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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이슈뉴스
  • 입력 2016.02.14 14:21

[권상집 칼럼] 폐부를 찌르지 못한 그것이 알고 싶다의 스폰서 취재

변죽만 울린 그것이 알고 싶다의 연예계 스폰서 방송의 한계

▲ 그것이 알고싶다 스폰서편 ⓒSBS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혹자는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분야가 정치권과 연예계라고 한다. 노골적으로 부패가 관행처럼 굳어지고 있는 걸 다 알면서도 서로 간의 카르텔이 형성되어 부패의 고착화가 이루어지는 분야가 바로 정계와 연예계라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그것이 알고 싶다가 연예계 스폰서 방송을 취재한다는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갖게 했다. 기존에 이미 수많은 방송에서 해당 소스를 취재하고 방송했지만 모두 변죽만 울리고 핵심은 전혀 건드리지 못한 수박겉핥기에 그쳤기에 그것이 알고 싶다라면 뭔가 다르지 않을까 라고 기대한 이들도 많았다. 그러나 어제 방송 역시 혹시나 하는 기대는 결국 역시나로 끝맺음 되었다.

인터넷의 일부 사이트만 검색해도 연예계 스폰서로 누가 활동하는지, 그리고 실제 스폰서에게 성을 상납한 연예인들이 누군지는 다 나와 있다. 더 나아가 연예매체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언론사 기자와 엔터테인먼트 업계 종사자는 스폰서 관행이 어떤 프로세스로 이루어지는지 다 알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그것이 알고 싶다 프로그램의 PD가 시청자들과 함께 마치 전혀 몰랐다는 듯이 해당 사건을 초보처럼 취재한 건 매우 아쉬울 뿐이다.

물론, 제보자를 위해서 실제 스폰서 역할을 누가 하고 있는지 밝히지 않았다는 건 프로그램 취지 상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방송을 시청하면서 과연 스폰서나 상납을 하는 연예인이 누군지에 대해서 그것이 알고 싶다가 밝히리라고 기대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상당수 시청자는 스폰서가 방송계와 광고계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 그리고 스폰서와 기획사, 연예인들 간의 거래를 뒤에서 보호해주는 세력은 누구인지에 대해 더 초점을 맞추고 이를 조명하길 기대했을 것이다. 아쉽게도 그것이 알고 싶다는 이에 대해 아무 해답도, 아무 근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1990년대부터 지상파 및 케이블에서 연예계 스폰서 사건을 다루었고, 2013년에는 장자연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노리개>가 개봉되기도 했다. 화제성을 노리고 한 방송이든 선정성을 노리고 한 영화든 어찌되었든 그간의 방송은 일부 내부 제보자의 폭로와 피해 당사자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데만 집중해서 정작 부패한 메커니즘이 왜 단절되지 못하는지, 그리고 이들의 영향력이 어떤 경로로 방송, 영화, 광고에 미치는지에 대해서 밝히지 못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것이 알고 싶다는 여전히 이와 동일한 흐름을 유지하며 해당 악순환의 고리를 푸는데 아무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했다.

어제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모습은 일부 스폰서와 연예인 지망생을 이어주는 브로커의 실태에 대한 고발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방송 내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관행에 대해 접근하고 있다는 흐름을 유지했는데 이러한 포멧은 이미 기존 스폰서 비리를 폭로한 수많은 방송에서 지겹도록 활용한 흐름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해당 사건을 접한 시청자는 대부분 모두 알고 있는 그 바닥 세계가 아닌 그들의 보이지 않는 손이 어떻게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통제하고 조종하는지에 대해 궁금했을 것이다.

가령, SNS나 일부 전화를 통해 직접 연예인에게 스폰서 제의를 하는 브로커는 진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초보 브로커나 다름 없다. 단순 성매매가 아닌 막후에서 업계를 조종하는 세력은 이런 방식으로 절대 스폰서 제의를 하지 않는다. 특히, 브로커보다 더 무서운 건 여전히 방송계에서 절대 영향력을 행사하는 PD와 영화계 핵심 권력자들이다. 이들의 말 한 마디는 연예계 지망생 또는 이제 막 방송에서 활동하는 연예인들에겐 공포와 같다. 아울러, 여성 연예인이 아닌 남성 연예인도 스폰서를 두고 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인데 그것이 알고 싶다는 일반 시청자도 다 알고 있는 이런 관행에 대해서는 전혀 의문을 제시하지도, 문제에 대해 접근하지도 못했다.

방송사와 기획사의 유착 관계, 영화사와 광고사의 압력, 성매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실제 자신의 권력을 통해 방송과 영화, 광고를 통해 연예인을 꽂아 넣는 실태에 대해 조명했어야 폐단이 어떻게 업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이를 근절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에 대해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 보여준 그것이 알고 싶다는 기존에 자신들이 보여준 장점과 역량을 전혀 발휘하지 못했다.

내부 제보자에 대한 단순 인터뷰와 취재에 집중하기보다 연예인 매니저들이 언급한 대로 기획사 및 방송사, 광고사, 언론사, 일부 기업의 경영자를 대상으로 접근 영역을 더 넓혔어야 했다. 물론, 그들의 입장은 보나마나 취재 거부이거나 한마디로 ‘그런 사실이 없다.’라고 딱 잘라 답변하는데 그칠 것이다. 그러나 취재를 통해 해당 스폰서 비리가 생각보다 단순히 성을 사고 파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광범위하게 업계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암시했어야 했다.

과거 검찰에서도 해당 비리를 완전히 끊고자 수사를 진행했다가 소리소문 없이 중단된 적이 있다. 연예계 스폰서라는 건, 수요와 공급이 지속적으로 교차되며 언제나 원하는 자와 제공하려는 자가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기에 밝히기도 쉽지 않다. 결국, 내부 제보자가 말한 ‘이걸 방송으로 다 내보낼 수 있느냐? 감당할 수 있느냐?”라는 질문에 그것이 알고 싶다 역시 침묵으로 마무리 지었다. 그 결과 보이지 않는 손 그들은 오늘도 노골적으로 세상을 조롱하며 또 다른 안주거리를 찾을 것이다. 입 밖으로만 정의와 공정을 외쳐서는 이 문제를 절대 해결할 수 없다.

- 권상집 동국대 경영계열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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