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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6.03.29 08:01

[김윤석의 드라마톡] 동네변호사 조들호 1회 "그들이 약자의 편에 서는 이유"

익숙함과 편안함, 예상되는 재미를 위해

▲ 동네변호사 조들호 ⓒSM C&C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동네변호사 조들호. 문득 한국사회에 만연해 있는 증오라는 감정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어째서 많은 한국드라마에서 법조인인 주인공들이 사회의 법과 정의를 지키고자 나설 때는 후회와 죄책감, 혹은 원한과 같은 개인의 주관적인 사정과 감정들이 그 동기가 되고 있는 것일까? 현실에서도 이미 많은 법조인들이 개인의 양심과 보편의 정의를 쫓아 아무런 보상도 이익도 없는 어렵고 힘든 길을 꿋꿋하게 걸어가고 있다. 반드시 그런 과정을 거쳐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역시 첫째는 법이란 단지 개인의 출세를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았던 지금까지의 문화였을 것이다. 불과 얼마전까지도 오로지 집안을 일으키고자 가족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사법고시에만 매달리는 고시생의 모습이란 여러 대중매체에서도 심심치않게 등장하던 요긴한 소재였다. 사법고시라도 합격하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판검사가 되고 변호사가 되면 사회적 지위까지 달라졌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여전히 판검사든 변호사든 법과 관련되면 돈도 많이 벌고 사회적으로도 지위가 상당히 높은 부러운 직업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누군가 그렇게 어렵게 공부해서 법조인까지 되어 놓고 생기는 것도 없고 몸과 마음만 고단한 힘든 길을 스스로 선택해서 걸어가고자 한다. 쉽게 납득할 수 있을까?

이를테면 개연성이다. 즉 양심적인 법조인으로 거듭나기 전의 모습이야 말로 대중이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현실의 법조인의 모습인 것이다. 출세를 위해 법도, 정의도, 법조인 이전의 인간으로서의 양심마저 아무렇지않게 내팽개친다. 부와 권력을 쫓아 범죄자를 감싸고 억울한 이에게 누명을 씌운다. 두 번 째 이유다. 법은 불공평하다. 불공정하다. 오로지 가진 자들, 힘있는 자들을 위해서만 존재한다. 그에 봉사하는 것이 법조인이다. 그런 모순과 부조리가 지배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사회다. 따라서 누군가 진정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사회의 법과 정의를 지키기 위해 어려운 길을 스스로 선택하려 한다면 그에 대한 인식 역시 공유하지 않으면 안된다. 대중이 스스로 가지고 있는 현실에 대한 원망과 분노를 함께 가지지 않으면 안된다. 법은 그 원망과 분노를 해소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것이 곧 사회의 법이고 질서고 정의다.

설마 자기에게 그런 일들이 생기리라고 전혀 상상조차 못했을 테니까. 고아원에서 함께 자란 동생이 느닷없이 방화범이 되어 자신의 앞에 나타났다. 아무 잘못도 없는데 돈과 권력을 가진 누군가를 대신해서 죄를 대신 쓰기로 한 것이었다. 차라리 그때도 자신의 이기적인 야심만을 쫓았더라면. 하지만 주인공 조들호(박신양 분)의 야심이 지극히 개인적인 욕망에서 출발했듯 함께 자란 고아원 동생을 버려둘 수 없는 것 역시 개인의 인정과 감정에 속하는 것이었다. 바로 그 강일구(최재환 분)가 3년만에 소매치기가 되어 자신의 앞에 나타났다가 한순간에 어이없이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하고 말았다. 후회의 눈물을 쏟아낸다. 동생을 향해 내뱉은 독한 말들에 대한 죄책감에 괴로워한다. 그리고 하필 그 순간 하마트면 강일구가 범인이 될 뻔했던 그 사건에 대한 또다른 재판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강일구를 기소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손으로 모든 증거들을 묻어버린 그 사건의 거짓된 재판을 앞두게 되었다.

이후의 전개는 제목만 봐도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그려진다. 다만 노숙자가 되어 떠도는 주인공 조들호의 모습과 거짓된 재판에 대한 뉴스를 보고 변호사로 돌변하는 짧은 과정들이 상당히 극적으로 흥미롭게 묘사되고 있었다. 그야말로 나락으로 떨어졌다. 촉망받던 검사에서 죄인이 되었고 노숙자가 되어 비참한 삶을 살고 있었다. 동생의 죽음을 계기로 자신의 손으로 묻었던 진실을 되찾고자 한순간에 변호사로 돌아가려 한다. 말 그대로 극적이다. 드라마니까 가능하다. 재판중인 재판정으로 쳐들어가 피고인의 변호인임을 주장한다.

젊지 않다는 점도 흥미롭다. 이혼한 아내가 있고 아내와의 사이에 오랫동안 보지 못한 딸도 있었다. 하필 거대로펌의 대표가 이혼한 아내의 아버지였다. 검찰조직내부에 악연도 있다. 아직 풀지 못한 숙제처럼 사회의 거악으로서 정회장(정원중 분) 역시 건재하다. 그냥 변호사로 돌아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가롭게 그저 힘없고 가난한 이들의 억울한 사건들만을 풀어가기에는 방영되는 시간대가 많이 아깝다. 풋내기 변호사 이은조(강소라 분)가 더해진다. 아직은 의욕만 앞서는 신출내기다. 악연인지 인연인지 벌써 몇 번이나 마주쳤다.

뻔해서 좋은 점은 익숙하다는 것이다. 굳이 더 깊이 더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이 오로지 관성과 직관으로만 보이는대로 받아들인다. 선과 악의 경계도 명확하다. 적절히 주인공의 과거를 세탁하며 연민과 동정을 더한다. 그리고 역시 가장 선명한 감정은 복수심이다. 선과 악만큼 적 또한 너무나 분명하다. 조들호를 몰락시킨 그들이 당장 응징해야 할 적이며 악이다. 편하게 지친 감정과 이성을 쉬게 한다. 정의는 승리한다. 강자를 몰락시킨다. 일단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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