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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2.13 09:24

남자의 자격 "식스팩의 위대함, 먹는 것이 곧 즐거움인데..."

남자다운 멋진 몸을 만들기 위한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필자가 다이어트를 감히 시작도 하지 못하는 이유다. 몸으로 하는 건 하겠다. 매일같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한 시간 이상 달려도 보았다. 하지만 먹는 것만은 도저히 어떻게 안되겠다.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어떻게든 먹어야 한다. 조금이라도 배고픈 것을 참고 있으면 이번에는 위가 아파 온다. 아직 어렸을 적 고생한 후유증이다. 그래서 존경스럽다. 어떻게 먹는 것을 참으며 다이어트를 할까?

대단한 도전이다. 그 어떤 도전보다도 더 훌륭한 도전이다. 감히 엄두조차 내지 못하기에 더 그렇다. 어떻게 그 얼마 안 되는 야채를, 그것도 소스도 없이 먹고, 퍽퍽하기 이를 데 없는 닭가슴살에, 그나마 가장 맛있는 음식이 달걀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마지막에 아껴먹는다고. 현기증이 난다. 과연 필자라면 저렇게 먹고도 견딜 수 있을까? 더구나 나이까지 50대를 넘어 다이어트에 훌륭하게 성공한 이경규의 의지에 존경을 보낼 뿐이다. 윤형빈은 그나마 젊다.

사실 반감도 있다. 식욕이란 인간의 너무나 당연한 욕망 가운데 하나다. 생존을 위한 본능이다. 그런데 그것을 억지로 눌러가며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 여성은 S라인을 위해서. 남자는 식스팩을 위해서. 보이기 위해. 그것을 멋지다 말한다. 그리고 그렇지 못한 것을 멸시하며 혐오한다. 대개는 스스로 좋아서라기보다는 남들의 눈에 못이겨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옳은가?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는 것은 좋다. 그것은 권장할 만한 것을 넘어 필수다. 요즘 날씨가 추운 것을 핑계로 운동을 등한히 한 것을 반성하는 중이다. 그동안 허리가 1인치나 빠졌었다. 다시 늘고 있다. 그러나 단지 남들이 보는 눈을 의식해 운동을 한다는 것은 얼마나 허무한 일인가? 내 몸인데 다른 사람들의 눈에 의해 그 가치가 결정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살을 빼고 운동을 해야 한다. 심지어 그러다가 건강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몸을 해치는 경우마저 나온다. 식욕이란 말했듯 당연한 생존을 위한 본능인다 그것을 억지로 누른다는 것이 몸에 좋기만 하겠는가?

하지만 바로 그런 것이 현대사회라는 것이다. 건강이라는 말이 처음으로 널리 쓰이기 시작한 것이 다름아닌 근대 이후다. 세계가 넓어지며 모든 것이 보편화되고 표준화되고 있었다. 대량생산의 시대 보편적인 기준에서 벗어난 것은 악이나 다름없었다. 효율성을 위해서라도 병사 개개인을 규격화해야 했던 군대는 말할 것도 없었다. 공장의 생산시스템에 맞추기 위해서라도 노동자는 그에 적합한 규격을 가져야 했었고, 소비 역시 그러한 보편의 규격에 맞춰 생산되어지고 소비되고 있었다. 지금도 그 보편의 규격에서 벗어난 개인들은 몇 배 더 비싼 비용을 치르고서야 소비할 수 있다.

현대의 미디어가 여기에 불을 붙였다. 발달한 미디어는 사람들 앞에 그들의 표준을 보여주었다. 아름다운 몸이란 무엇인가? 멋진 몸매란 어떤 것인가? 무엇을 예쁘다고 하는가? 무엇을 잘생겼다고 하는가? 그것은 대중의 소비충동을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자본의 입장과 맞물려 미디어의 기본전략이 되고 있었다. <남자의 자격>에서도 그래서 식스팩미션을 처음 시작하면서 대표적인 초콜릿복근 연예인들을 그 모델로 삼고 있었다. 아니 <남자의 자격>이라는 자체가 그 모범이 되고 있다. 이들도 이렇게 살을 빼고 복근을 만드니 다른 사람들도 따라하라. 이것이 아름답고 멋진 것이다. 기준을 제시한다.

그것이 바로 또 하나의 산업을 만든다. 닭가슴살을 그나마 조금이라도 맛있게 먹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 속의 닭가슴살 소시지가 그 한 예일 것이다. 보다 수월하게 근육을 만들기 위해 단백질 보조제를 먹기도 한다. 헬스클럽 역시 마찬가지다. 전문트레이너가 있고, <남자의 자격> 멤버들이 표지모델이 되고자 하는 잡지가 있다. 프로그램 역시 마찬가지다. 수요가 만들어지고 그에 따른 생산이 이루어진다. 장차 가장 유망한 산업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건강과 미용이란.

자신도 모르게 이끌린다. 물론 매력적이기도 하다. 누가 보더라도 근육의 경계를 따라 뚜렷하게 경계가 나뉘어진 근육질의 늘씬한 몸매는 아름다움 그 자체일 것이다. 그로부터 전혀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면 처음부터 동경의 대상이 되지도 못했을 것이다. 산업이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런 것들이 의도적으로 강요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수치심과 열등감의 대상마저 되고 있다. 살을 빼고 몸을 만들어야 하는 강박에 자신을 해치는 이들마저 나오는 이유일 것이다. 하물며 불황이란 있을 수 없다.

