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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1.31 09:10

힐링캠프 "게스트맞춤형 예능, 야만과 낭만의 시대로 시간여행을 떠나다!"

최민식의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지난 이야기를 술자리와 함께 듣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마치 시간을 거스른 것 같았다. 최민식과 MC들이 앉은 그 주위만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것 같았다. 먼 1970년대, 80년대로 돌아간 것처럼. 비장하고 절박하고 그러면서도 낭만이 있던.

사실 말이 안 되는 것이다. 대학생이면 이미 성인이다. 이미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이성과 지성을 갖추고 있다고 여겨지고 있는 이들이다. 그런데 그런 성인들을 모아놓고 폭력으로써 가르치려 들다니.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길들이는 것이다. 단지 선배라는 이유만으로 몽둥이가 다 부러지도록 때리고 후배라는 이유로 엉덩이가 다 터지도록 그것을 감수해야 했다니.

하지만 그때는 바로 그랬다. 그렇게 절박했다. 그렇게 비장했다. 백척간두의 깎아지른 벼랑 끝에 선 이들마냥 날이 서 있었다. 사명이 있었다. 시대의 소명이었다. 오히려 지식인이기에 그것을 이루고자 하는 목적의식이 강했다. 심지어 자신조차도 그 수단이었다.

독재정권에 반대하며 거리로 나섰던 이들과 대한민국의 연극을 일으켜보겠다고 매를 들고 매를 맞던 이들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최루탄에 눈물콧물을 흘리고, 전경에게 맞아 머리가 터져가며, 끝내 경찰에게 잡혀 고문까지 당해가며, 그럼에도 굽히지 않던 젊은 의기와 밤새도록 토론하며 연극에 대한 열정을 불사르던 이들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게 많은 짐들이 지워지고 있었다. 역사의 짐이었다. 시대의 짐이었다. 그 시대 모두의 짐이기도 했다. 학생증만 맡기면 술을 마실 수 있었다는 이야기도 그래서 가능했다. 대학생들이 반독재투쟁의 최전선에 있었던 것도 그러한 세간의 인식에 힘입은 바 컸다. 대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이 보는 눈도 달랐다. 지금과는 달랐다. 대학생이라면 충분히 지성인이었다. 더욱 조국과 민족을 위해 헌신하고 발전시켜야 할 사명이 그들에게는 있었다. 그렇게 지워지고 있었다.

대학가에마저 폭력을 앞세우는 군사문화가 유입된 이유였다. 군대에서 폭력이 용인되었던 것은 군인이란 전장이라고 하는 가장 치열하고 가장 절박한 장소에 서게 될 이들이기 때문이었다. 두려움을 이기고 앞으로 나가게 하기 위해서도 폭력은 필요했다. 그렇다고 여겼다. 당시의 대학생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게 해서라도 젊은이들의 등을 떠밀 필요가 있었다.

물론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어찌 폭력으로서 한 사람의 성인을, 아니 성인이 아니더라도 한 사람의 독립된 인격을 강제하고 통제하려 하는가. 필자 역시 당시 그것을 느꼈었다. 90년대 학번으로 80년대 학번의 선배들과 어울리며 불과 몇 년 차이인데 이렇게나 다르구나. 90년대는 87년 민주화의 수혜를 입어 한결 시대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솔직히 선배들이 말하던 시대니 현실이니 하는 말들이 점차 멀게만 느껴지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그런 시절이었으니까. 시대가 그렇게 만들었다. 가난하던 현실이, 절박하던 현실의 모순들의 무게가, 그래서 그것을 또한 낭만으로 기억할 수 있다. 매맞는 것을 즐겨서가 아니다. 어느 정도 매맞는 문화에 익숙해진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폭력에 담긴 어떤 진정들에 대해 상당부분 공감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의 매라 하지 않던가. 때로 맞아도 아프지만 원망스럽지는 않은 그런 매도 있다. 그런 것들이 그때는 허용되고 있었다. 최민식이라고 하는 배우 자체가 마치 그 시대로부터 거슬러 나타난 듯 그림처럼 어울리고 있었다. 그것도 묘한 기시감일 것이다.

아무튼 흥미로웠다. 마치 시간을 잊은 듯한 옛스런 술집과 술자리가. 특히 물로 대신하기는 했지만 이제는 사람들의 기억속에만 존재하는 두꺼비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반가웠다. 술에 취한 듯 쏟아지는 이야기도 무척 재미있었다. 진지하고 심각하다가도 어느새 왁자하게 웃을 수 있는 아무렇지도 않은 이야기들이었다. 사랑하고 헤어지고 눈물을 흘리고 미련을 갖던 이야기들도 있었다. 이경규와 최민식만이 아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냥 수다였다. 술자리 수다.

과연 힐링캠프라고나 할까? 일정한 포맷이 없다는 장점이 여기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기왕에 대학선후배인 이경규와 최민식이 함께 만나는 자리다. 그저 평범한 스튜디오에서 함께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 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오랜 술집과 그들이 나온 대학이 있다.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흘러나오도록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아무도 없어도 절로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그런 분위기다. 시청자마저 그 술자리에 함께 있는 것 같다. 설마 저 최민식이 그렇게 귀여운 후배였다니. 믿기지 않는데 믿긴다.

최민식의 입담도 어지간하다. 진짜 두꺼비에 담긴 것이 물이 아닌 술이었던 모양이다. 술술 잘도 흘러나온다. 추억이 있어 그 이야기들이 더욱 흥겹게 들렸을 것이다. 이번에도 역시 한껏 집중하여 최민식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기대했던 이경규와의 폭로전은 아쉽지만 그만큼 최민식의 이야기는 재미있었다.

첫눈에 반했다. 그러나 장래를 위해 잠시 거리를 둔 사이 어떤 사정이 있어 끝내 헤어지고 말았다. 어쩌면 그 또래 답게 섣부른 오해가 아니었을까 싶기는 하지만, 그러나 또 그또한 그 시절의 정서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헤어지고 혼자서 울고 다시 우연처럼 필연처럼 만나고. 아련한 느낌일가? 요즘과는 또 다른 옛스런 러브스토리가 흥미를 자아낸다. 가장 재미있었다.

즐거웠다. 소주 생각이 간절했다. 잊고 있던 동창이며 선후배 생각이 간절해졌다. 최민식과는 또다른 추억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래서 같이 술자리를 하는 듯한 느낌이라 한 것이다. 90년대와 80년대는 또 다르다. 물론 2000년대도 또 다르다. 2012년이지만 다시 80년대로 돌아가 있었다.

최고의 배우의 감춰진 이면을 본다. MC 이경규와의 흔치 않은 공유하던 시간을 엿볼 수 있었다. 게스트맞춤형 예능의 또 한 모습을 보았다. 재미있었다.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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