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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6.04.05 07:12

[김윤석의 드라마톡] 동네변호사 조들호 3회 "60분을 뒤집는 마지막 5분, 노란우산의 기적"

진부함을 누르는 박신양의 존재감, 연출이 지루함을 이기다

▲ 동네변호사 조들호 ⓒSM C&C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동네변호사 조들호. 기대한 그대로 아무런 반전도 놀라움도 없이 무료하게 이어지던 시간이 마지막 5분에 뒤집히고 말았다. 절로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렇게도 되는구나. 이런 식으로도 풀리는구나. 이제 다 끝났구나 싶은 순간 전혀 예고도 없이 한순간에 모든 것이 뒤집어지고 말았다. 바로 그곳에 그토록 애타게 찾아헤매던 결정적인 증거가 숨어 있었다. 바로 자신의 눈앞에.

사실 추리드라마였다면 반칙이라 할 수 있었다. 사건현장에 우산이 있었는지 시청자의 입장에서 전혀 어떤 단서도 주어지지 않았었다. 할머니가 들고 있는 우산이 그 우산일 것이라는 추측도 불가능했다. 단지 겨우 찾은 유일한 증인이 치매증상을 보이는데 어떻게 법정에서 그 증언의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인가 그것만 고민하고 있었다. 하기는 그래서 추리가 아닌 수사이고 조사인 것이다. 인간의 인지도 의지도 닿지 않는 더 넓은 어딘가에서 마치 숨겨진 보물처럼 결정적인 단서가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수사는 머리가 아닌 발로 하는 것이다. 그곳에 직접 가지 않으면 증거도 역시 발견할 수 없다. 할머니를 직접 찾아가고 긴 이야기를 나눈 끝에 할머니가 펼쳐든 우산에서 그것을 찾아내고 만다. 우연이지만 필연이다.

아니나다를까 거의 마지막까지 드라마는 기대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 지루함과 진부함 그 자체를 보여주고 있었다. 주인공 조들호(박신양 분)가 겨우 손에 넣은 증거동영상을 부주의하게 책상서랍에 넣은 채 자리를 비우는 장면에서 반드시 그를 뒤따르던 검은 옷의 사내가 그것을 빼돌릴 것이라 예상했었다. 조들호와 이은조(강소라 분)의 끈질긴 설득에 어렵게 법정에 증인으로 선 피고인 변지식(김기천 분)의 아들 변승모(손승원 분)에 대해서도 이미 한 번 아들을 대신해서 죄를 뒤집어 썼던 아버지인데 이번에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란 예상을 해 볼 수 있었다. 신지욱(류수영 분)의 협박은 분명 변승모 자신에게도 어느 정도 위협이 되었을 테지만 그보다는 아들을 전과자로 만들고 싶지 않은 피고 변지식의 부정을 결정적으로 뒤흔들고 있었다. 정해진 공식처럼 모든 수단을 잃은 채 이대로 한 번의 패배는 감수할 수밖에 없다.

워낙 강한 상대들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로펌과 대한민국 검찰이 손잡았다. 굴지의 대기업 대화그룹이 그 뒤에 버티고 있다. 과거 실적과 실력으로 인정받던 검사시절에도 끝내 그들의 연합을 이기지 못하고 오욕속에 내쫓겨야만 했었다. 이제 겨우 노숙자 생활을 청산하고 변호사로서 첫발을 내딛는 주제가 감히 어찌해 볼 수 있는 대상은 아닌 것이다. 너무 쉽게 주변을 감시당하고, 너무나 간단히 단서를 빼앗기고, 유일하게 남은 수단이 무력화되는데도 그냥 지켜보고만 있어야 했다. 결국 자신의 의뢰인이 법정에서 짓지도 않은 죄로 유죄판결을 받는 장면을 지켜보아야만 했었다. 역시 이대로 한 번은 지고야 마는 것인가. 아니 한 번이라도 이겨보기까지 도대체 몇 번을 더 이런 식으로 져야만 하는 것인가. 하지만 아무리 드라마라도, 아니 드라마이기에 너무 지기만 하는 것도 시청자 입장에서 못할 노릇이다. 바로 저들이 전혀 생각지도 못한 허점을 파고들어 전혀 의외의 곳에서 반격을 준비한다.

