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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문지훈 기자
  • 인터뷰
  • 입력 2016.03.03 10:26

[인터뷰] '섬. 사라진 사람들' 이현욱, 이 배우라면 기대를 걸어볼 만 하다

▲ 이현욱 ⓒ스타데일리뉴스

[스타데일리뉴스=문지훈 기자]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를 졸업하며 연기자로서의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온 이현욱은 '전문 경험꾼'이라는 별명을 갖게 될 정도로 다양한 작품을 섭렵하며 꾸준히 자신 만의 연기 인생을 개척해 왔다. 배우 이현욱이 그 탄탄한 연기력과 연예인 답지 않은 진솔함을 무기로, 오늘(3월 3일) 영화 '섬. 사라진 사람들'로 영화 팬들 앞에 선다.

인터뷰 도중 어떤 배우로 대중에게 인식되고 싶냐는 물음에, 배우 이현욱은 "대중들이 항상 궁금해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실제로 지인들은 제가 시시때때로 변화한다며 신기해하죠. 변화무쌍한 저를 보여드리면서 대중 분들께 저를 인지시키고 싶습니다"라고 전했다. 또 변요한과 류준열, 엑소 수호 등과의 친분을 묻는 질문에는, 친분을 언급해 스스로를 부각시키기보다는 자신이 있고 잘 할 수 있는 연기로 당당하게 자기 표현을 하고 싶다고 얘기하기도. 

이토록 당당하고 연기자로서의 자부심이 있는 신인 배우가 많지는 않다. 믿고 볼 수 있는 연기력에 신선한 마스크까지 가진 이현욱에 더욱 기대를 걸어 볼 만 하다. 아직 그를 알지 못한다면, 오늘 개봉하는 영화 '섬. 사라진 사람들'로 배우 이현욱에게 입문해 보도록 하자.

지난 29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스타데일리뉴스가 배우 이현욱과의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 영화 '섬. 사라진 사람들'에서 화면에 나오는 시간이 별로 없고, 카메라를 들고 다른 배우들을 찍는 것이 주 업무였다. 이런 역할의 장점이 뭐라고 생각하나?

"제 3자의 눈으로 촬영현장을 볼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멀리 떨어져서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보니까 스스로 느끼는 점이 많았고 배울 점도 많았다. '이런 상황이 왔을 때는 이렇게 대처해야겠구나'하면서 혼자 생각한 게 많았다. 또 스태프들 입장에 서 볼 수도 있어 좋았다"

- 영화 장르가 페이크 다큐이기도 하고, 작품 소재와 분위기도 무겁다. 연기적으로 부담이 되는 건 없었나?

"부담이라기보단 고민이 컸다. '배우로서 연기를 잘 해야지'하는 생각이 아니라, 이 작품에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이 컸다. 이렇게 무겁고 극적인 상황 속에서 유일하게 현실적이고 중립적인 캐릭터인 내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하고 고민을 자주 했다"

- 현실적인 캐릭터라면 석훈이라는 캐릭터에 이현욱을 투영하려고 노력을 했을 것 같다

"그렇다. 사실 모든 배우들은 실제 자기의 모습으로 연기를 한다. 나는 이 영화에서 특히 내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연기를 작위적으로 한다기 보다, 일반 사람들이 봤을 때 '아, 저런 기자가 있을 수 있겠다'라고 느낄 수 있도록 현실적으로 캐릭터를 그렸다. 예를 들면 어정쩡한 자세를 취한다든지, 말끝을 조금 흐린다든지 하는 세세한 것들에도 신경을 쓴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일상 생활에서 항상 정확한 발성과 발음으로 대화를 하지는 않지 않나"

- 그렇다면 석훈이 이현욱이라고 생각하면 되는 것인가?

"그렇다. 아무래도 내 모습이 많이 담겨 있다"

- 배우들과 섬에서 매일 함께 있었으니 친해질 수 밖에 없었겠다

"아무래도 제가 화면에 많이 못 나오다 보니, 나를 안쓰럽게 생각하셔서 많이 챙겨 주셨다"(웃음)

- 배성우씨와는 원래 아는 사이였나?

