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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품은 달 "중전 윤보경의 비극, 정치와 권력의 사이에 낀 가련한 여인의 운명..."
가련하지만 동정도 연민도 할 수 없는 안타까운 사정에 대해...
2012년 02월 03일 (금) 09:3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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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기자 azzasi@stardailynews.co.kr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어찌 보면 가장 가엾은 캐릭터일 것이다. 원작에서는 그나마 이름조차 없었다. 선택할 기회조차 없이 세자빈이 되었고, 중전이 되었고, 그러나 아버지의 딸이라는 이유로 끝까지 아내로서 사랑 한 번 받아보지 못했다. 잠시라도 중전의 자리에 올랐다는 기록조차 없이 아버지로부터도 버림받은 채 홀로 쓸쓸히 죽어가야 했었다. 그나마 드라마에서는 윤보경이라는 이름이나 주어졌을까?

고작 13살이었다. 권력이 뭔지 정치가 뭔지 이해하기에는 아직 너무 어린 나이였었다. 비록 권신 윤대형(김응수 분)의 딸이었지만 가문이라는 것이 무언지도 온전히 이해하기란 아직 한참 어린 나이였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녀는 이미 정치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권력의 중심에서 아버지와 가문의 이름을 등에 업고 있었다. 아직 아무것도 모른 채 그녀는 그렇게 남편인 국왕(김수현 분)과 아버지의 사이에서 그녀가 선택하지 않은 운명을 강요당하고 있었다.

단지 남편이기를 바랬다. 남편의 아내이기를 바랬다. 그러나 그녀는 중전이었다. 그 이전에 외척 윤대형의 딸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남편은 외척 윤대형과 대척점에 있는 조선의 국왕이었다. 한 여자의 남편이기 이전에 그는 조선의 국왕이어야 했다. 그녀가 아무리 한 남자의 아내이고자 해도 남편은 오로지 왕으로서만 그녀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왕인 남편의 눈에 비친 그녀의 모습은 아내이기보다는 왕권을 위협하고 있는 권신 윤대형의 딸에 불과하다. 언제 아버지의 뜻을 쫓아 자신에 위해를 가할지 모르는 잠재적 위협이며 또한 적이다. 아무리 그녀가 이훤에게 진심을 다하려 하더라도 그것은 이미 그녀가 태어나는 순간 그녀의 뜻과 상관없이 정해진 것이다.

도대체 그녀에게 무슨 그렇게 큰 잘못이 있었을까? 연우(한가인 분)를 대신해서 세자빈이 되고 중전의 자리에 앉아 있는 것? 그녀의 뜻이 아니었다. 그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왕대비 윤씨(김영애 분)와 윤대형이 음모를 꾸며 연우를 죽이려 했던 것이었고, 그때에도 오히려 중전 윤씨(김민서 분)는 억울하게 음모에 희생된 연우를 동정하고 있었다. 그녀가 어떻게 말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고, 그녀로 하여금 세자빈에 간택되도록 한 것도 그녀와는 전혀 상관없는 왕대비 윤씨와 아버지 윤대형의 의지였다. 비록 궁에 들어가 살고 싶으냐고 아버지 윤대형이 그녀에게 묻기는 했지만 그것은 단지 요식에 불과했을 뿐 그녀의 의지와 상관없이 결정된 사안이었다. 도대체 그녀가 무엇을 할 수 있었기에 그에 대한 죄와 책임을 뒤집어써야 한단 말인가?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말이 바로 이런 때를 위해 있는 것이다. 남편인 국왕과 아버지인 윤대형이 조정의 주도권을 두고 싸우고 있는데 그 피해는 온전히 중전 윤씨가 다 뒤집어쓰고 있다. 남편인 국왕은 그녀를 아내로 인정하지 않고, 아버지인 윤대형에게 있어서도 그녀는 단지 자신의 권력을 담보할 수단에 불과할 뿐이다. 남편으로부터도 외면당하고, 아버지는 단지 그의 권력을 위해 원자를 낳지 못하는 그녀를 탓하고 있을 뿐이다. 그녀가 겪는 외로움이나 괴로움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마음 둘 곳 없이 마냥 바라보고 기다리며 바라고 있을 뿐.

아마 그래서 윤보경의 아역을 그리도 독하게 그리고 있었던 것일 게다. 동정하게 될까봐. 어느새 그녀를 연민하게 될까봐. 그녀의 입장에서 드라마를 보게 될까봐. 도저히 동정의 여지가 없는 악녀가 되어야만 이훤과 연우의 사랑에 온전히 이입해 볼 수 있게 된다. 두 사람의 사랑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어찌되었거나 명목상 왕의 아내로 되어 있는 그녀가 물러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중전의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가? 그런데 중전 윤씨에 대해 연민하고 동정하게 된다면 온전히 두 사람의 사랑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볼 수 있을까?

