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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6.02.10 20:38

[권상집 칼럼] 스크린 독과점이 빚어낸 졸작 검사외전의 과열 흥행

개연성 없는 빈약한 스토리, 검사외전의 스크린 독점 현상

▲ '검사외전' 포스터 ⓒ쇼박스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국내 대기업이 영화계에 진입한 건, 1990년대다. 1993년 스필버그의 <쥬라기공원>으로 문화콘텐츠의 힘이 제조업을 압도한다는 기사가 쏟아져나오며 삼성,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대우, LG 등이 앞다투어 영화 및 방송, 음반 시장에 침투했다. 그때마다 영화계에서는 ‘대기업 자본이 영화계의 정상적인 구조를 망친다’, ‘향후 대기업의 스크린 독점이 영화계 권력을 좌지우지할 것이다.’라는 걱정 어린 시선을 보냈다. 당시 영화계 최강자는 강우석 감독이 이끌던 시네마서비스. 지금 영화계 최강자는 누가 뭐라고 해도 CJ, 쇼박스, 롯데다.

방송계에서 CJ는 이미 지상파를 압도하고 있다. CJ가 지상파를 압도할 수 있었던 건 딱 하나, 다양한 실험을 장려하는 조직문화에 있다. 지상파에서 감히 시도하지 못할 창의적인 콘텐츠를 방송하고 있고 현재도 지상파 및 일부 종편에서는 감당 못할 수십편을 제작하고 있다. 특히, 더 놀라운 점은 드라마를 만들던, 영화를 만들던 예산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대중의 눈을 사로잡기 위한 방송 실험의 전진기지가 현재 CJ E&M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어도, 방송계에서는 말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방송계에서 일으키고 있는 실험정신이 아직까지 영화계로 이전되지 않은 것 같아 참으로 아쉽다. 누가 그랬듯이, 낙수효과는 역시나 경제 및 산업 측면 이외에도 콘텐츠 분야로도 쉽게 전이되지는 않는 것 같다. 여전히 영화계는 물량공세와 파격적인 스크린 독과점 방식의 구시대 전략이 흥행을 주도한다. 2004년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가 사상 최대 스크린 점유율이라는 마케팅을 시작했을 때부터 이러한 방식은 지금까지 10년이 훨씬 넘게 이어지고 있다.

물론, 2004년 초 1,174만을 동원했던 <태극기 휘날리며>가 단순히 스크린 독과점 때문에 흥행했다고 보는 이는 거의 없다. 당시, 대한민국 인구가 불과 4,400만임을 감안할 때 그 당시 1,174만을 동원한 건 독과점 이외 작품 수준도 뒷받침되어야 가능했던 일이다. 그리고 10년 전만 하더라도 1년간 영화를 본 총 관람 인원은 1억명 수준에 불과했다. 지금은 1년간 영화를 본 총 관람 인원이 2억명을 넘어서고 있다. 전 국민이 1년 동안 평균 4.3회의 영화를 관람한다는 것이다. 영화를 많이 즐겨 본다는 미국이 인당 3.9회 관람하고 싱가포르가 3.7회 관람하는 것에 대비할 때 대한민국 국민들이 얼마나 평소 영화를 즐겨 보는지 알만하다.

그래서일까. 대기업은 2000년대 초반부터 초기 흥행을 선점하기 위해 대규모 스크린 독점 전략을 실행한다. 특히, 자사에서 전략적으로 투자 및 배급하는 작품에는 스크린을 아끼지 않는다. 참고로,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3개 회사의 상영관 점유율은 97%에 육박한다. 사실상 3개 기업이 스크린을 독점하고 있기에 조금 이름난 A급 배우가 등장하면 기본 500만은 동원할 수 있는 전략은 이렇게 해서 탄생한다. 1990년대 영화계를 제패했던 서울극장은 평일 5,000원 관람료를 제시하는데도 대기업의 물량 공세와 압박에 설 자리를 잃은 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검사외전. 흥행 안 될래야 안될 수가 없다. 전국 2,489개 스크린 중 무려 1,806개 스크린에서 검사외전이 상영된다. 전국 스크린의 2/3에서 검사외전이 상영되고 있다. 전 세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독점이다. 혹자는 기사를 통해 검사외전의 스크린 독과점 논란은 더 이상 무의미해졌음을 강조한다. 사전 예매율이 60%를 계속 넘기고 있기에 단순히 스크린을 많이 차지했다고 검사외전이 흥행하는 것은 아니라는 논리다. 관객은 재미 없으면 언제든지 스크린 독과점에도 불구하고 등을 돌린다는 것이 해당 기사의 요지였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관객들은 재미 없으면 스크린을 1,800개 독점했던 2,000개를 독점했던 눈길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앞에서도 언급하다시피 이제 국내에서는 영화관 가는 게 큰 이벤트나 나들이 행사가 아니다. 특히, 젊은이들부터 40대까지는 영화 관람이 점심, 저녁 먹는 것처럼 일상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그런 측면에서 현재 CJ나 롯데가 2016년 설날 특수를 노리고 만든 영화가 때마침 마땅치 않았다는 게 검사외전의 흥행을 설명하는 주된 요인일 뿐이다.

검사외전을 관람한 사람들의 평이나 댓글을 한번 살펴봐라. 영화가 제대로 된 영화인지. 황정민, 강동원을 주연으로 기용하면서도 이렇게 유치하고 개연성 없는 스토리를 만들어낸 감독도 대단하다. 매번 변화 없는 연기로 자신의 이미지를 과소비하는 황정민도 그렇지만 이런 스토리에 1,800개나 넘는 스크린을 내준 국내 영화계도 결코 정상은 아니다. 사실, 2500개에 육박하는 국내 스크린에서 1,800개 스크린에서의 상영은 과점도 아닌 거의 독점 수준이다. 쇼박스 배급 영화에 CJ와 롯데가 모두 힘을 합치는 영화관 연대 통합(?)정신이라면 필자도 할말은 없다.

빈약한 스토리, 배우들의 정형화된 연기, 개연성 없는 장면의 연속 등 검사외전은 별 1개 주기에도 아까울 정도의 졸작임엔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에서는 연일 과열 흥행, 베테랑이나 명량과 관객몰이 속도를 비교하며 검사외전 흥행을 독려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천만 작품을 만들어주기 위해 연일 검사외전 몇백만 돌파 식의 따분한 기사를 연예매체는 쏟아낸다. 이런 이상한 흥행은 몇 년째 이어지고 있으니 이젠 놀라운 일도 아니다.

정말 재미있는 상업적 영화라면 1,800개 스크린이나 걸었으니 2천만 관객을 넘어야 정상이다. 대한민국 모든 영화관을 거의 독점했기에 검사외전이 거둔 흥행 스코어는 당연한 결과라고 봐야 한다. 다만, 한 가지 걱정되는 건 향후 다가올 여름방학, 연말을 노리고 개봉하는 영화들은 앞으로 2,000개 더 나아가 2,300개 스크린을 걸지도 모른다. 점점 독점을 향해 국내 영화산업은 달려가고 있다. 이 와중에 득을 보는 건 배급사, 상영관, 일부 A급 배우 및 감독뿐이다.

- 권상집 동국대 경영계열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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