"그렇진 않았는데, 연기를 정말 잘 하셔서 내가 원래 굉장히 좋아하는 배우였다"

- 사회적 문제와 관련된 작품이라서 작품 이력에 이 영화가 들어간단 것이 개인적으로도 의미있을 것 같다

"그렇다. 사실 내가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섭렵해왔다. 페이크 다큐인 '섬. 사라진 사람들'도 그렇고, 이전에 공연도 하고 액션 드라마인 '표적'에도 출연했었다. 그래서 회사에서 내 별명이 '전문 경험꾼'이다"(웃음)

▲ 이현욱 ⓒ스타데일리뉴스

- 그런데 멜로를 아직 안 하셨다. 욕심은 안 나나

"내가 멜로에는 젬병일 것 같다. 아무래도 거의 모든 남자 배우들이 멜로를 하고 싶어 하는데, 나는 아직 많이 부담스럽다. 여배우, 여자의 심리를 분석해야하지 않나"

- 여자의 심리를 잘 모른다는 것인가?

"심리학자들도 여자의 마음은 모른다지 않나"(웃음)

- 그렇다면 연애 경험은 많지 않은가?

"경험은 꽤 있고, 사랑에 실패를 많이 한 것도 아닌데 내가 표현을 못 하는 성격인 것 같다. 라디오에서도 말했지만 나는 그런 걸 낯간지러워 해서 오히려 행동으로 보여주려는 유형인 것 같다. 말로 표현하기보다는 오히려 얼굴을 더 많이 본다든지 더 챙겨주든지 하면서 애정을 보여준다"

"여자들이 보통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듣고 싶어하는데, 왜 굳이 그 말을 들어야 하고, 해야 하는 지 모르겠다. 여자들은 꼭 진심이 아니더라도 습관적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어 하는데, 나는 사랑한다는 말과 헤어지자는 말 두 가지를 거의 하지 않는 사람이다. 쉽게 한다면 그 의미가 너무 가벼워지지 않을까"

- 어떤 여성 스타일을 좋아하나?

"외모는 정해 놓은 게 없다. 느낌이 가장 중요할 것 같다. 유머코드가 맞는 것도 중요하다"

- 만약 배우가 아닌 기자가 돼 '염전 노예 사건'과 같은 일을 접한다면, 정의와 신체의 안전 중 뭘 택할 것인가?

"신체의 안전을 지키면서 적당히 정의를 행할 것이다. 무모하게 덤비기보다는 현실적으로 생각하면서 내게 주어진 일을 수행할 것 같다"

- 박효주가 맡은 기자 혜리는 정말 정의롭고 적극적인, 멋진 여성인데 그 캐릭터가 탐나지 않았나? 

"영화에 나온 모든 캐릭터가 특이하고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 특히 내 캐릭터 석훈이 기존의 역할들과 다른 차별화된 사람이라서 틈새 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 것 같다"(웃음)

- 석훈이 아닌 다른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었다면 뭘 선택했을 것인가?

"배성우 선배가 연기한 상호다. 아무래도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니까 굉장히 재밌을 거라 생각했다. 처음에 시나리오를 봤을 때, 내가 이 역할을 한다면 삭발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 섬에서 15일 이상 있으면서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촬영을 했으니, 몸이 힘들었을 것 같다. 카메라도 들고 다니지 않았나

"촬영 현장 분위기가 좋아서 전체적으로 좋았는데, 촬영 도중 노로 바이러스에 감염돼서 그땐 고생을 많이 했다. 근육통도 있었는데 주변에서 배려를 많이 해 주셔서 크게 힘들진 않았다"

-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촬영 스태프들이 나올까봐 걱정을 많이 했다. 나 때문에 ng가 날까봐 신경이 쓰인 것 같다"

- 섬에 있는 강아지를 직접 목욕시켰다고 들었다

"계속 졸졸 따라다니는 강아지가 있었다. 털을 압축해 놓은 것처럼 심하게 뭉쳐 있길래, 주인이 없는 줄 알고 매니저와 함께 털을 깎이고 목욕을 시켰다. 그런데 주인 분이 나타나 '누가 내 개를 이 따위로 만들어 놨냐'면서 역정을 내셨다고 한다. 나는 그 현장에 없었고 얘기를 전해 들었다. 다행히 잘 해결 됐다고 하더라"(웃음)

- 관객들이 중점을 두고 봤으면 하는 부분은?

