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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3.31 12:57

나는 가수다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

가요제작자들의 반발에 일부 동의하며...

 
과연 MBC의 서바이벌 예능프로그램 <나는 가수다>는 처음 취지대로 한국 대중음악에 도움이 되고 있는가? 처음에는 필자 역시 그러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지켜보았지만 지금으로서는 상당히 회의적인 입장으로 돌아선 상태다.

필자가 <나는 가수다>의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긍정적 역할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으로 돌아선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과연 <나는 가수다>의 힘인가? 노래와 가수의 힘인가? 더불어 <나는 가수다>의 무대에서 불려지는 노래들이 하나같이 리메이크라는 것이다.

첫째는 중요하다. 재작년 2009년에도 <무한도전>에서 '올림픽대로 듀엣가요제'를 개최했을 때도 역시 프로그램을 통해 발표된 신곡들이 하나같이 음원차트를 석권하며 큰 인기를 누렸었다. 물론 노래들이 좋았던 것도 있겠지만 과연 무한도전 멤버들이 참가한 노래들이 그렇게 음원차트를 석권할 정도까지 되었던가?

실제 김범수, 박정현, 정엽, 김건모, 이소라, 백지영, 윤도현 등 출연가수 모두가 하나같이 지금도 현역에서 활동하고 있고 콘서트나 <라라라>, <스케치북>등의 라이브 무대를 통해서 꾸준히 자신들의 음악을 대중들에 주고 있는 이들이다. 그동안 묻혀 있었던 것이 아니다. 활동을 않다가 갑자기 사람들 앞에 나타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백지영을 제외하고 최근 음원성적이 어떠했던가? 재발견이라 하는데 재발견이라 하기 이전에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는 가수들 자신이 그동안에도 꾸준히 음악을 발표했고 활동을 이어 온 현역들이라는 것이다. 노래가 좋고 노래를 잘해서라면 그 전에도 지금과 같은 대중적 호응을 얻을 수 있어야겠지.

왜 이런 것들이 중요한가? 다름아닌 <나는 가수다> 자체가 권력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래가 좋아서가 아니다. 가수가 잘해서가 아니다. <나는 가수다>에 출연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는 것은 <나는 가수다>에 출연해야지만 대중에 이름도 알리고 음원도 팔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심지어 <나는 가수다>에 출연했다는 이유만으로 큰 인기와 상업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되는 상황까지 벌어질 수 있다. 예능프로그램 하나가 그야말로 권력이 되어 대중음악시장 자체를 흔들어 버릴 수 있는 것이다.

<나는 가수다>는 권력이 되고,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는 가수들은 기득권이 된다. 그들이 대중음악시장을 과점할 수 있다.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지 않는 가수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아마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는 가수들과 같이 노래실력으로 승부하는 가수들의 경우 더욱 그 소외의 정도가 심해지리라. 그렇게 나뉘겠지.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는 가수와 그렇지 못한 가수. 그리고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는 가수들만이 살아남는다.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는 가수들만이 진짜 가수다. 과연 정상일까?

더구나 여기에 <나는 가수다>의 무대에 올려지는 노래들이 리메이크라는 점이 더해지고 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말한다 명곡이라고. 히트곡들이다. 이미 한 번 대중들로부터 검증받은 노래들이다. 이미 한 번 상업적으로 성공했던 검증받은 노래들을 다시 무대에 올리는 것이다.

한 해 나오는 수많은 노래 가운데 정작 히트곡이라 불리고 명곡이라 불릴만한 노래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지나고 나니 히트곡이고 명곡이지 정작 쓰고 연주하고 부르는 당시에는 단지 신곡에 불과한 경우들이 더 많다. 이건 뜰 거다 여기고 새로운 음반에 실었는데 어떤 노래는 실패하고 어떤 노래는 성공한다. 그렇게 살아남은 노래들이 명곡이라 불리우는 노래들이다.

지금도 히트여부를 모른 채 불확실한 기대만으로 발표되어지는 신곡들과 이미 한 번 대중성과 상업성이 검증된 리메이크곡들과. 몇 년 전 한동안 리메이크붐이 일어났을 때 괜히 대중음악관련 종사자들이 우려를 표명한 것이 아니었다. 과거의 명곡들을 다시 발굴해 들려주는 것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대중음악의 발전을 위해서는 신곡이 더 많이 발표되고 성공해야 한다. 리메이크는 아무리 잘 포장해봐야 과거의 답습에 불과하다. 새로운 멜로디, 새로운 리듬, 새로운 느낌, 새로운 감성, 그것은 그 시대에 맞는 새로운 음악을 통해 들려져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것이 이제 <나는 가수다>라고 하는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프라임타임 예능이라는 화제성을 등에 업고 2주에 한 번씩 음원차트를 폭격한다. 신곡이 아닌 리메이크곡으로. 단지 <나는 가수다>라고 하는 화제성을 등에 업은 것만으로도. 과연 여타 가수들이 굳이 무리해서 신곡을 들고 나와 대중들에 알리려 활동할 의미가 있겠는가? 차라리 그 시간 동안 과거의 명곡을 하나 더 찾아서 유능한 편곡자를 통해 더 멋드러지게 편곡해서 다른 예능이라도 하나 뚫어보는 게 낫지 않겠는가?