과거 자신의 장인이기도 했던 거대로펌 금산의 대표 장신우(강신일 분)를 찾아가 선전포고를 한 뒤 바로 정체를 감추고 사건의 당사자인 대화그룹 정회장의 아들에게 접근한다. 술에 취해서 인사불성인 정회장의 아들에게 접근해서 당시의 사실들에 대한 증언을 유도한 뒤 직접 현장으로 찾아가 아직 누구에게도 발견되지 않은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내려 한다. 유일한 증인이라 여겼던 가게의 할머니는 치매로 정상적인 사고나 판단이 어려운 상태였다. 할머니로부터 증언까지 받아냈지만 그러나 여전히 할머니의 증언능력은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그런데 설마. 그제서야 할머니의 기억을 통해 사고 당시의 상황을 영상으로 보여준다. 우산이 그곳에 있었다. 그곳에서 피해자의 피와 가해자가 타고 있던 차의 타이어자국을 그대로 증거로 남기고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이것은 사건을 뒤집을 수 있는 명백한 증거다. 하루를 기다리기가 안달난다. 여기까지 왔는데 또 하루를 기다려야 한다.

역시 고민한다. 감동은 고마움으로, 고마움은 미안함으로, 미안함은 다시 죄책감으로 이어진다.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 그런 좋은 뜻으로 변호를 맡았던 것이 아니었다. 믿었던 것이 아니었다. 알았던 것이었다. 알았기 때문에 믿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고맙다 말해주고 있었다. 그런 자신이 고맙다며 오히려 자신을 위해 변호해주고 있었다. 변호사란 무엇인가. 변호사란 과연 어떤 직업인가. 자신이 짓지도 않은 죄로 처벌받는 것은 너무 억울하다. 아무 잘못도 없는데 단지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서 무죄조차 주장하지 못하고 죄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부당하다. 하필 그래서 변지식은 노숙자였다. 그야말로 가진 것 없이 이 사회의 경계 밖으로 내몰린 사람이다. 부정은 그의 인간다움을 보여준다. 더구나 조들호는 고아였다. 아버지가 없었다. 반드시 변지식을 무죄방면되도록 만들겠다. 변호사로서 처음 가지게 된 자각이다. 그리고 같은 순간 파트너인 이은조 역시 변호사로서 중요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변호사로서 자신이 해야만 하는 일에 대해 고민한다. 자신이 갖추어야 할 자격에 대해 생각한다. 자신이 속해 있는 대형법무법인 '금산'의 감춰져 있던 어두운 그늘의 모습이 그녀의 고민을 깊게 한다. 다행히 이은조에게도 '금산'에 고용되고 처음 맡게 된 사건이 바로 변기식의 변론이었다. 변기식의 변론을 함께 맡게 된 것이 바로 조들호였다. 이은조도 친아버지가 없다. 조들호와 이은조의 고민과 성장은 미래가 보장된 검사 신지욱(류수영 분)의 갈등과 정체에 대비되고 있다. 아직은 검사로서보다 주변에 너무 얽매여 있다. 

역시 드라마에는 스토리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기술 역시 중요할 것이다. 뻔한 이야기도 뻔하지 않게, 지루하고 진부한 이야기도 흥미진진하게끔. 박신양의 존재감이 확실한 중심을 잡아준다. 마음을 놓을 틈을 주지 않는 연출은 탁월하다. 역시 마지막 우산의 등장은 화룡점정이었다. 감탄한다. 한 순간에 인상을 결정한다.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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