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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4.06 07:33

강력반 "때로 惡을 써야 들리는 때도 있다"

매우 무덤덤한 겉도는 비극적 희극

 
어느 고양이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너무 작았다. 너무 작고 약했다. 그래서 그 소리가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 들으라고 목청껏 소리쳤단다. 돌아봐달라고. 한 번만 돌아봐달라고. 그리고 고양이의 목은 더 이상 소리를 낼 수 없게 되었다.

어떤 사람들은 그저 기침만 해도 - 아니 표정만 바뀌어도 주위에서 그 하고자 하는 바를 알아서 모신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을 피를 토하며 외쳐도 누구 하나 들어주지 않는다. 온몸이 핏물이 되어 바스러지도록 외쳐도 누구에게도 그 소리가 닿지 않는다.

“찾아보쇼. 내게는 아무도 얘기해주는 사람이 없었어. 물어 볼 사람도 없었다고.”

“아니요? 제가 그쪽을 잘 알거든요. 이제는 안 속아요.”

“안 해 본 줄 알아요? 해볼 수 있는 방법은 다 해 봤어요.”

자신의 딸을 강간한 범인들이 그러나 인종차별적인 법원과 배심원에 의해 처벌받지 않을 것임을 알고 직접 복수를 선택했던 아버지가 있었다. <타임 투 킬>은 그런 참혹한 비극에 대한 이야기였을 것이다. 누가 선량한 한 아버지를 살인자로 만들었는가?

어쩌면 가장 흔하게 소비되는 이야기들이 바로 그런 이야기들일 것이다. 너무나 평범하던 사람들이, 다른 누군가에게 해를 끼칠 수 있으리라고는 전혀 상상도 해 본 적 없는 사람들이, 그러나 흉악한 범죄자가 되고 잔인한 살인자가 되고 끝내는 자기 자신마저 죽이고 파괴하고 만다. 괴물이 되어버린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양심마저 저버린 채 그들을 그같은 괴물의 길로 걸어가게 만드는 것은 과연 누구인가?

“유해미 말대로 골리앗이야, 쉬울 것 같아?”

아마 그렇기 때문에 수사물 가운데 가장 안타까운 것이 그러한 억울한 사정을 알면서도 복수에 나선 이들을 범죄자라는 이름으로 체포해 처벌해야 하는 냉혹한 현실일 것이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그들은 범죄자에 불과하다. 아들의 죽음과 관련해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아버지 강만수와 억울하게 죽은 연인 강윤석의 죽음에 얽힌 사연들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 했던 유해미, 그러나 결국 그들은 범죄자일 뿐이었다.

바로 그런 부조리가 - 아니 그렇기 때문에 탈옥범으로 인질극까지 벌였던 지강헌의 한 마디가 그후로도 오랫동안 인구에 회자되었던 것일 게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무의식적으로 신창원과 같은 범죄자에 동조하고 마는 것이 그런 까닭이다. 현실의 모순이 그 모순을 깨뜨리고자 하는 반영웅을 부른다. 혹은 의적이라고 하고. 혹은 협객이라고 한다. 사실 남의 원수를 대신 갚아준다는 이야기속의 협객이야 말로 그저 다른 이의 부탁을 받아 사람을 죽이고 다니는 흉악한 살인마에 불과할 것이다. 원한이 있다면 그것을 법으로 - 그러나 법이 그들의 편이 아니기 때문에. 목이 쉬어 더 이상 소리가 나오지 않는 고양이는 발톱으로 할퀴고 이로 깨물고 스스로 핏속을 뒹굴고서야 겨우 자신의 존재를 알릴 수 있다.

다만 아쉽다면 지난 4월 4일, 4월 5일 양일에 걸쳐 방송된 <강력반>의 9회와 10회의 에피소드에서 이야기전개방식이 상당히 거칠고 어설프다는 것일 게다. 사건의 배경은 매우 안타까운 비극인데 그러나 정작 그런 부분에 대해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수사물로써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고 있는가? 그런 비극조차도 마치 날 선 칼처럼 벼려진 이성으로 찾아내어 단죄하는 것이 또한 법이며 경찰이 지켜야 하는 정의일 터다.

어느 하나도 잡지 못했다.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인 강만수도, 유해미도, 그렇다고 경찰이 엄정하게 법과 정의를 세워 범죄자를 단죄하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소리 지르고, 눈물로 호소하고, 윽박질러 다그치고, 강력반이란 그 위를 표류하는 어설픈 뗏목과도 같다. 그 어디에도 발붙이지 못한 채 헤매고 있을 뿐이다. 정작 허은영(박선영 분)과의 술자리에서 피해자가 가해자이고 가해자가 피해자인 모순된 현실에 대해 토로하고 잇는 정일도(이종혁 분)의 모습에서 전혀 아무런 공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표면만 훑고 있다. 진심으로 그 내면으로 다가가려 하지 않는다.