그렇지 않아도 예능에 얼굴 한 번 안 비추고서는 히트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시대다. 노래를 알리려면 예능에 나와 웃겨야 한다. 예능에서 망가질 줄 알아야 음반이며 음원도 팔린다. 그런데 이제 아예 예능이 음악의 영역까지 발을 뻗치며 리메이크곡으로 시장을 혼란시킨다. 예능에 출연하여 부른 리메이크곡이 대중의 인기를 얻고 상업적 이익을 거둔다. 가수의 입장에서, 기획사의 입장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새로운 시도의 참신한 신곡으로 모험을 걸어볼까? 보장된 안전한 길을 서로 따라하려 들까?

무엇보다 그로 인해 기존의 기획사들이 입을 타격이 문제다. 기획사들도 일단 수입이 들어와야 뭐라도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한다. 그동안 왜 대중음악 시장이 아이돌 위주로 획일화되었는가? 아이돌 아니면 돈이 되지 않으니까. 대중이 더 이상 아이돌이 아니면 돌아보지 않았다. 아이돌만이 음반이 팔렸고, 아이돌만이 음원이 나갔다. 기획사란 이익을 쫓는 기업이다. 그런데 과연 기존의 기획사들이 무리해서 모험해가며 새로운 가수를 키우려 할까? 아이돌이 아니더라도. 가창력 좋은 신인들은 그동안도 없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도 아닌 예능이 음원차트 성적을 지배한다.

우려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예능 하나가 가요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물론 그로 인해 실력있는 가수들이 보다 대중에 알려지고 그들의 음악이 들려질 수 있으면 좋겠지. 좋은 노래들이 다시금 발굴되어 대중에 드려질 수 있는 것도 좋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정도가 있는 것이다. 방송이 나가고 나면 차트점령. 마침 나온 노래들은 아예 그 이름을 알릴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고.

그렇지 않아도 왜곡된 시장이 더욱 왜곡된달까? 화제성에 힘입어 발매초반에 기세를 올려야 하는데 그것이 원천적으로 봉쇄되었으니. 그렇다고 시간을 두고 차근히 노래를 알리고 차트를 역주행 - 역주행이라는 말이 나온 자체가 순위가 다시 올라가는 것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초반에 대세를 결정하지 못하면 더 이상은 어렵다. 그것을 <나는 가수다>가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

제작자들의 반발이 괜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나마 <나는 가수다>에 한 번에 출연할 수 있는 가수가 고작 일곱 명. 나머지에 대해서는? 더 이상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지 않거나, 아직 출연할 기회를 얻지 못한 가수들은? 벌써부터 가수들에 대해 <나는 가수다>에 출연할 수 있다 없다 자격을 나누어 평가하려 들고 있다.

좋지 못하다. 처음의 취지는 좋았지만 이대로라면 오히려 부작용만 커질 듯하다. 대중이야 좋겠지. 하지만 대중음악시장이 교란되면 결국 피해를 입는 것은 바로 그 대중이다. 죄다 아이돌이라 들을 음악이 없더라는 말처럼. 누가 그렇게 만들었을 것 같은가?

대중문화에 선악이란 없다. 선과 악이 따로 나뉘어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결정하는 것이 바로 대중이다. 어떤 음악이 유행하는가? 어떤 음악이 만들어지고 들려지는가? 어떤 가수가 무대에 오르는가? 그리고 지금 그 선택의 한 지점에 서 있는 것이고. <나는 가수다>라고 하는 예능프로그램으로 인해. 과연 그것이 대중의 입장에서도 좋기만 할 것인가?

물론 그럼에도 <나는 가수다>의 순기능도 무시할 수는 없다. 말했듯 의미가 깊은 프로그램이다. 다만 그같은 문제들에 대해서도 깊은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나는 가수다>가 한국의 대중음악 전부를 짊어지고 갈 수는 없다. 조금 더 깊이 생각해봐야 할 부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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