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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2.07 09:44

힐링캠프 "최민식이 더 이상 TV드라마에 출연하지 않게 된 이유..."

한국 드라마 제작환경의 열악함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배우가 자신이 맡을 배역에 대해 연구하고 분석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자기가 해야 할 대사와 동작들에 대해서도 면밀히 살피고 깊이 이해하는 과정 역시 보다 배역에 충실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일 것이다. 그런데 그 과정들이 어색하다.

배우 최민식이 더 이상 TV드라마를 하지 않게 된 이유였다. 어느날 연극을 하는데 몇 번이고 대사를 읽고 분석하는 과정들이 너무 번거롭게 여겨지더라는 것이었다. 고작 대사 한 마디 하는데 왜 저리 노력과 시간을 들이는가? 그러나 드라마 제작환경이란 그런 것들이 너무나 당연하게 익숙해져 있더라는 것이었다. 작년 떠들썩했던 한예슬의 이야기도 나왔었다.

쪽대본에, 어쩔 수 없이 대본이 오기를 기다리며 바로 그때그때 찍어야 하는 촬영일정에, 오죽하면 연예인을 본다는 즐거움에 잠도 안 자고 내내 깨어있었다는 로드매니저조차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그만두고 말았겠는가. 대부분의 시간을 차안에서 대기하며 불규칙한 일정에 발목을 잡힌 채 배역에조차 충실하지 못한다.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어지간하면 배우의 연기력에 대해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이다. 연기가 좋으면 오히려 칭찬을 하고, 연기가 어지간히 어색해도 납득하고 만다. 심지어 작가 자신조차 빡빡한 일정에 제대로 검토를 거치지 않고 대본을 써서 보내는 바람에 결국 드라마가 산으로 가는 경우마저 있지 않은가 말이다. 오늘 찍은 장면이 바로 당일 방영되는 환경에서는 미리 많은 분량을 찍어놓고 편집을 통해 압축하는 과정도 사치에 불과할 수 있다. 고작 일주일 동안 어지간한 영화 한 편 분량을 넘어서는 140 분량을 촬영하지 않으면 안된다. 정말 우리나라 배우나 스태프나 작가는 천재라는 말로도 표현이 불가능하다. 대단한 사람들이다.

그렇다고 영화촬영현장은 나은가 하면 <파이란>에 대한 일화를 이야기하는데 가관도 아니었다. 외국의 배우를 불러 계약서까지 쓰고 촬영하면서 계약한 내용조차 지키지 않고 열악한 조건들을 강요하고 있었다니. 과연 장백지와 같은 배우들에 대해서까지 이러한데 스태프에 대해서는 어떠할까 짐작이 되는 대목이었다. 그나마 드라마보다는 여유를 두고 찍는다는 점이 나은 것 같다.

요즘은 많이 나아졌을까? 드라마는 작년 한예슬의 경우를 보더라도 그다지 나아진 것 같지 않다. 최근 방영중인 드라마 가운데서도 벌써부터 당일 찍은 장면을 당일 내보내는 경우가 심심찮게 발견되고 있다. 배우도 고생이고 스태프도 고생이다. 작가라고 제대로 면밀한 검토를 거쳐 완성도 높은 대본을 쓰고 싶은 욕심이 있을 것이다. 하기는 그럼에도 여러가지 욕심이 서로 맞물린 결과가 항상 말이 나오면서도 고쳐지지 않는 드라마제작환경일 것이다. 굳이 한예슬의 경우까지 언급하며 그런 부분들을 지적한 것은 확실히 대선배다운 모습이었다.

그다지 치명적이지도 핵심을 제대로 짚지도 못하는 언론의 인터뷰 관행 역시 인상깊었다. 프랑스의 기자인데 동아시아의 작은 나라에서 온 무명배우에 대해서조차 그 필모그래피를 꿰고 있었다. 얼마나 철저한 사전준비를 통해 인터뷰를 진행하는가? 물론 우리나라에도 훌륭한 인터뷰어들이 많다. 다만 그럼에도 보도자료에 불과한 내용을 인터뷰라고 내놓는 관행에 대해서는 한 번 쯤 짚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최민식이라는 배우를 과연 당시 인터뷰한 프랑스 기자 만큼 한국의 대중들은 이해하고 있는가. 최민식 자신도 당황했다고 말하고 있다.

아마 가장 좋은 인터뷰란 인터뷰를 하는 인터뷰이 자신조차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인터뷰일 것이다. 진지하면서도 솔직한 대답 속에 어느새 자신조차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자신을 발견해나간다. 쉽지는 않지만 그런 쉽지 않은 일을 하기에 언론인이란 어느 사회에서든 지식인으로 대접받는 것이다. 인터뷰들이 너무 쉽다. 전부는 아니지만 그런 예들이 너무 많다는 점이 아쉽다. 모든 것이 어쩌면 너무 쉬워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칸느마저도 천박한 상업주의 쇼라고 비판할 수 있는 프랑스 언론의 완고함에 감탄하고, 그러면서도 최민식의 칸느에서의 경험들에 귀를 기울인다. 샤론스톤과의 만남이라든가, 칸느 영화제의 분위기, 어쩌면 많이 다루었겠지만 또한 새롭고 즐겁다. 배우와 감독, 대중예술인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예우해주는, 그러면서도 그 평가에 있어서는 냉혹한 예술을 즐길 줄 아는 대중을 만난다.

대학시절부터 연극무대에 데뷔하고, TV에 출연하며 스타가 되고, 그리고 마침내 연기와 자유를 쫓아 TV가 아닌 연극무대로 돌아와 영화로 진출하고, 그리고 영화촬영장에서 만난 많은 배우의 이야기들, 유승범, 하정우, 유지태, 강혜정, 한석규, 영화 <올드보이>에서 유지태가 맡았던 역할에 원래 한석규를 추천했다는 대목도 흥미로웠다. 과연 최민식과 한석규가 함께 만든 <올드보이>는 어떤 느낌이었을까? 유지태 역시 훌륭한 배우였다. 한 배우의 일생을 짧지만 진하게 되짚는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마지막 영상메시지에 이어 직접 출연한 대학시절의 은사 안민수 교수였다. 그야말로 펑펑 울고 있었다. 혹시나 부족하지 않을까. 혹시 미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그것이 스승일 게다. 배움을 여전히 이루지 못하고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런 최민식을 안민수 교수는 최고의 제자라 추켜주고 있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은사 안민수 교수가 특별초대손님으로 출연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진정한 '힐링'을 하는 <힐링캠프>였었다. 역시나 안민수 교수에게서 배운 대학선배 이경규마저 그 순간 공손한 자세가 되어 있었다.

과연 배우는 몸관리도 일이구나. 아니 그것이 프로다. 자기 몸을 관리하고, 철저히 약속을 지키고, 규칙 속에 산다. 프로란 엄격한 규칙 속에 자신을 지키는 존재다. 최민식은 다름아닌 배우였다. 이번주 주제였을 것이다. 입담도 어지간하니 재미있었다. <힐링캠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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