건강을 위한 것이다. 건강이야말로 무엇보다 우선하는 가치일 것이다. 나 자신을 위한 것이다. 나 자신이 즐겁고 나 자신이 건강하게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다이어트도 한다. 순서가 뒤바뀌면 안된다. 다이어트가 스트레스가 되어서는 안된다. 스트레스는 강박을 만든다. 그나마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니까 이해한다. 사람에게는 자기파괴의 권리가 있다. 자기 자신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다. 스스로 건강을 해치더라도 그것이 즐겁다면 그렇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 어떤 삶을 살 것인가는 자신이 선택한다.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모든 개인이 정해진 표준에 맞춰 살아갈 이유는 없다. 살쪘다고 억지로 뺄 이유도, 말랐다고 억지로 찌울 이유도 없다. 만일 하고자 한다면 즐겨야 한다.

역시 이경규에게 새삼 감탄하는 이유였다. 모두가 김국진과 이윤석에게만 허락된 저녁식사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경규만이 집에서 챙겨온 다이어트식단을 무심하게 즐기고 있었다. 일곱 멤버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진심으로 즐기고 있었다. 억지로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처음 계기야 어찌되었든 스스로 납득하고 자기가 동기를 찾아 식스팩만들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진정 아름답다. 중년의 표상이라는 말 맞다. 50대의 이경규가 누구보다 행복하게 자기 몸만들기를 즐기고 있다.

이윤석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제 국민약골의 타이틀을 떼어도 되겠다. 어딘가 달라졌다 했더니만 자세가 달라졌다. 꼿꼿해졌고 당당해졌다. 팔굽혀펴기도 놀면서 한다. 매일같이 코치에게 운동 안하냐고 전화하더라는 이야기는 단지 고정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남자의 자격> 하나밖에 없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운동을 즐기고 있다. 하기는 필자도 운동은 즐겁다. 힘은 드는데 하다가 하루 빠지면 그렇게 찌뿌드하고 기분이 안좋다. 하고 나면 상쾌해진다. 식이요법은 불가능하더라도 그래서 운동은 한다. 건강해지는 것이 느껴지면 더 열심히 하게 된다. 이윤석은 필자와 같다.

이윤석을 항상 주목하는 이유다. 이윤석은 가장 평범하다. 아니 열등하다.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이며, 완고하고, 어눌하다. 서툴다. 그런데 매번 가장 열심히 한다. 그리고 어느새 한 가지 얻어가고 있다. 이윤석이 달라지는 모습이 매번 신선한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그것은 경쟁심리와도 같다. 김태원이 팔굽혀펴기를 무려 21개나 했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 갑자기 팔굽혀펴기 경쟁이 인 것과 같다. 최소한 김태원보다는 나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자극제가 된다. 운동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

엠블랙의 이준에 대해서는 심심한 위로의 뜻을 전한다. 먼저 2PM과 상의하고 왔어야 했다. 원년 과연 <남자의 자격> 멤버들에게 'Again & Again'의 춤을 가르치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지. 그나마 김태원의 상태가 그때보다는 낫다. 그로부터 얼마 안 있어 응급실로 실려갔었다. 도대체 평균연령 42세 이상의, 그것도 운동과는 담을 쌓고 살던 남자들에게서 무엇을 기대하는지. 춤과는 전혀 거리가 먼 일곱 남자에게 춤을 가르친다는 것은 보통 노동이 아니다.

정말 한참을 웃었다. 마치 초창기 <남자의 자격>을 보는 느낌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잔잔함이 대세가 되기는 했지만 <남자의 자격>도 한때 왁자하게 웃기던 때가 있었다. 뻔히 쉬울 것처럼 보이는 미션들에 보통 남자들 이하의 어눌함을 보이면서 그야말로 자연스런 슬랩스틱이 되고 있었다. 이야말로 슬랩스틱 아니던가? 멀쩡히 춤추는 이준과 대비되어 말도 안되는 꿈틀거림만이 가득 보이고 있으니.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잘하려 노력하기보다 못하는 현재를 뻔뻔하게 인정할 수 있는 그것이야 말로 아저씨다움이라 할 것이다. 전혀 못하고 있음에도 오히려 이준 앞에 당당하기만 하다. 아저씨다.

역시 버라이어티란 출연자 괴롭히는 맛이다. 처음에는 일곱 멤버들을 먹을 것으로 괴롭히는 맛에 보았고, 그 다음에는 일곱 멤버들이 오히려 게스트로 출연한 엠블랙의 이준을 정신적으로 고문하는 맛에 보았다. 그러면서 다이어트의 즐거움도 경험할 수 있었다. 특히나 이경규와 이윤석으로 인해 나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도 얻을 수 있었다. 다만 역시 필자는 다만 한 끼만 먹는 시간을 놓쳐도 위가 반란을 일으킨다. 그래서 더욱 부럽고 즐거웠었다. 마침 그때 라면을 먹고 있었다. 김국진이 라면을 끓여먹겠다 했을 때 전현무가 발작하듯 반발하던 그 순간.

오랜만에 덕구를 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동물이란 상당히 민감해서 조금이라도 무서운 일이 있거나 거리낌이 있으면 그렇게 마음놓고 가까이 다가가지 못한다. 김국진과 덕구와의 사이에 거리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 옆에 덕구 엄마가 같이 있으면 무척 좋을 텐데.

뺀질거리는 멤버가 나와주어야 한다. 그것이 리얼이다. 어느 경우에든 모든 멤버가 최선을 다할 수는 없다. 카메라가 돌아갈 때만 운동한다던 전현무나, 식이요법을 전혀 지키지 않아 근육은 늘었지만 체지방도 함께 늘어 버린. 밤에 잘 때는 카메라가 돌아가는데 당당히 편집을 기대하며 바나나를 먹고 있었다. 뻔뻔하다. 확실히 저들은 필자 자신이었다. 프로그램을 보는 이유였다. 재미있었다.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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