오히려 이해하게 된다. 결혼하고도 몇 년이 지났는데 아직 합방조차 하지 않았다. 부부로서의 정이라도 있는가면 아예 사람으로도 보아주지 않는다. 아내로서 예우해주지 않는다. 그런데 그런 남편의 관심이 비천한 무녀에게 쏠리려 하고 있다. 과연 여자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그와 같은 상황에서도 여전히 관대해질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어지간히 연우에게 독하게 굴더라도 연우의 상대가 그녀의 명목상 남편인 국왕 이훤이고 보면 납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훤조차 남편으로서의 의리로 중전 윤씨가 품은 한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문제는 그렇다기에는 지금 현재 중전 윤씨의 모습이 너무 무르게 그려지고 있다는 것. 벌써부터 동정하게 된다. 연민하게 된다. 그래도 남편인데, 왕인 이훤이 더구나 연우와 다정한 시간을 보내고 나서 오히려 중전을 찾아가 독한 말을 쏟아낼 때 대꾸조차 못하고 그렁한 채 파르르 떨고 있는 중전 윤씨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절로 가여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장차 얼마나 모진 일들이 기다리고 있기에 이토록 중전 윤씨를 모질게 대하는가? 설사 중전 윤씨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악녀로 돌변하더라도 그 원인을 제공한 것은 다름아닌 이훤 자신이다. 그리고 중전 윤씨의 남편을 유혹하고 있는 연우일 것이다. 정말 어지간히 독해지고 악해지지 않고서는 이훤과 연우의 사랑에 온전히 몰입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어찌되었거나 설이(윤승아 분)에 더해 원작에도 없는 잔실(배누리 분)까지 드라마답게 더욱 감정이 엇갈리며 관계가 중첩되어 간다. 잔실과 양명군(정일우 분)의 관계는 원작에는 없는 것이었다. 과연 잔실의 양명군에 대한 감정이 설이의 허염(송재희 분)에 대한 감정과 마찬가지로 이성에 대한 것인가? 그보다는 단지 어릴 적 인연에 대한 반가움이고 고마움인가? 설이의 비극에 더해 양명군으로 인한 잔실의 비극을 예감하게 된다. 참으로 드라마가 독해지려 한다.

이훤과 연우의 관계 역시 원작에서와는 달리 역전되어 있다. 원작에서는 이훤을 중심으로 모든 사건이 전개되고 있었다. 연우는 모든 진실을 알고 있지만 이훤은 그렇지 못하다. 연우가 알고 있는 진실에 대해서도 이훤의 입장에서 추적해 나간다. 그에 비해 드라마에서는 연우를 기억상실로 만들어 놓음으로써 연우 또한 이훤과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없는 백지상태로 시작한다. 아니 연우의 필체를 통해 그녀의 정체를 알게 되었으니 이훤이 한 발 앞서 있다. 이훤은 알지만 연우는 모른다. 연우의 입장에서 더욱 이훤이 알고 있는 진실까지 쫓을 수밖에 없다.

역시 소설과 드라마의 근본적인 차이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원작인 소설은 특정한 성별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드라마는 보다 보편적인 대중을 대상으로 한다. 여성취향이지만 그렇다고 여성만을 배려할 수는 없다. 균형을 맞춰야 한다. 더욱 연우에게는 양명군과의 관계도 있기에 보다 연우에게 중심을 맞추는 것이 전체적으로 옳다. 양명군이 아는 진실과 이훤이 아는 진실, 그리고 연우가 추구하는 진실, 그리고 그러한 균형 속에 드라마는 보다 큰 진실을 쫓게 된다. 물론 모두가 아는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누구의 입장에서 그것을 알아가는가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소설과 드라마는 확실히 다르다. 매체가 다르고, 대상이 다르고, 그 소비하는 방법이 다르다. 드라마가 더욱 친절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일 것이다. 부지런히 읽으면 하루에도 다 읽을 수 있는 소설에 비해 과연 몇 달에 걸쳐 비극을 감당하기에는 지나치게 시청자의 인내심을 강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보다 보편적인 불특정한 대중이 드라마를 보게 된다. 영상으로 배우에 의해 장면들이 구체화된다. 현실적 제약도 있다. 이해하지만 그럼에도 역시 기본적인 소재와 설정, 줄거리가 아깝다. 조금 더 깊어질 수 있지 안을까.

한가인의 연기가 한결 좋아졌다. 아직도 어색한 부분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초반에 비해 한참 좋아졌다. 김수현과 김민서는 원래 좋았고, 우려했던 남보라나 송재희 역시 상당히 안착해가는 모습이다. 정일우도 능숙해진다. 드라마가 재미있어지는 이유다. 그렇지 않아도 중견연기자들의 연기가 탄탄하게 받쳐주고 있었는데 젊은 연기자들의 연기마저 살아난다.

어째서 중국에서는 환관들이 그리 발호하고 있었는가? 왕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하고 알아주는 것이 다름아닌 상선(홍은표 분)인 것이다. 오히려 낳아준 부모보다 더 가까울 수 있는 것이 바로 환관들이다. 오히려 더 이훤에게 상선이 더 아버지같고 어머니같다. 응석까지 부리고 있다. 또 하나 보는 즐거움이다. 참으로 귀여운 커플 아니던가. 재미있다. 유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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