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2.02 08:48

난폭한 로맨스 "스스로 물러나는 유은재의 자격지심, 격정과 긴장이 있다!"

로맨틱 코미디와 스릴러의 조화, 저조한 시청률이 아쉽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아마 이번 회차의 화두는 '자격지심'인 모양이다. 다른 말로 '열등감'이라고도 부른다. 어느새 드라마가 매회 다른 감정을 드러내며 더욱 심화되어가고 있다. 이런 드라마를 무척 좋아한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두 가지를 배우게 된다. 국어를 배우면서는 '주제'를 배우게 된다. 산수를 배우면서는 '분수'를 배우게 된다. 두 가지 모두 가리키는 바는 한 가지다.

"넌 안 돼!"

패배를 받아들이라 말한다. 좌절과 절망에 익숙해지라 말한다. 그것을 운명으로 여기고 복종하라고 점잖게 충고한다. 그것이 네 자리라고. 네게 허락된 결코 벗어나려 해서는 안 되는 너의 자리라고. 그것을 또한 달리 지혜라 말하기도 한다. 영리하고 현명한 것이다.

얼핏 비교한다. 내가 상대보다 나은가? 상대가 나보다 나은가? 선을 긋는다. 서열을 정한다. 과연 도전해도 좋은가? 아니면 이쯤에서 만족하고 물러나야 하는가?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나보다 못하다면 마땅히 포기하고 물러날 줄도 알아야 할 것이다. 괜히 되도 않는데 무모하게 달려들고 어리석게도 고집을 부리는 것은 한참 어리석은 것이다.

어리석고 싶지 않다. 지혜롭고 싶다. 영리하고 싶다. 현명하고 싶다. 폼을 구기고 싶지 않다. 멋진 모습으로 보이고 싶다. 당연한 사람의 욕망이 그래서 먼저 나보다 상대의 나은 점을 보게 된다. 상대보다 내가 못한 점을 보게 된다. 지레 패배감부터 느끼고 열등감 속에 자신의 한계를 긋는다. 얼마나 편한가? 여우는 포도는 먹지 못했지만 포도를 먹지 못한 자신을 멋지게 포장할 수 있었다.

유은재(이시영 분)가 그렇다. 오수영(황선희 분)이 그렇다. 서윤이(홍종현 분) 역시 마찬가지다. 박무열(이동욱 분)과 강종희(제시카 분)가 보인다. 그들이 지나온 시간들이 보인다. 유은재로서는 감히 끼어들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그들만의 시간이다. 진동수(오만석 분)와 오수영과 함께 하면서도 더욱 두 사람 사이에 얼마나 자신이 모르는 많은 이야기들이 있는가 실감하며 절망을 느낀다. 과거에도 간절히 사랑했고 지금도 너무나 절실하게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 운명처럼 두 사람은 반드시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강종희의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가 그것을 확인시켜준다. 마치 현실처럼 눈앞에서 펼쳐지는 과거의 박무열과 강종희의 모습은 그녀가 그 순간 느끼고 있었을 좌절과 절망을 구체화시키고 있다. 나로서는 절대 안된다.

차라리 외모에라도 자신이 있었다면. 그래서 무리하게 곱슬머리를 펴고 눈썹을 다듬다 반이나 날려먹은 것이다. 강종희의 너무나 부러운 애교를 따라하려 노력해 보지만 그것이 쉽게 되지는 않는다. 모든 것이 자신보다 나아 보이는데 박무열의 감정까지 그녀를 향해 있는 것 같다. 두 사람 사이에 자기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긴 시간과 사연들도 그녀의 자신감을 떨어뜨린다. 박무열에게 무모하게 직구로 고백을 했다가 이내 강종희가 찾아오자 마치 장난이었던  양 얼버무리고 마는 이유다. 어차피 박무열이 자기를 받아줄 리 없으니까. 고백한다고 박무열이 들어줄 리 없으니까. 그리고 끝내 더 이상 박무열의 곁에 있을 자신이 없자 사장(이한위 분)에게 전화하고 박무열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낸다. 알아서 물러나려는 것이다. 더 보기 흉한 모습을 보이기 전에.

