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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6.03.18 06:54

[김윤석의 드라마톡] 태양의 후예 8회 "강모연이 찾은 답과 결심, 운동화끈을 묶은 이유"

의도하지 않은 강모연의 적나라한 고백에 유시진 웃다

▲ 태양의 후예 ⓒ문화산업전문회사, NEW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태양의 후예. 사랑만으로 살 수는 없다. 사랑이 진실이라면 삶은 현실이다. 사람은 현실에서밖에 살 수 없다. 현실의 많은 이유들이 너무나 당연한 진실마저 막아서고 만다. 많은 연인들이 현실의 이유들 앞에 고민하고 갈등하며 그렇게 끝내 좌절하고 만다. 그래서 과연 내가 이 사람을 끝까지 사랑할 수 있을 것인가. 아무리 영원한 것은 없다 하더라도 사랑하는 이 순간만큼은 영원하기를 바란다. 차라리 사랑이 끝나면 냉정하게 돌아설 수 있다면 사랑은 얼마나 쉬울까.

그런 것이 유시진(송중기 분)이 살아가는 방식이라는 것을 이제는 강모연(송혜교 분)도 알았다.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된다. 이해받으려고만 해서는 안된다. 먼저 다가가야 한다. 먼저 이해해야 한다. 어깨를 나란히 서로의 등을 맞대며 마주볼 수 있어야 한다. 비유 그대로 현실에서는 거의 가능하지 않을 것 같은 어려운 숙제다. 그래서 살짝 엿보기로 한다. 유시진과 같은 세계에 사는 서대영(진구 분)과 윤명주(김지원 분)의 사이를 통해 약간의 단서를 얻고자 한다. 그들은 과연 어떻게 이 두렵고 힘든 상황을 견디고 있을까.

아니나다를까 지반이 약해져서 다시 붕괴될지 모른다는 너무나 당연한 걱정마저 윤명준은 속으로 삭여야만 했다. 아무말도 없이 위험한 현장으로 떠나는 서대영을 배웅해야만 했다. 서대영이 해야만 하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서대영이 가야만 하는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섣부른 한 마디가 이제 곧 위험과 맞서야 할 서대영에게 짐이 될 수 있다. 자신 역시 자신이 있어야 할 곳에서 자신이 해야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 서있는 것은 다르지만 그들은 이미 같은 전장에 있다. 서로 다른 상황에서 서로 다른 적과 함께 싸우고 있었다. 바로 전날 유시진과 강모연이 그랬던 것처럼. 한 사람은 의사로서, 한 사람은 군인으로서.

그래서였을 것이다. 어느새 마음을 정한 듯 유시진의 곁을 맴도는 강모연의 모습은 한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라기보다는 환자를 돌보는 의사에 더 가까웠다. 강모연 나름대로 찾은 답이었다. 유시진이라는 남자를 사랑하는 방법이었다. 언제고 자신이 필요한 순간이 오면 주저없이 달려갈 것이다. 당장은 의사로서 연락조차 되지 않는 유시진을 구하는데 전혀 아무 도움도 되지 않지만, 그러나 유시진을 찾아낸다면 최악의 상황만 아니라면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있을 것이다. 그를 돕겠다. 그를 살리겠다. 그와 함께하겠다. 처음 유시진이 묶어주었던 신발끈을 이제는 자신의 손으로 질끈 묶는다. 결코 넘어지지 않겠다.

사실 그래서 문제다. 좋아하면 좋아하는 것으로 끝나야 한다. 좋아하기에 함께하며 즐겁고 행복한 시간들을 스스로 그리고 꿈꾸어야 한다. 하지만 유시진이 사는 세게는 너무 지나치게 현실이다. 언제 목숨을 잃을지 모른다. 언제 다쳐서 돌아올지 모른다. 지진이 일어나고 나서도 벌써 두 번 째였다. 남이었으면 너무나 존경스러웠을 남다른 용기와 정의감으로 인해 이미 두 번이나 자신의 손으로 그의 상처를 치료했던 터였다. 상대를 온전히 소유하고 싶은 것이 사랑이라면 결코 이대로 이 사람을 잃고 싶지 않다. 자신이 의사로서 그의 곁에서 그를 지켜주겠다. 사랑에 설레고 들뜬 모습보다 상실을 대비하는 비장함에 더 가깝다.

