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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문지훈 기자
  • 영화
  • 입력 2016.04.07 16:18

[리뷰] ‘시간이탈자’, 스릴러와 로맨스의 환상적인 하모니

▲ 조정석, 곽재용 감독, 임수정, 이진욱 ⓒ스타데일리뉴스

[스타데일리뉴스=문지훈 기자] ‘거장’ 곽재용 감독은 관객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클래식‘, ‘엽기적인 그녀‘,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등 유수의 멜로드라마를 탄생시킨 곽 감독은 ’감성추적스릴러‘라는 타이틀을 내건 ’시간이탈자‘에서도 장기인 멜로 감성을 풍성하게 녹여 냈다. 멜로를 위한 스릴러, 스릴러를 위한 멜로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두 장르는 자연스럽게 융화됐고, 곽재용 감독만의 새로운 장르가 탄생했다. 

1983년을 살고 있는 고교 교사 지환과 2015년을 살고 있는 강력계 형사 건우는 각각 1983년과 2015년 1월 1일 우연한 사고를 겪게 되고 이 때부터 꿈속에서 서로의 일상을 보기 시작한다. 시간이 흘러 이들은 상대가 자신과 30여 년의 시간을 사이에 두고 살고 있단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던 중 건우는 80년대에 벌어진 미제 살인 사건을 조사하다가 꿈에서 본 지환의 약혼녀 윤정이 살해됐다는 기록을 우연히 발견하고, 지환 역시 건우를 통해 윤정의 죽음을 미리 알게 된다. 그 때부터 두 남자는 윤정을 살리기 위해 30년의 시간 차이를 초월해 함께 힘을 모아 사건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 임수정, 이진욱 ⓒ스타데일리뉴스

곽재용 감독은 두 시대에 벌어진 사건의 연결고리를 흥미롭게 구축했다. 사건 전개도 입체적이다. 사건이 하나씩 해결되고 전말이 드러날수록 현재와 과거가 맞물려 변화하는데, 감독은 이 복잡한 과정을 한 치의 어색함 없이 짜임새 있게 연출해냈다. 탄탄한 짜임새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러적 요소에 감성을 울리는 멜로가 추가됐지만 결코 과한 느낌은 없다. 멜로가 스릴러의 동기가 되고, 스릴러는 멜로 감성의 극대화를 도우며 조화를 이룬다.  

사실 시간 소재 영화는 흔해져 버렸고, 그러한 작품들의 고정된 이미지와 한계도 존재한다. 시간 소재 영화들의 가장 큰 딜레마는 정해진 미래(운명)는 바꿀 수 없다는 것. 그렇지만 ‘시간이탈자’는 운명이라는 거대한 힘을 뛰어넘는 가장 강력한 인간의 의지, 즉 사랑의 위대한 힘을 보여준다. 작품의 두 시대적 배경인 1983년과 2015년에 국한되지 않고 어느 시대 어느 지역에서도 가능한, 원형에 가까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 조정석, 임수정 ⓒ스타데일리뉴스

세 캐릭터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단연 조정석. 그가 바로 작품의 중심을 이끌고 기승전결에서 중역을 담당하는 실질적인 주인공이다. 조정석은 풍부한 감정 표현과 디테일한 연기력으로 지환 캐릭터의 인간적 매력까지 부각했다.

이진욱의 깊은 눈빛과 아우라는 사건을 파헤치는 형사에 안성맞춤이었다. 극의 포문을 연 그는 마지막까지 빛나며 존재감을 각인한다. 조정석과 이진욱은 작품 속에서 직접적으로 교류하진 않지만, 관객들에게 이들의 협업과 케미스트리는 충분히 느껴질 것이다.

1인 2역을 맡은 임수정은 다정하고 여성스러운 매력을 지닌 1983년의 윤정과 당차지만 사랑스러운 2015년의 소은, 둘의 차이점을 노련하게 캐치하고 표현해 작품에서 큰 축을 담당한다. 자주적이고 운명을 개척해나가는 캐릭터는 아니지만 두 시대를 넘나드는 임수정 캐릭터의 연기 난이도는 가장 높아 보였다. 

관객들은 극 초반에 나오는 흥미로운 상상에 공감하며 빠져들고 중간에서는 범인의 정체에 몰입하게 되며, 후반부에선 이야기의 전말을 이해하며 감동에 벅차오를 것이다. 안정적인 세 중심점을 형성하며 롤 플레잉을 펼치는 배우들의 호연도 작품 완성도에 크게 일조한다.

‘시간이탈자’는 오는 4월 13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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