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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6.03.27 13:00

[김윤석의 드라마톡] 기억 4회 "판타지를 포기한 디테일, 좋지만 아쉽다"

드라마를 채우는 이성민의 연기, 큰 얼개를 촘촘히 채우다

▲ 기억 ⓒtvN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기억. 숨이 다하는 순간이 오면 지난 시간들이 마치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펼쳐진다던가. 죽어보지 않았으니 사실인가는 모르겠다. 삶을 마무리하려는 순간 어째서 사람들에게는 이처럼 많은 짐들이 남겨지는 것인가. 미처 풀지 못한 숙제들마저 방학이 끝나는 듯 한꺼번에 밀려든다. 후회하지 않고 삶을 마칠 수 있다는 것은 그래서 가장 큰 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억이 사라지려는 순간 잊어서는 안되는 일들이 한꺼번에 밀려든다. 잊고 있던 기억들이 떠오르고, 깊숙이 묻어두었던 아픔마저 생생하게 끄집어내진다. 미처 다하지 못한 일들이 있다. 끝내지 못한 숙제가 있다. 발버둥친다. 아무일 없다. 이제 자기에게는 아무 상관도 없다. 하지만 머리가 아닌 가슴에 새겨진 기억은 그를 자꾸 그쪽으로 이끈다. 다름아닌 아버지로서, 그리고 남편으로서, 지금도 그는 아버지로서, 그리고 남편으로서 살아가고 있다.

예상과 다르다. 기대와도 다르다. 기억을 잃고 변호사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드라마가 있었다. 기억을 잃어가며 잊혀져가는 사건을 부여잡고 끝까지 진실을 찾아나서던 드라마도 있었다. 하지만 그 위에 아버지와 남편, 그리고 아들의 이야기가 더해진다. TV화면 너머로 눈물과 땀의 짜고 비린 냄새가 물씬 느껴지는 듯한 이성민(박태석 역)의 생생한 연기가 전혀 다른 개성으로 시청자를 끌어당긴다. 다만 그럼에도 변호사로서 흥미를 끌만한 사건을 아직 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아무리 현실에 충실하려 해도 드라마라는 자체가 판타지일 수밖에 없다. 시청자가 기대하는 것도 그런 것이다. 하필 변호사다. 그것도 거대로펌에서 남다른 실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실력있는 변호사다. 방송 등을 통해 대중적으로도 유명하다. 그렇다면 실력과 명성에 어울리는 사건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일상의 디테일은 얻었지만 변호사라는 직업이 주는 판타지는 놓아 버렸다. 그래도 앞으로 박태석과 전처 나은선(박진희 분) 사이에 사고로 죽은 아들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은 흥미로울지 모르겠다. 대기업과 거대로펌까지 관계된 듯 복선이 보인다.

배우들의 연기는 커다란 얼개를 땀내가 날 정도로 촘촘히 채워 넣는다. 더 큰 본격적인 이야기로 들어가기 전에 이미 시청자를 드라마의 현실 안에 잡아 놓는다. 하지만 역시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지켜보아야 할 듯하다. 숨가쁜 현대사회에서 드라마로서 실격일지 모른다. 알츠하이머 이상의 충격이 아직 없다. 미묘하다. 좋은데 매력은 아쉽다.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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