하필 다니엘 스펜셔(조태관 분)이 수리한 방송기기를 통해 강모연의 의도하지 않은 고백이 새어나오게 된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지나치게 지지했던 탓에 결론마저 너무 엉뚱했다. 이대로라면 아무래도 고백같은 건 도저히 무리다.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기란 너무 어렵다. 우연처럼 실수처럼 의도하지 않은 고백을 방송을 통해 모두에게 들려준다. 죽음을 앞두고 있다 여기며 두서없이 내뱉은 이야기들이 강모연 자신이 건넨 핸드폰을 통해 적나라하게 전해진다. 모르지 않는다. 알면서도 유시진은 그녀의 귀여운 고백에 웃음을 짓고 만다. 당황하여 달려가는 강모연을 보며 필자 역시 가만히 입꼬리를 말아올린다.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멀고 과정들이 험난헤도 그들은 꾸준히 서로를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과연 삶과 죽음이 오가는 최악의 재난현장에서조차 인간의 욕망은 절제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타인의 죽음을 담보하면서 오로지 자신의 안전과 이익만을 쫓는다. 자연재해는 전쟁과 더불어 자신들이 더 큰 이익을 노릴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자신의 다이아몬드를 찾기 위해서는 붕괴된 현장에서 아직 살아있을지 모르는 실종된 사람들의 생사따위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아니 아예 겨우 생존자를 찾아내어 모두가 구조에 나선 사이 멋대로 중장비를 움직여 위험에 빠뜨리고 만다. 그럼에도 오히려 당당하다. 살았으면 된 것 아닌가. 아무일 없으면 문제없는 것 아닌가. 당장 눈앞의 이익이 다른 사람의 목숨보다 더 소중하다.

마치 불과 두 해도 채 지나지 않은 어떤 사건을 떠올리게 만드는 듯하다. 사람의 목숨보다 돈이 더 중요하다. 사람의 안전보다 당장의 내 이익이 중요하다. 자신의 사정과 자신의 입장과 자신의 체면이 수많은 사람의 희생보다, 그들이 겪어야 할 비극보다 더 중요하다. 그래서 더 현장관리자 장영수(조재윤 분)가 모습을 보일 때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기시감을 느끼는 것인지도 모른다. 알량한 권력을 앞세워 다른 사람을 윽박지르고 자신의 일방적인 요구만을 강요한다. 직접적인 폭력과 악의 앞에서는 그저 겁먹은 쥐새끼마냥 떨고 있을 뿐이다. 서대영이 장영수를 주먹으로 한 대 쳤을 때 통쾌했던 것은 비단 필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악역이라기에는 한심한데 미워하고 후련하하기에는 넘치도록 적절하다.

의사도 사람이었다. 먼저 자신부터 살아야 했었다. 의사 이치훈(온유 분)이 있었기에 많은 사람이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이미 자신을 구하던 도중 붕괴가 일어나며 자칫 위험할 뻔한 상황이 있었던 것을 알았다. 그런데도 끝까지 자신을 구하지 못했다. 자신을 지키지 못했다. 하기는 자신을 구하려다 함께 무너진 현장에 고립된 유시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아마 그런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의 모습이겠지만. 혼자서 고민하는 이치훈이 차라리 안쓰럽다. 고국에는 임신한 아내까지 있었다. 하기는 자신이 구하지 못한 그 사람의 비난 때문에 저토록 고민하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문제였다. 스스로 이상화아여 믿고 있던 의사로서의 모습과 너무 동떨어졌기 때문이다. 고민해야 될 때다. 보다 가혹한 현실이 그를 일으켜세울 것이다.

그래도 어찌되었거나 모두의 노력으로 인해 현장은 정리되었다. 희생자가 적지 않았지만 최소한 살아있는 사람들 만큼은 모두 구해내는데 성공했다. 임무는 끝났다.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비행기까지 준비되었다. 선택해야만 했다. 떠나거나 아니면 남거나. 강모연은 남기로 한다. 의사로서의 결정이든, 아니면 여자로서의 결정이든. 의료진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남기로 결정한다. 건설현장은 다시 관리자인 장영수에게로 돌아간다. 잠시의 한가한 시간이 지나간다.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들도 오간다. 상처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모두는 살았다.

진도가 빠르다. 아니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을 예상한다. 강모연이 마음을 여는 방식이 사뭇 얄궂다. 어차피 유시진도 모르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듣고 난 이후 유시진과 강모연의 사이는 어떻게 바뀌어갈 것인가. 서대영과 윤명주의 사이도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기만 하다. 여전히 보이지 않는 벽이 두 사람의 앞을 가로막는다. 사랑하고 사랑한다. 서로 사랑하기만 한다. 그래서 안타까우면서 설렌다. 꿈을 꾸며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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