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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리 칼럼] "여성 정치인 명성황후"에 대한 편견, 결국 우리 이야기다
2016년 04월 11일 (월) 12: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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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리 칼럼니스트 sarah_voice@naver.com

[스타데일리뉴스=공소리 칼럼니스트] 우리에게 명성황후란 어떤 인물일까. 조선왕조의 마지막 왕비, 시아버지인 흥선대원군과 대립한 왕비, 외세의 물결에서 조선을 지키기 위한 정책을 펼친 왕비, 혼란스러운 개화기에 외세를 끌어들인 왕비, 세도정치보다 더 큰 기득권을 누린 중전, 영리한 외교를 했던 정치인, 거액의 국고를 사용한 왕비, 을미사변과 을미의병, 임오군란의 원인 제공자 등 다양한 이미지가 연상될 것이다.

명성황후에 대한 과장과 편견이 전해지면서 올바른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역사 인물에 대한 왜곡된 평가는 결국 역사를 왜곡하게 된다.

명성황후에 대한 평가와 견해는 주관적이지만, 중전 민씨가 정치인이었다는 점을 놓치고 바라본다면 브라운관 사극이나 뮤지컬 내용 등 이하로 전락할 수 있다.

조선은 유교사상과 정도전이 세운 조선경국전을 바탕으로 체계가 잡힌 나라였다. 유교 기반인 군신 국가에서 왕비의 정치 관섭은 힘든 일이었다. 나라의 어른(대왕대비 등)이 섭정하는 경우 등 이전 여성 정치세력과 다르게 중전 민씨는 정치 행보는 특이하다. 왕실 내명부를 획득해 기득권을 쌓던 세도정치 등과도 큰 차이를 보인다. 중전 민씨는 직접 정책을 펼치고, 외교에 나섰기 때문이다.

민비인가 명성황후인가

명성황후, 조선 고종의 왕후 민씨는 165년 전(1851년)에 태어나 1866년 흥선대원군의 처가인 여흥 민씨 가문으로 사고무친한 배경에 주목받아 왕후로 간택된다. 이후 1895년 8월 20일 생을 마감할 때까지 44년 생애 동안 정치 역사상 가장 파란만장한 여왕으로 살았다.

명성황후를 민비라고 불러도 문제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1897년 고종은 대한제국을 선포하면서 황제가 됐다. 같은 해 중전 민씨의 능호를 홍릉으로 고치고 정확히 3월 2일, ‘명성황후(明成皇后)’라는 시호를 내렸다.

왕과 왕비에게 죽은 후에 시호를 내리는 것은 상식이다. 게다가 조선왕실에서 대한제국 황실로 격상되면서 고종(광무)황제가 죽은 왕비를 황후로 승격시켰으니 황후에게 ‘민비’라는 호칭은 더더욱 어울리지 않는다.

가령, 명성황후의 살아있을 때는 직위와 이름을 붙여 ‘중전 민씨, 왕비 민씨’ 등으로 불릴 수 있다. 사후 추존되면 시호와 직위를 붙여 ‘명성황후’라고 칭하는 게 맞다. 또한, 강제 폐위된 왕비도 아닌데 ‘민비’라 부르는 것은 격하시킨 표현이다.

‘민비’라는 표현이 일제의 영향이라는 것을 망각하면 안 된다. 고종황제는 일제에 의해 강제 폐위당하고 명성황후도 마찬가지로 격하시켰다. 그런데 ‘민비’라는 호칭을 부르는 것은 일제가 고종을 강제 폐위시켜 격하시킨 것을 동조하는 것과 진배없다.

한편 1983년 이후 '성+비'로 된 '민비'는 공식명칭이 아니니 호칭으로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학계와 대한민국 정부에서 결론을 내렸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명성황후의 희대의 상(賞)이었을까, 쌍(傸)이었을까?

명성황후는 여성정치인이었다. 왕후 민씨는 흥선대원군을 물러내고 고종이 친정하게 했으며 조선의 개화기 바람 속에서 외교정책으로 조선을 지키려 했다.

