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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공소리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6.03.07 17:32

[공소리 칼럼] 여성 할례, “오늘도 사막의 소녀는 눈물 흘리고 있다.”

- 2억 명의 피해 여성, ‘세계 여성의 날’ 여권신장 이면

[스타데일리뉴스=공소리 칼럼니스트] 우리에게 포경수술(할례)은 익숙하다. 본인 혹은 남편, 아들이 포경수술 한 경우는 흔하다. 하지만 포경수술을 한 여자는 없다. 비단 부인 혹은 엄마와 딸이 포경수술을 받는다면 어떨까.

여성에게 할례 시술은 의학적·위생적으로 전혀 불필요하다. 불필요는 예사고, 평생 고통과 병을 앓고 살아야 한다. 건강을 위한 부인과 시술을 받는 것도 정서적으로 어려운 일인데, 고통뿐인 생식기 절제술을 내가, 여자 가족이, 연인이 받는다면 얼마나 충격적일까.

▲ 사진은 칼럼 내용과 관련 없음 ⓒSBS

할례(포경수술)란.

전통적으로 남성 할례는 태어난 지 8일째에 성기 주위 포피를 잘라내는 소위 포경수술이다. 실제로 할례는 “주위를 잘라내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여성 할례는 성기 주위 절제 수준을 넘어서 완전한 제거, 봉쇄술 등 외부 생식기 절단술이다.

의료장비 없이 비위생적인 칼과 바늘, 유리조각 등 날카로운 물질로 마취도 하지 않은 채 시술 당하는 여성 할례의 대상자는 대개 5~14세의 여자 어린이다. 이들은 할례 도중 통증을 호소하는 것은 불경하다는 미신 때문에 고통을 참으라고 강요받으며, 시술 중 기절하거나 쇼크, 감염, 과다출혈 등으로 사망한다.

살아남은 여자 어린이는 육체적, 정신적 고통 속에 살아간다. 또한, 성교나 출산 시 고통이 수반되고 장기 출혈, 불임, 비뇨기 장애 등을 안고 산다.

여성 할례(여성 성기 절제술)는 여성 성기를 절제하는 여성의 성년의식 시술 방식으로

▲ 음핵절제 시술: 음핵 부분 또는 전체를 제거하는 시술 방식.

▲ 절제술: 음핵과 소음순의 부분 또는 전체를 제거하는 시술 방식.

▲ 음부 봉쇄 시술: 음핵과 소음순, 대음순 포함한 주위를 모두 제거해 꿰매어 소변과 월경 피가 흘러나갈 작은 구멍만 남겨두고 낚싯줄이나 실로 성기 전체를 묶는 시술 방식(남편이 첫날밤에 개봉하고 부재 시 다시 봉합한다).

▲ 그 밖에 생식기 긁어내기, 꿰찌르기, 문자나 무늬 새기기, 쑤시기, 인두로 지지기, 절개하기 등 방식의 시술이 행해진다.

이렇게 끔찍한 여성 할례는 왜 하는 것인가.

오르가즘은 남성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에서 음핵 등을 제거해 성욕·성감이 없어야 여자답다고 판단하거나, 미신적인 습관, 막연한 전통 등의 이유로 행해진다.

학자들은 일부다처제인 이슬람권에서 남편은 여러 아내의 성욕과 외도를 통제하기 위한 남성 우월주의 사회에서 비롯됐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외부 생식기를 거세당한 여성은 평생 성적 쾌감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여성 할례의 기원은 대략 5천 년 전부터 시작됐다고 주장한다. 이슬람교가 생겨나기 전부터 시작됐지만 무슬림 등은 알라(이슬람 유일신)의 뜻이라 여긴다.

족보 없는 여성 할례

할례는 이스라엘의 조상 아브라함(남성)이 처음 행했다. 유대인뿐만 아니라 무슬림도 코란에는 명시돼 있지 않지만, 아브라함의 자손이라 믿어 할례를 한다. 게다가 남성도 아닌 여성 할례는 성경에도 근거하지 않는다.