"사회적 사건을 바라보는 자기 자신의 시선에 대해 한 번 생각해봤으면 한다. 문제에 대한 관심도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하겠고,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상업 영화들 사이에서 다양성 영화들이 많은 관심을 받지 못해 안타깝다. 진지하게 사회적 부조리에 대해 고발하는 유형의 영화들은 재미없는 영화들로 치부돼 버리기도 하는데, 그 부분이 아쉽다"

▲ 이현욱 ⓒ스타데일리뉴스

- 이동휘, 엑소 수호 등이 지원사격 메시지를 남겼다. 많이 돈독한가

"그렇다. 자주 받는 질문인데, 사실 이런 얘기를 할 때 민망하다. 그 친구들 얘기를 해서 내가 주목을 받는 것도 불편하고 그 친구들에게 피해를 줄까 봐 걱정도 많이 된다. 예전에 인터뷰를 할 때 요한이(변요한) 얘기를 물어보시길래 자연스럽게 답했는데, 좀 자극적인 제목으로 기사가 나갔다. 그것 때문에 악플도 많이 달리고 요한이에게도 미안했다"

"친한 친구들 얘기를 해서 주목받는 게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노력해서 나를 대중에게 어필하고 싶다. 예능이든 작품이든, 스스로 노력해서 할 수 있는 거라면 가리지 않는다"

-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연기과 출신이다. 요즘 한예종 출신 배우들이 많이들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한예종 출신이라 덕을 보는 것은 없는 것 같다. 잘 해도 본전이다. '한예종 출신이니까 이 정도는 하겠지'라고 생각을 많이 하신다. 물론 좋게 봐주시는 분들도 있지만 불편할 때도 많은 것 같다"

- 어떤 역할을 맡고 싶나?

"정말 지독한 악역을 해 보고 싶다. 내가 차가운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걸 이용해봐도 좋을 것 같다"

- 대중들이 어떤 배우로 인식했으면 하는가?

"항상 궁금한 배우. 실제로 나를 만나는 사람들은 내가 다음에 어떤 작품을 할 지 정말 궁금하다고 한다. 나를 만날 때마다 변해 있다면서 신기하다고들 얘기하는데, 그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다. 대중들도 나를 그렇게 인식해줬으면 좋겠다"

- 박효주씨는 모두가 하나가 된 것 같이 느낀 현장은 '섬. 사라진 사람들'이 처음이라고 하더라. 그런 걸 느낀 에피소드가 있나?

"내용은 굉장히 진지한데 배우들, 스태프들끼리는 모든 순간들이 너무 웃겼다. 심각한 장면들을 찍으면서조차 다 같이 박장대소했다. 그리고 섬이 작으니까 같이 걸어다니면서 산책도 하고 얘기도 많이 하고, 개들과도 놀고 하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그 모든 순간들이 참 즐거웠다"

- 드라마, 영화를 통틀어서, '이 작품의 이 캐릭터를 내가 하면 잘 했을 것 같다'라고 생각한 것이 있나?

"'추격자'의 하정우 씨 역할이다. 반사회적이고 부정적인 악역을 꼭 한 번 해 보고 싶다"

- 배우가 아니라면 어떤 직업을 선택했을 것 같나?

"일단 사무직은 못 했을 것 같다. 가만히 앉아있는 걸 잘 못한다. 아무래도 자동차 딜러가 되지 않았을까 한다"

- 10년, 20년 후에도 연기를 하고 있을 것 같나?

"그건 장담하지 못 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잘 하는 것은 연기지만, 평생 이 직업을 유지해야지 하는 생각을 갖고 있진 않다. 많은 연기자들이 하루에도 수십 번 씩 '이 일을 계속 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한다고 들었다. 탑급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 올해 배우로서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

"좋은 작품을 많이 해서 대중들이 나를 인식해주고 알아봐줬으면 좋겠다"

- '섬. 사라진 사람들'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회적인 문제가 많이 발생하는, 혼란스러운 이 시점에 감상해보면 많은 걸 느낄 수 있을 만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를 느껴보고, 주위 사람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서도 한 번 쯤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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