참 공교롭다. 하필 유은재가 전화를 걸었을 때 사장은 중개인과 함께 새로운 사무실을 알아보고 있었다. 넓고, 밝고, 냉난방 잘되고, 입지며 전망도 무척 좋다. 새로운 사무실로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 같은데, 그러나 조건이 좋은 만큼 임대료는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박무열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유은재와 사무실이 마음에 드는데도 임대료가 너무 비싸 투덜거리며 나오는 사장의 모습이 절묘하게 오버랩된다. 사무실이 마음에 안들어서가 아니다. 사무실은 마음에 들지만 그것을 감당할 주제가 되지 못한다. 어찌하겠는가? 그나마 사무실이기에 들리지도 않을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돌아서는 유은재의 처량한 뒷모습보다는 나을 것이다.

오수영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러고 보면 지난주 진동수가 어째서 자신이 그토록 박무열의 일에 발벗고 나서는가 하는 이유에 대해 고호의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을 때 오수영은 알 수 없는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고호와 같은 재능을 가진 이가 있어 장차 수많은 명작을 그려낼 수 있을 것이라면 과연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서 그를 돕고 싶어지지 않겠는가. 너무나 당연하게 되묻는 진동수의 말에 오수영은 쉽게 대답하지 못하고 있었다. 과연 쉬울까?

자기 길이라 여기고 있었다. 내가 가야 할 길이라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그보다 더 뛰어난 재능을 보았다. 자기가 이제까지 기울여 온 모든 노력들을 아무런 의미도 가치도 없는 헛된 것으로 만들어 버리기에 충분한 재능이었다. 비록 진동수를 사랑하여 모든 것을 버리고 오로지 진동수만을 위해 그의 아내가 되어 살아왔지만 상처가 아주 없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 진동수를 사랑하게 된 것 자체가 어쩌면 그로 인한 패배감과 상실감에 의한 도피의 목적이었을 수 있다. 가끔 오수영이 보여주는 미묘한 표정들에 대해 다양한 상상이 가능한 이유다. 아직 박무열을 협박한 범인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고 있고 오수영에게도 충분한 동기가 주어지고 있다. 재능으로 인해 좌절해 본 사람은 재능을 동경하면서도 시기하고 질투할 수밖에 없다.

과연 자신을 그토록 좌절케 만든 강종희가 더 이상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되었다며 그림을 포기했다 선언해 왔을 때 그것을 듣는 오수영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그녀로 인해 그림을 포기했는데 정작 그녀 자신마저 그림을 포기해 버렸다. 아마 그쯤에는 진동수가 말한 이유에 대해 동의할 수 있게 되었을까? 질투도 하고 원망도 했을 테지만 그렇더라도 자신으로 하여금 그림을 포기하게 만든 그녀가 역시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않을 것이라 했을 때 그로 인한 상실감과 분노가 더 컸을 것이다. 강종희에게도 강종희만의 사정은 있겠지만 그녀 또한 상당히 혼란스러울 것이다. 더구나 박무열에게 밀려 은퇴해야 하는 남편 진동수를 보았을 때 그녀에게 튀틀린 원망의 감정같은 것이 전혀 없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진실은 더욱 미궁속으로 빠져든다.

서윤이가 결국 박무열을 함정에 빠뜨려 폭력을 유도하고 막대한 합의금까지 받아낸 이유일 것이다. 명문대 법대에 재학중이고 성적 또한 매우 우수하다. 차라리 술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보다 과외라도 알아보려 한다면 돈을 벌기에는 그쪽이 더 높은 수입을 기대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이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그에게는 자기가 갖지 못한 것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 대한 증오가 너무나 뿌리깊다. 불우한 현실에 대한 불만과 분노가 자신이 갖지 못한 것들에 대한 원망으로, 증오로 전이되어 버린 때문이었다. 과외를 하러 가서도 그 집에서 풍기는 풍요와 행복의 냄새를 견디지 못한다. 박무열을 궁지로 몰았던 것도 말하자면 서윤이 나름의 묻지마 복수였던 것이다. 누구라도 상관없었다. 단지 그깟 공놀이나 하는 박무열이 대마침 걸려들었을 뿐.

