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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진영 "좋은 연기 위해, '생계 수단' 이상의 이유 찾으려 해"
2016년 03월 22일 (화) 07: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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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훈 기자 news@stardailynews.co.kr

   
▲ 정진영 ⓒFNC엔터테인먼트

[스타데일리뉴스=문지훈 기자] 배우 정진영, 직접 만나 본 이 배우는 누구보다 뚜렷한 자신만의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었다. 후배 배우들이 본받을 만한 선배 배우란 생각도 들지만 한 사람으로서나 인생 선배로서의 정진영도 훌륭한 직업적 책임감을 가졌기에, 혹여나 하고 있는 일에 매너리즘을 느끼고 있거나 회의감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인터뷰를 한 번 쯤 읽어보면 느끼는 것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건강하고 프로페셔널한 가치관을 연기에 철저히 적응하며 일하는 정진영이 캐릭터를 잘 만나 날개를 활짝 폈다. 오죽하면 50대 배우 정진영이 2, 30대들로부터 '할배 파탈'이라는 애칭까지 얻었을까. 아니, '화려한 유혹'과 강석현 캐릭터가 정진영을 만나 잘 됐다고 하는 편이 낫겠다.

지난 18일 금요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MBC 드라마 '화려한 유혹' 촬영을 막 끝낸 배우 정진영을 만났다.

- 작품을 끝낸 소감이 어떤가

“기분이 묘하다. 작품 하나가 끝나면 여러 가지 소회가 드는데, 예전부터 작품 하나를 끝나면 여운이 굉장히 오래 가서 역할에서 헤어 나오기가 힘들었다. ‘왕의 남자’를 끝내고 가장  심했다. 이번에도 그럴 것 같아서 끝나자마자 태국 여행을 다녀왔다. 괜찮은 줄 알았는데, 인터뷰를 여러 번 하다 보니까 아직 감정이 많이 남아 있는 걸 느끼게 된다”

- 어떤 감정이 특히 많이 남나?

“어젯밤부터 우울했다. 지금도 ‘은수‘라는 이름을 들으면 눈물이 확 난다. 인간 정진영의 감정이 있는데, 강석현의 감정을 갖고 살다 보니까 그 두 감정이 충돌하는 것 같다”

“‘왕의 남자’를 끝내고는 분열적인 감정을 느꼈는데, 이번에는 그래도 부끄러움을 느끼면서 죽음을 맞이했으니 그때보단 나은 것 같다”

- 은수(최강희 분)와의 멜로는 기대했던 만큼 누렸나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는, 석현(정진영 분)이 감정을 숨기고 건조한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은수와 사랑을 하면서 예상보다 깊고 진한 멜로 연기를 할 수 있었다”

“내가 작품을 하게 된 주요 이유 중 하나는 강석현이라는 악인이 가진 아픔, 과거사, 그로 인한 아픔들이 연기자로서 도전해볼만한 요소들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멜로가 이토록 진해질 것이라는 생각을 못 했다. 나는 남자 파트너들과 연기를 많이 했지, 여성들과는 거의 안 했다. 예전에 이미숙 배우와 멜로 연기를 할 때는 회고적인 신이 많았기에 농도가 짙지는 않았다. 35세의 나이 차이가 나는 어린 여성과 갑자기 사랑을 하게 돼 나도 놀랐다”

- 감정을 드러내면서 힘들었던 점은 없었나

“멜로는 전혀 안 힘들었다. 은수에 대한 석현의 마음이 내게도 느껴졌고, 그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표현했다. 순백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 치장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 멜로 연기기 때문에 배우들이 멜로를 좋아하는 것 같다”

“사실 35세 차이가 나는 남녀의 사랑이란 발칙한 설정이지 않나. 나도 처음에는 이게 가능한 것인지 반신반의하면서 진행했는데, 몰입이 잘 돼서 쉽게 연기했다”

   
▲ 정진영 ⓒFNC엔터테인먼트

- 가족들은 ‘화려한 유혹’을 보고 무슨 얘기를 해 주었나 

“아들은 자기 세계가 생겨서 고등학교에 간 이후 내 작품을 안 보더라. 내 소식을 친구들에게 듣는다고 한다. ‘상 받으셨다면서요?’ 이렇게 물어본 적도 있다.(웃음) 

“아내는 ‘잘했다’라고만 얘기하지, 평가를 내리진 않는다. 배우는 자기가 얼마나 잘 했는지 못 했는지 어차피 다 안다. 아내는 현명한 거다. 칭찬, 격려의 지배 방식을 택한 것 아닌가. 하하”

- 강석현은 야심 가득한 정치가이지만 사랑하는 여자에게만은 순애보 감성을 지닌 인물이다. 극 중 첫사랑을 닮은 신은수에게 자신의 인생 모두를 포기할 정도로 올인하기도 하는데, 실제 아내와는 어떤 사랑을 했는지 궁금하다

“아이고. 내가 시한부가 아니기 때문에 잘 모르겠다. 하하. 석현의 감정은 시한부라는 조건 속에서 발현되고 극대화된다고 생각한다. 청미를 잃은 후 야수로 변한 그로서는, 시한부라는 조건이 아니었으면 은수를 그렇게까지 사랑하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 누리꾼들로부터 ‘할배파탈’ 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인기를 실감하나?

