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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설정미 기자
  • 영화
  • 입력 2016.03.24 00:08

[리뷰] 영화 ‘블라인드’, “시력을 잃은 여자의 제동 없는 발칙한 상상”

▲ 영화 '블라인드' 공식 포스터 ⓒ영화공간

[스타데일리뉴스=설정미 기자] 장애에 대한 영화는 막연하게 그들의 삶을 간접 체험하고, 이해하고, 동정하게 만드는 영화로 스토리가 진행되기 쉽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다르다. 기존의 시각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깨주고,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가 놀랍다.

영화 ‘블라인드’는 시력을 잃은 아마추어 여성 소설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잃어버린 시각 대신 성적 상상력을 통해 주변의 인물들과 펼치는 치명적 관계를 그려냈다. 유머러스하고 매우 독창적인 작품. 시각을 잃은 여자가 보이지 않는 것을 끊임없이 상상하는 이야기다.

▲ 건너편에서 창문을 통해 잉그리드를 바라보고 있는 에이너 ⓒ영화공간

최근 시력을 잃은 잉그리드는 집에 틀어박혀 자신의 내면을 탐색하기 시작한다. 그런 아내를 걱정해 자꾸 외출을 권하는 남편 모튼은 그녀 상상력의 주된 소재가 된다. 한편 잉그리드와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성도착자 에이너, 이혼녀 엘린이 등장해 각자의 이야기를 펼친다. 에이너는 이웃 엘린의 창문을 훔쳐보고, 엘린은 채팅을 통해 만난 모튼과 데이트하는데, 그 순간 엘린의 시야도 잉그리드처럼 온통 암전이다. 잉그리드의 가장 깊은 내면에서 피어오른 두려움과 호기심, 욕망이 경계 없는 상상 속에서 집과 담장을 넘어 무한히 뻗어나기기 시작한다.

또한 영화는 한 시각 장애 여성이 느끼는 육체와 관능 그리고 성욕에 관한 탐구서로 보인다. 누군가의 아내였던 잉그리드는 자신의 옆에 있는 남편을 상상 속에서 외도시키며 자신의 미래일 수도 있는 그 상상을 계속 이어간다. 남편을 외도시키며 다른 여자와의 성적으로 이어가는 것도. 그녀의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면서 영화는 다채로워진다.

▲ 시각을 잃은 잉그리드가 벽을 더듬고있다 ⓒ영화공간

그러나 상상과 대비되게 그녀는 자신의 집에만 머무른다. 이러한 행동들을 통해 바깥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한 그녀의 갈망, 대도시에 풍부한 시각적 지식에 대한 열망이 드러난다.

특히 영화의 매력은 단순한 스토리를 넘어 감독이 말하고자하는 주제에 다가가기 위해 매우 독창적인 방법으로 보여준다는 점이다. 시각장애는 곧 어둠이라는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본다는 것에 대해 새롭게 접근한다. 앞을 보지 못하는 주인공이 나오는 영화라는 점에서 음악 역시 영화에 중요 포인트.

▲ 잉그리드가 남편 모튼에게 장난치고 있다 ⓒ영화공간

선천적인 시각장애인이 아닌 이상 후천적 시각장애인이 된 이들은 시각을 잃기 전 세상의 이미지를 머릿속에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이미지를 잃지 않기 위해 매번 되뇌고, 내면적인 이미지를 만든다. 보이지 않음으로 인해 더욱 예민해진 다른 감각들. 잉그리드의 아찔하고 발칙한 상상은 그렇기 때문에 더 매혹적이고 아름답다.

눈 먼 주인공과 관련해서 흥미롭고, 신나고, 영화에 알맞은 것들을 적절히 섞어 비극과 유희를 번갈아 표현한 영화 ‘블라인드’는 3월 3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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