하기는 어쩌면 그것이 이 드라마의 주제일 테니까. 가해자이지만 가해자가 아닌 정일도와 피해자이지만 피해자일 수 없는 박세혁(송일국 분), 박세혁은 정일도에 대한 분노를 불태우지만 그러나 정일도에게는 그에 대한 어떠한 잘못도 책임도 없다. 오히려 정일도에 대한 증오를 감추지 않는 박세혁이 불합리하고 부당해 보일 정도로 그들의 관계는 모순 그 자체를 담고 있다. 강력반이라고 하는 틀 안에 공존하는 이 두 사람이 서로 화해하기 위해서는 그 모순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 죄에 대해서. 책임에 대해서. 너무 일찍 그런 것들을 풀어놓기에는 아직 드라마의 남은 분량이 많다. 여기서 벌써 끝낼 수 없다.

그래서일 것이다. 오히려 사건보다는 허은영과 박세혁의 이혼에 얽힌 사연이 더 기억에 남는 것은. 국회의원인 허은영의 아버지가 허은영과 박세혁의 이혼에 깊이 개입해 있고, 이것이 완전히 단절되어 있는 듯한 허은영과 박세혁의 관계를 흔들어 버린다. 허은영이 박세혁에 대한 조민주(송지효 분)의 감정을 알게 되고, 박세혁도 역시 위험한 순간에 조민주의 진심을 듣게 되고, 그리고 마침내 박세혁과 허은영 사이에 태어난 딸 해인의 죽음에 정일도가 관련되었다는 사실을 허은영이 알게 되며 이야기는 점입가경을 이룬다. 과연 드라마는 이후 어떻게 전개될까? 이들의 관계는 어떻게 발전되어 갈까?

새로 팀장으로 발령받은 임경은(김선경 분)의 캐릭터를 모르겠다. 입이 험하고 짓궂은 농담을 잘한다는 정도? 베테랑인 것은 알겠다. 하지만 과연 임경은이 투입되어 강력반의 팀워크에 변화가 온 것이 뭐가 있을까? 현대의 수사란 철저한 팀작업일 텐데도 어쩐지 형사들이 모두 따로따로 제각각인 듯 보이는 것은 그만큼 캐릭터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남태식(성지루 분)은 이번 사건에서 뭘 했는가 모르겠다.

아니 그것이 어쩌면 리얼리티인지도 모르겠다. 예전처럼 몇몇 뛰어난 수사관에 의해 사건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매뉴얼에 의해, 철저한 분업과 협엽에 의해, 누가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게 사건은 해결된다. 누구 한 사람 두드러져 보이기 전에 그런 시스템에 의해 수사는 이루어지고 사실상 드라마가 담아내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은 한계가 있다. 그렇다 보니 결국은 주변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이리라.

아무튼 초반 유혜미가 용의선상에 오른 것부터 인터넷 취업카페에서의 유혜미와 박은아의 갈등 등이 너무 드라마의 흐름을 흐트러놓은 것이 아닌가. 지나고 나면 과연 그 장면이 거기에서 필요했을까? 더구나 카센타를 운영하는 김정욱이 박은아 납치와 관련한 증언자로 등장하는 부분도 그렇다. 김정욱의 증언대로 박은아가 누군가의 차에 자발적으로 탔다면 그것은 또 어떻게 된 사연일까?

즉 유혜미와 박은아의 다툼에 이번 사건과의 어떤 유기적 개연성이 있는가? 김정욱은 어떻게 그 순간 박은아가 납치되는 것을 보았고 그렇다면 사건의 개요는 어떻게 되는가? 그보다 김정욱의 증언은 사실이었는가? 사실 사건에 대한 묘사조차 충분치 않다. 이 모든 것들이 어떻게 하나의 사건 안에 유기적으로 담기 수 있는지. 마지막 강만숭와 유혜미, 그리고 박세혁의 악다구니 속에 그런 것들이 묻혀버린 것은 아닌지.

참 판단하기에 애매한 드라마다. 수사드라마인가? 아니면 애정드라마인가? 추구하는 것은 리얼리티인가? 아니면 히어로물인가? 정의를 추구하는가? 인정을 추구하는가? 영웅인가? 반영웅인가? 아마도 강력반러브스토리가 그 핵심이 될 테지만. 무엇보다 이야기의 완성도부터 많은 생각을 하게끔 만든다. 많이 미흡하고 많이 부족하다. 그래서 미련이 남는지도 모른다.

안타까운 사연과는 달리 그것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한 구성이 정말 아쉽다. 사건과 전혀 따로 노는 형사들 모습 역시. 그리고 그보다 더 부각되어 보여지는 등장인물들 사이의 러브라인도. 이것도 하나의 개성이라면 개성이겠지만. 그리 좋은 개성까지는 아닐 테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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