를 무시한 배역들 아니던가. 지금 김준의 외모대로라면 그가 김인준에서 김준이 되었을 때는 70대를 넘겼을 것이다. 자기 나이에 맞추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지금까지 연기에 대해서는 유일한 불만이다.

이규보(천호진 분)란 이토록 비겁한 지식인이었는가. 물론 그랬기에 최충헌과 같은 난신적자에게 기대어 살았던 것이기도 할 게다. 다음주에는 비로소 격구대회가 펼쳐진다. 고려에서 가장 인기있던 스포츠였다. 이성계가 이 격구로 개경의 스타가 되었다. 고증은 화가 나지만 기대하게 된다.

일단 눈길을 잡아끄는데는 성공했다. 섬뜩하도록 잔인한 학살장면과 지나치게 노력가 성의가 보이는 고문장면, 거기다 여자노예들이 옷벗는 장면까지. 반면 역사드라마로서의 고증은 어디로 그 꼬리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오락드라마로서는 의미가 있겠다. 판타지로서 즐기면 좋다.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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