시아버지인 흥선대원군과 정치적으로 대립했던 왕후 민씨는 임오군란 때 생명의 위협을 받고 호위무사 홍계훈과 여주로 피신한다. 이 때 대원군은 정권을 장악하고 왕후 민씨의 국상을 강행한다. 군란이 잠잠해지자 왕후 민씨는 고종에게 생사를 알리는 밀서를 보내고 청나라에 지원을 요청한다. 청의 군사들은 대원군을 청국의 천진 보정부로 납치해 연금시키고, 중전은 궁궐로 복귀하게 된다.

세도정치를 타파하고자 몰락한 집안의 민자영을 왕후로 간택한 흥선대원군의 선택은 실패한 것이다.

그러나 1894년에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나고 궁에서는 동학군의 주도자 전봉준이 대원군을 추종하고 사주를 받았다고 해석한다. 이후 전주성을 점령한 동학군이 한양을 점령해 고종을 폐위시킨다는 첩보를 받은 왕후 민씨는 서둘러 청에 군을 요청한다. 청은 인천에 상륙하므로 톈진조약을 어기게 되는데, 이에 일본은 아산으로 대군을 파견해 동학군을 진압하고 청의 군대까지 몰아내면서 왕후 민씨와 대립하는 대원군을 궁으로 복귀시킨다.

이 계기로 일본은 대원군을 등에 업고 왕후 민씨를 대적하면서 친일내각을 세워나간다. 하지만 왕후 민씨는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서양세력과 손잡고 일본을 물린다.

조선을 침략하려는 일본은 청에 이어 서양세력과 외교정책을 펼치는 왕후 민씨가 큰 걸림돌이었다. 결국,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난 지 일 년여가 지난 1895년 경복궁 건청궁 옥호루에서 일본 낭인들은 명성황후를 시해하고 시신까지 불태워버린다.

명성황후는 아직도 여성(정치인)이기 때문에 고통받는다.

명성황후에 관한 현대의 많은 작품에서 무예청 별감으로 알려진 홍계훈이 자주 등장한다. 홍 씨는 임오군란 때 중전 민 씨를 탈출시키고, 동학농민운동 때 공으로 훈련대장에 올라 을미사변 때 광화문을 지키다 죽었다.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는 이미지는 정치인 명성황후의 정치적 이력보다 호위무사 홍 씨와 애정전선을 그리는 소설적인 면이 더 크다.

마찬가지로 을미사변 때 중전 민씨를 비롯한 궁녀들이 성적으로 폭행당했다는 항간의 이야기 따위가 고증된 역사보다 더 쉽게 영향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언론계에서 흔히 전 대통령 중 누군가가 ‘허리띠 밑에 이야기는 거론하지 않는다’는 말이 농담처럼 떠돈다. 정치, 언론 직업군은 남성의 수가 압도적이다. 남성의 성적 사생활은 서로 보호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명성황후에 대한 이미지와 평가는 아직 남성중심관에서 벗어나지 못한 현대 여성에 대한 인식과 별다를 바 없다. 남성보다 여성에게 성적으로 관대하지 않은 한국에서 한 나라의 여왕에서 황후로 격상된 정치인 명성황후는 여성으로, 성적으로 공격당한다.

“여성 정치인 명성황후"에 대한 편견, 결국 우리 이야기다.

암탉이 운다고 집안이 망하지 않는다. 여성 정치인에 대한 편견 없는 기준을 세우지 않는다면 정계에 여성입석을 늘리기 위한 중앙과 정당들의 모습은 인구 절반인 여성을 참작한 포퓰리즘에 불과하다.

명성황후에게 붙는 꼬리표의 속뜻에 ‘여성 비하’가 담겨 있다면 단순히 역사 인물에 대한 편견에 그치는 게 아니다. 정계 여성, 모든 직업을 가진 여성, 그리고 한국의 여성을 “성”으로 논하기는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여성이라는 편견이 거두고 인물을 보는 사회가 되려면 우선, 명성황후를 “여성, 정치 외(外)인”이 아닌 “정치인”으로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현재 여성의 의식적인 기득권을 지키는 것과 연결되는 일이다.

여성이라는 이름표에 갇혀 평가받고 싶은가. 이면에 성적인 평가가 따라붙어 가치의 본질이 훼손된다면 어떨까. 사회 이면에 떨치지 못한 “여성 편견”을 바로 세우지 못하면 여성의 사회 고위급 진출은 계속 한계에 벗어나지 못하고, 물리적 기득권을 떠나 의식적인 기득권마저 놓치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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