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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1.27 09:37

난폭한 로맨스 "그래도 운명이 있다면 내 운명은 댁이에요!"

오늘을 살아가는 유은재의 사랑과 내일을 걱정하는 강종희의 사랑, 결론은 이미 나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사랑이란 참 유치한 것이다.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유치해질 수 있을까? 별 것 아닌 일로 히죽히죽 웃고, 아무것도 아닌 일로 괜히 심각해져서는 눈물을 흘리고, 제 감정에 못이겨 차마 하지 못할 일들도 서슴없이 저지르고 만다. 그래서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도 성립한다.

얼마나 우스운가? 사랑에 빠져 전혀 주체하지 못하고 휘둘리는 모습이라는 것이. 괜히 상대를 의식해 술내기나 벌이고, 주위를 돌아보지 않고 둘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 달려들고, 그러면서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면서 자기혐오에 빠져들기도 한다. 절망하고 좌절하고 그러면서도 딛고 일어선다. 질투하고 시기하면서 지금 이 순간에 만족하고 행복해한다.

이시영(유은재 역)이라는 배우가 이렇게 사랑스러운가를 처음 알았다. 이동욱(박무열 역) 역시 어울리지 않게 너무 귀엽다. 질투에 못이겨 짐짓 박무열과 강종희(제시카 분)에게 못된 마음을 먹고 못된 짓을 하는 유은재나, 강종희의 한 마디에 어느새 수염까지 깎고서는 강종희가 혹시나 자기에게 마음이 있지 않에 헤실거리며 망상에 젖어 있는 이동욱이나, 유은재의 악의어린 심술조차 거울 앞에서 절망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저 귀엽게만 보인다. 사람은 사랑에 빠졌을 때 가장 사랑스럽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배우들이 사랑에 빠지는 이유일 것이다.

확실히 직구다. 질투도 직고, 고백도 직구,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도 직구다. 덕분에 전개가 무척 바르다. 이제 겨우 8회인데 그새 박무열에게 자신의 감정을 고백하고 말았다. 아마 김동아(임주은 분)가 내일을 믿지 않는 이유와 같을 것이다. 자기 일이 아니기에 더 열심일 수 있는 이유와도 같을 것이다. 유은재는 안다. 사랑의 감정이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강종희가 박무열을 떠난 이유이기도 하다. 사랑에는 내일이란 없다. 내일이란 사랑의 끝이다. 사랑을 하는 동안에는 오늘이다. 내일을 생각하는 순간 더 이상 사랑을 할 수 없게 되어 버린다. 유은재에게도 두 가지 선택이 있었다. 어차피 사랑의 감정이란 변하는 것이기에 유효기간이 끝날 때까지 자신을 속인 채 버티는 것과 어차피 바뀌고 말 감정이기에 사랑하는 감정이 남아 있는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할 것, 강종희는 이 가운데 전자를 선택했고 유은재는 후자를 선택했다. 유은재의 고백이 갑작스러우면서도 직구인 것은 그래서다. 지나고 후회하고 싶지는 않다.

"좋아해요. 그래도 운명이 있다면 내 운명은 댁이에요!"

아마 여기에서 이미 드라마의 결론은 나와 있다고 보아도 좋지 않을까? 서로 충돌하고 있지만 박무열과 유은재는 사랑하는 방식이 같다. 사랑을 운명이라 말한다. 설사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운명같은 사랑이 있다고 말한다. 사랑하는 그 순간을 말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그 순간의 감정을 말하는 것이다. 상처입고 그로 인해 고통스러워하면서도 그조차도 만족해하고 행복해한다. 사랑을 이루어 기쁜 것이 아니라 사랑을 할 수 있기에 행복하다. 그래서 박무열은 사랑을 운명이라 말하고, 유은재는 어차피 사랑이란 변하는 것이라 말하면서도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고백한다. 그들의 감정은 현재에 머물러 있다. 단지 그 대상이 다를 뿐. 그것이 이 드라마의 비극이다.

과연 박무열에 대한 강종희의 감정은 여전히 내일에 있는가? 아니면 두고 온 어제에 있는가? 그도 아니면 유은재와 마찬가지로 지금 이 순간 여기에 있는가? 하지만 결국은 유은재가 바로 이 <난폭한 로맨스>라고 하는 로맨틱코미디의 주인공이기에 결말은 이미 정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박무열에 대한 강종희의 감정이 어떻든 강종희와의 과거로부터 벗어나 다시 오늘을 살기 위해서는 계기가 필요하다. 아마 강종희의 감정과 강종희에게 건네진 협박편지가 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강종희의 감정이야 말로 유은재를 위한 장치일 것이다.

로맨틱코미디의 정석이다. 역시 라이벌이 등장하니 유은재의 감정표현이 솔직해진다. 항상 의식하며 질투하고 절망하고 좌절하고 그러면서도 간절이 바라게 된다. 박무열이 사랑하고 있기에 더욱 그러한 박무열 앞에 자신의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드러내 버리고 만다. 다만 너무 일찌감치 자신의 감정을 인정해 버린 탓에 이후 박무열과 유은재가 이어지기까지 어쩐 고난과 역경이 있을까 짐작해 보게 된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더구나 사랑은 영원한 것이라는 것이 로맨스의 오랜 판타지다. 유은재 자신도 자신의 생각을 바꿀 계기가 필요하다. 아직 남은 분량은 많다.

제시카의 연기도전에 대해서는 일단 합력점을 주고 싶다. 발성이 약간 어색하기는 하지만 표정이 좋다. 도무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강종희의 매력을 제대로 살려내고 있다. 과연 소녀시대의 '얼음공주' 제시카라고나 할까? 활달하고 솔직하지만 그 속을 알 수 없는 캐릭터의 개성이 제시카와 너무 잘 어우러진다. 외모에서 신비한 느낌마저 준다. 제시카가 연기한 강종희의 캐릭터가 더해지며 드라마가 더 맛깔나게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지속적으로 박무열을 공격해 오는 협박범을 추적해가는 스릴러와 박무열과 강종희, 유은재 사이의 로맨틱코미디의 조화가 좋다. 그동안 스릴러가 강조되었던 만큼 유은재의 고백은 로맨틴코미디와의 균형을 이루게 할 것이다. 협박범과 강종희가 만날 때 시너지는 극대화된다.

낮은 시청률이 아쉽다. 정석적이면서도 통통튄다. 특히 임주은의 매력이 새롭다. 김동아가 주는 캐릭터의 독특함과 그 김동아의 캐릭터 자체가 되어 있는 임주은의 매력에 눈길이 간다. 이시영 역시 매력적인 배우다. 이야기도 흥미롭고 재미있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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