어쩌면 단서였을까? 좌절과 절망, 공황, 방황, 그리고 열등감. 드라마가 좋은 이유다. 드라마란 격정이다. 온갖 감정이 휘돈다. 로맨틱 코미디이면서도 서로에 대한 사랑의 감정만이 아닌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이 코미디와 멜로 속에 녹아 진하게 휘돈다. 너무나 가깝다. 너무나 일상에서 가깝게 접하는 감정들이다. 판타지가 현실이 된다. 유은재의 사랑이 마치 손에 잡힐 듯 현실감을 갖는다. 유은재가 더욱 사랑스러운 이유다. 너무 악착같아서 서글픈, 우스꽝스러워서 더 애잔하기까지 한 유은재의 매력에 갈수록 빠져들고 마는 이유일 것이다. 드라마가 재미있다.

아무튼 너무 고퀄리티다. 어차피 드라마에서 스릴러란 박무열과 유은재의 로맨스를 위한 장치에 불과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긴장감만은 여느 스릴러에 뒤지지 않게 무척 진지하다. 더 어이가 없는 것은 그렇게 묵직하게 고조된 긴장감이 말도 안되게 허무하게 바닥에 내동댕이쳐진다는 것이다. 고작해야 서윤이의 가방을 뒤지느라 숨이 멎을 듯하고, 기껏 서윤이에게 비밀스럽게 건내진 메모지를 빼돌렸더니 서윤이에게 작업거는 내용이었다. 더구나 고재효(이희준 분)가 서윤이에게 사진을 건내는 것을 보고 오해한 김동아(임주은 분)이 보인 모습들을 허탈할 정도다. 짐짓 긴장해서는 영화에서처럼 키스하는 것처럼 위장해 모면하려 하지 않나, 심지어 몽타쥬라고 그린 고재효의 모습은 너무나 닮아 있었다. 이어지는 어처구니 없는 오해의 행진은 무엇인가?

자신의 진심을 드러내기 싫은 유은재로 인해 김동아는 유은재가 좋아하는 상대가 고재효라 오해하고, 그런 유은재를 위해 고재효에게 좋아하는 스타일을 묻는 모습에 다시 김태한(강동호 분)이 김동아를 오해하게 되고, 그러나 이미 김동아의 몸과 마음은 김태한의 것이었다. 하필 또 고재효의 이상형이 유은재와 정반대일 것은 무엇인가? 그런 김동아 앞에서 자신의 이상형을 굳이 밝히려 드는 김태한의 모습은 귀엽기까지 하다. 오해란 로맨틱코미디의 기본일 테니까.

갈수록 오리무중인 가운데 긴장감만 더욱 고조되고 있다. 유은재의 진심을 너무나 솔직하게 드러나 있고, 과연 박무열의 유은재에 대한 감정이란 무엇인가? 박무열 자신조차 자기의 감정에 대해 알지 못한 채 강종희와의 깊어지는 관계가 유은재의 쳐진 어깨 만큼이나 드라마에 긴장을 더한다. 더구나 그와 관련되어 강종희를 둘러싸고도 범인의 어떤 악의가 드러나려 하는 중이다.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박무열의 진심은 무엇이고 두 사람은 장차 어떻게 발전되어갈까? 강종희는 또한? 모든 해답은 결국 범인이 가지고 있을 것이다. 로맨틱코미디에서 다시 스릴러로 돌아간다. 이렇게까지 사람의 감정을 쥐고 흔드는 드라마도 오랜만이다.

시청률이 정말 아깝다. 정말 잘 만든 드라마다. 장면장면 깨알같은 모습들도 참으로 우습고 재미있고, 전체적인 구성의 짜임새 또한 훌륭하다. 끝까지 긴장을 잃지 않으면서도 웃게 만드는 연출 또한 상당하다 할 것이다. 한참 웃고 있다가도 인물들의 감정에 몰입하여 뭉클한 습기마저 느끼게 된다. 격정이라는 말이 그대로 어울린다. 이대로 끝날 드라마는 아니다. 저조한 시청률로 인해 혹시나 조기종영은 되지 않을가 두려운 마음마저 든다. 아낀다. 그래서 아깝다.

한 가지 옥의 티라면, 고양이는 사람이 먹는 우유를 소화시키지 못한다. 그래서 우유를 줄 때는 고양이용 우유를 따로 구입해 주어야 한다. 필자의 고양이도 그래서 우유는 줘도 안 먹는다. 고양이는 사료를 먹여야 한다. 일종의 학대다. 고양이를 기르는 터라 눈에 띄었다. 참으로 사소하다.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