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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문지훈 기자
  • 영화
  • 입력 2016.03.11 17:27

[리뷰] ‘널 기다리며’, 배우 열정 돋보인 영화.. ‘심은경의 파격변신과 김성오의 살신성인’

▲ '널 기다리며' 예고편 캡처 (NEW 제공)

[스타데일리뉴스=문지훈 기자] 지난 10일 개봉한 영화 '널 기다리며'는 아빠를 죽인 범인이 세상 밖으로 나온 그 날, 유사 패턴의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 15년간 그를 기다려온 소녀와 형사, 그리고 살인범의 7일간의 추적을 그린 스릴러물이다. ‘15년의 기다림’ 이후 숨 가쁘게 진행되는 ‘7일간의 추적’은 예측을 뛰어넘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널 기다리며'에서 아빠를 죽인 범인을 쫓는 소녀 ‘희주’ 역을 맡아 강렬한 연기 변신을 시도한 심은경은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부터 ‘희주’라는 캐릭터에 빠져 들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슬픔을 지녔으면서도 굉장히 순진무구한 면을 지녔다. 지금까지 봐왔던 캐릭터 중 가장 독창적인 인물”이라며 캐릭터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을 드러냈다. 

희주에 대한 심은경의 애정 담긴 고뇌는 지난 2월 열린 언론시사회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이날 심은경은 "희주의 이중성을 극명하게 보이느냐, 아니면 물 흘러가듯이 자연스럽게 연기를 하느냐를 놓고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나 자신의 부족함을 많이 느낀 것 같다“라고 전했다. 

그가 고민한 대로, 노력한 만큼의 연기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간 영화 ‘수상한 그녀’, ‘써니’ 등을 통해 밝고 통통 튀는 모습을 보여주며 소녀 같은 이미지를 구축해 온 심은경은 ‘널 기다리며’ 속 소시오패스 희주를 통해 본인의 잠재력을 대중에게 각인시켜 줄 것이라 확신한다. 심은경은 자신이 말한 대로 물 흘러가는 듯한 자연스러움으로 악함과 선함을 넘나드는 연기를 펼쳤고 어딘지 모자른 듯 하면서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독기를 품은 괴물 ‘희주’를 구현해 냈다. 

▲ '널 기다리며' 포스터 (NEW 제공)

김성오의 살신성인도 돋보였다. 비타민과 물, 소량의 음식으로만 연명하며 4주 간 17kg를 감량해 냈다는 김성오는 영화 속 15년 간의 복역을 마친 연쇄 살인마 캐릭터를 비주얼적으로 완벽하게 그려냈다. 김성오가 만들어 낸 살인마의 비주얼은 그의 연기력과 맞닿아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냈다.

윤제문의 ‘대영’ 캐릭터는 나머지 두 배우의 캐릭터보다 임팩트가 약하긴 하지만, 연기파 배우 호칭에 걸맞게 그도 자신의 자리에서 맡은 바 소임을 다했다. 작품의 두 축에서 대립의 절정을 달리는 김성오와 심은경 사이에서 작품의 중심을 맞추는 역할을 해 냈다. 

각 배우들은 명성에 걸맞는 연기를 소화했고 관객들이 캐릭터 각각에 느끼는 몰입도는 높을 것이지만, 연출력이 다소 아쉬웠던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우선 희주가 아버지를 잃은 후 15년 간의 성장 과정이 구체적으로 어땠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감독은 희주가 눈앞에서 아빠를 잃고 소시오패스로 변했다는 설정을 주었지만, 여린 소녀가 어떻게 ‘괴물’로 칭할 만한 존재로 변해버렸는지, 살인범을 압도하기 위한 준비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했는지 얘기해주지 않았다.

김성오와의 후반부 대립 장면도 납득하기 어려웠다. 경찰과 살인범을 압도할만한 힘을 가진 연쇄 살인범 기범을 요리조리 피해 도망 다니며 그에 맞서기까지 하는 희주의 모습을 보고, 지난 15년 간 경찰서에서 지낸 희주가 특별 훈련을 받아 온 것 같다는 웃지 못 할 상상마저 하게 된다.

그간 시나리오를 써 온 모홍진 감독의 작품이기에 인물들, 특히 심은경이 맡은 희주의 대사가 섬세했고 감독의 철학을 보여주려는 장치들에 눈길이 가긴 하지만 전체적인 작품의 그림을 보았을 때 개연성은 다소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심은경과 김성오의 파격적인 변신을 확인하고 싶다면, 혹은 안재홍, 김원해 등 감초 배우들의 활약이 기대된다면 흥미롭게 느껴질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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