“이런 반응이 올 줄은 몰랐다. 난 그저 멜로를 하면서 최선을 다해 시청자를 설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진짜로 은수를 사랑했고, 최강희 씨를 사랑했다. 최강희 씨를 실제로 보면 눈이 정말 예뻐서 사랑의 감정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또 너무 몰입한 나머지 극중 은수가 내게 화를 내면 실제로 우울했고 주눅도 들었다. 은수를 만나면 말투가 부드러워 졌고, 은수를 만난 이후 다른 사람에게 말 할 때도 눈빛이 부드러워 지더라. 자연스러운 감정으로 사랑을 받아들이고 연기했기 때문에 애초 예상했던 멜로의 농도보다 짙게 그려졌다. 내가 그렇게 표현하다 보니까 작가님도 대본을 쓰면서 멜로의 깊이를 한 단계 올린 것 같다” 

- 지금까지 이른바 ‘사’자 직업, 왕 등의 역할을 주로 맡았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내가 처음으로 알려지게 된 작품에서는 조폭으로 나왔다. 그것으로 대중들에게 알려졌기 때문에, 그 이후에도 그런 이미지가 작용하긴 했다. 배우를 하고 있지만, 사실 내가 작품, 내 이미지를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는 않다. 대중들이 인지하고 있는 배우의 이미지를 감독들이 받아들이고 배우인 나에게 적용하는 것이다”

- 어떤 이미지를 소화하는 것이 수월한가?

“내가 하고 싶은 역은 양면성을 지닌 인물이다. 악하기도 하면서 아픔도 있는. 배우는 감정을 느끼고 표현해야 하는데, 그걸 연구해서 캐치해내는 작업이 재밌다. 그래서 평면적인 캐릭터보다는 입체적이고 여러 가지 특징을 가진 캐릭터를 맡고 싶다” 

- 파격적인 로맨스였기 때문에 최강희와의 호흡이 중요했을 것 같은데, 촬영 전과 도중 어떤 얘기들을 나눴나

"사랑을 교호하는 것이 아니라 석현의 외사랑이어서, 최강희씨에게 사랑을 많이 느낄 순 없었다. 강희 씨에게 '네가 눈이 예뻐서 내가 사랑을 느끼기가 쉽다. 참 좋다'라고 얘기했다. 최강희 씨를 은수 자체로 봤기 때문에 연기에 무리는 없었다. 최강희가 극 중 나에게 신경질을 내면 진짜로 눈물이 나고 슬픈 감정을 느꼈다"

- 기억에 유독 남는 신이 무엇인가 

"내가 수술을 하고 코마 상태에 빠졌다가 깨어나서 은수와 포옹을 하는 장면이 기억난다. 원래 격정적인 포옹 신은 아니었는데, 그렇게 하고 싶더라. 대본에는 ‘다가와서 껴안는 은수‘ 정도라고 쓰여 있었다. 그런대 석현이 코마상태에서 은수 생각을 하면서 깨어났지 않나. 그래서 깨자마자 은수에게 달려가서 포옹하고 싶었다. 감독님께 휠체어를 타고 가다가 은수를 보자마자 뛰어가겠다고 말했다. 담요를 집어 던지고 일어나서 달려가 은수를 껴안는 장면이 만들어졌는데, 휴머니티가 잘 묻어나는 장면이라 기억에 남는다" 

- 작품을 처음 받았을 땐 고사했다고 들었다. 그 때는 멜로가 있던 걸 몰랐던 것인가? 

“멜로가 있다고 해서 덥썩 집은 것은 아니다. 하하하. 음, 처음에 석현이 극 중 결혼을 한다는 것은 알았다. 하지만 그 결혼이 멜로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냥 설정일 것이라고 여겼다” 

“작품을 선택하기 전에 4회까지 봤는데, 낯익은 악인의 모습만 나오더라. 뻔한 악인인 것 같아서 고사한 것이었다. 고사를 결정하고 감독과 ‘오랜만에 술이나 먹자‘하고 자리에 나갔는데, 그 자리에서 설득을 당하고 말았다. ’통속적인 소재지만 뻔하지 않게 그릴 것이다‘, ’악인 강석현에게 아픔이 있는데, 그게 작품에 차별성을 줄 것이다‘라고 하더라”

- 이 작품에서 얻은 것은 무엇인가?

“예상치 못한 관심과 사랑을 받은 것. 해 보지 않았던 멜로 연기를 해 본 것도 그렇다. 그런데 이번 작품이 잘 됐으니까 다음 작품도 잘 되겠지 생각하는 순간 바보가 된다. 이번에 멜로를 해서 잘 됐으니 다음에도 멜로를 해야지 하고 생각하면 더 바보가 된다. 하하”

“거절해서 다른 배우가 한 작품이 많고, 그렇게 해서 잘 된 작품도 있다. 배우에게 작품은 다 정해져 있는 것 같다. 지금도 대본들을 받아 검토를 하고 있는데, 뭘 선택할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될 지도 모른다” 

- 매너리즘을 겪은 적이 있나?

“수시로 그 유혹이 있다. 배우 일도 반복을 하다 보면 쉬워진다. 수월해지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다. 계속 어려운 것에 도전하면서 나를 단련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쉬워 보이는 일도 일부러 어렵게 하고 도전할 만한 것을 꾸준히 찾아나서야 한다”  

“나도 20대에 극단 생활을 시작해 30대에 영화계에 입문했고, 운이 좋게 지금까지 일을 하고 있는데, 예전에는 먹고 사는 일은 걱정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30대 가장으로서 연기 일을 할 때는 이 일로 가족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살았다. 50이 넘으면서는, 생계 수단 이상의 이유를 찾아야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배우를 할 수 있는 동력이 되는 것 같다. 지금은 먹고 사는 것이 크게 힘들지도 않기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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