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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설정미 기자
  • 영화
  • 입력 2016.03.15 06:57

[리뷰] 영화 ‘아노말리사’, “권태로운 삶을 바꿔줄 특별한 것은 없다”

▲ 영화 '아노말리사'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스타데일리뉴스=설정미 기자] 특별하고, 새로운 것을 찾는 건 인간의 본능이다. 그러나 모든 새로운 것들은 ‘처음’에만 유지 될 뿐이다. 이후에는 새것이 아니게 되고, 익숙해지며, 당연해진다. 세상에 어떤 것도 영원히 특별하거나 새로울 수는 없다.

영화 ‘아노말리사’는 ‘아노말리’라는 변칙, 예외의 뜻을 가진 단어와 영화 주인공 이름인 리사가 합쳐진 말이다. 일본어로는 천국의 여신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영화는 일상에 찌들어 있는 주인공 ‘마이클 스톤’이 전문적인 고객서비스에 대한 연설을 위해 신시내티로 출장을 가면서 시작된다. 프레골리 호텔에 머물게 된 마이클은 그 곳에서 권태로운 자신의 삶을 바꿔줄 특별한 여자 ‘리사’를 만난다.

한 남자의 긴 밤 동안 펼쳐지는 꿈같은 여행은 호텔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진다. 마이클은 그곳에서 리사라는 여자의 아픔을 마주하고, 그녀의 인생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그녀가 특별한 사람임을 깨닫게 되고, 둘은 처음 느껴보는 사랑에 빠지게 된다.

▲ 호텔에서 만난 리사와 리사친구와 함께 술자리를 가지고 있는 마이클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속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목소리는 단 3명뿐이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한결 같은 톤, 단조로운 어투. 그러나 오직 리사만이 다른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세상 사람들의 목소리가 모두 같게 들린다는 독특한 설정. 감독은 ‘프레골리 딜루젼’(만나는 사람들을 같은 사람으로 인지하는 증상)이라는 정신질환은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가장 공통적인 문제라고 생각했으며, 영화 속 주인공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점 역시 이와 같다면 대단히 흥미 있는 메타포가 될 것이라 생각해 한 명이 동일한 사람의 목소리를 연기하도록 했다.

또한 스톱모션으로 움직이는 캐릭터들은 감정을 가진 현실성 있는 사람 같았다. 인간은 등장하지 않지만 캐릭터들이 느끼는 감정과 표현, 행동은 애니메이션 세상이 실제처럼 보이게 만들어준다. 마치 진짜 사람이 연기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경이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 리사에게 특별함을 느끼는 마이클은 함께 더 이야기를 나누자며 자신의 방으로 초대한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는 대단히 낯설지만 또한 대단히 창의적인 방식의 로맨스로 진정한 사람에 대한 보편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수많은 관계 속에서 갈 곳을 잃은 듯 외롭고 실의에 빠진 현대인들을 가슴으로 위로한다.

권태로운 삶속에 반복되는 사람들, 사막 같은 삶 속에서 만난 오아시스같이 특별한 사람. 하지만 신기루처럼 곧 사라지고 여전히 한결같은 사막뿐이다. 영화는 많은 것들을 돌이켜보게 한다. 그리고 인간의 삶과 관계에 대해, 산다는 것에 대해, 아픔에 대해, 더 나아가 인간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 영화 '아노말리사' 속 리사와 마이클이 하룻밤을 보내고 난 뒤 아침 ⓒ롯데엔터테인먼트

아노말리사는 ‘존 말코비치 되기’, ‘이터널 선샤인’의 각본을 쓴 찰리 카우프만의 첫 애니메이션이다. ‘이터널 선샤인’의 스톱모션 버전 러브스토리라고 불릴만한 ‘아노말리사’에서 그의 놀라운 상상력을 다시 한 번 확인 할 수 있다. 

관객층이 아이들인 기존 애니메이션과 달리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은 영화 ‘아노말리사’는 어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으로 오는 17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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