남성 성기의 포피 절제술인 포경수술과 여성 할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신체 외부로 돌출된 남성 성기의 껍질을 부분적으로 제거하는 할례의 전통은 과거 중동 지역의 모습을 연상하면 이해가 쉽다. 과즙, 낙산물(酪産物) 등으로 수분 섭취를 할 정도로 물이 부족한 중동 지역은 주로 사막이며 유목생활을 했기 때문에 위생과는 거리가 멀었다. 유대인은 위생적으로 효과적인 할례를 함으로써 다른 민족과 구별되고자 한 것이다.

여성 할례의 기원은 정확하지 않지만, 위생 등 ‘합리적’인 배경에서 나온 게 아니라 “여성이 되는 의식”, “할례 하지 않은 자는 외(外)인”이라며 남성중심의 ‘이기적인 실용성’에서 나왔다.

그런데 현재 남성이 여성 할례를 고집하는 것보다 여성 본인이 여성에게 할례를 강요하고, 실천한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피해 여아들은 과거 할례 당했던 여자 어른에게 성기를 절단당한다. 조산사, 산파 등 같은 여성에게 학대받는다. 악습이 쉽게 없어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성이 여성에게 고집하기 때문이다.

최근 2월 4일 발표한 유니세프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30개국을 조사에서 여성 할례 피해자는 최소 2억 명으로 추산한다. 인구의 증가에 따라 피해 여성 또한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에 따르면 예멘의 여성 85%가 생후 첫 주가 지나기 전에 시술받았고 아시아 중 인도네시아는 11세 이하 여아 중 절반이 피해당했다. 한편 소말리아 98%, 기니 97%, 지부티 93% 등 대부분 여성이 시술 당했다.

우리는 외부 생식기 절단술(여성 할례)에 대해 알고 있는가.

소말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슈퍼모델이자 「사막의 꽃」의 저자 와리스 디리(Waris Dirie)는 최초로 여성 할례에 대해 공개적으로 고백하고, 여성 할례를 근절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어 2004년 올해의 여성 사회인권상, 2007년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은 UN 특별 인권대사다.

음핵을 도려내는 여성 할례를 당했던 그녀는 "남자들의 성기를 잘라버리면 우리나라는 살기 좋은 나라가 될지도 모른다. 끊임없이 분비되던 테스토스테론이 없어지면 전쟁도, 죽음도, 도둑질도, 강간도 사라질 것이다. 남자들의 은밀한 부분을 잘라놓고, 피를 흘리다 죽든지 살든지 내버려두면 그제야 비로소 자신들이 여성들에 어떤 짓을 하고 있었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사막의 꽃' 311쪽).”라고 말했다.

와리스 디리의 활약으로 전세계가 여성 할례의 끔찍함을 알게 되고 유니세프 등은 여성 할례 근절을 위해 노력 중이다. UN은 2012년 여성 할례를 금지하기로 결의하고 2030년까지 이 관습을 근절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로 1909년 시작해 1978년 여성 지위 향상을 위해 UN에서 공식 지정했다. 여성 지위 향상을 위해 특별한 날을 지정하고 여권 활동을 지속한 108년의 세월이 녹슬어버린 듯 여성에게 자행되는 끔찍한 사건들은 여전하다. 여권신장 등으로 여성 지위 향상의 단면만 바라보기에는 아직 여성으로서, 인간으로서 고통받는 그림자가 자욱하다.

남성중심체계의 잔재로 신음하는 여성은 여전하고, 여성 스스로 거세당하는 고통을 감수하며 남성에게 복속되는 게 상식으로 아는 사막의 꽃들은 2016년 현재도 진행 중이다.

우리는 여성 지위 향상에 얼마나 관심을 두고 실천했는지 자문할 때다. 여성 관련 활동에 대한 막연함은 멈추고, 진정 고통받는 약자를 향해 눈을 떠야 한다. 피해 여아가 날로 증가하는데 또다시 외면하기에는 하늘의 별과 같이 수많고 아름다운 여아들이다. 오늘도 그녀들은 정체성을 잃고, 고통만 안고 있음을 인지하는 날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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