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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의 드라마톡] 육룡이 나르샤 38회 "시작된 균열, 성공한 혁명 위에서 자신의 길을 찾다"
무명의 계획과 이방원의 기회, 역사와 픽션의 조화
2016년 02월 10일 (수) 08:3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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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기자 news@stardail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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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룡이 나르샤 ⓒS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육룡이 나르샤. 참 여러가지로 감탄하게 만드는 드라마다. 이성계(천호진 분)가 굳이 신덕왕후 강씨(김희정 분)의 소생인 의안대군 이방석을 세자로 책봉한 것을 이런 식으로 재구성하다니. 정도전(김명민 분)이 가진 새로운 나라 조선에서의 명분과 주도권을 빼앗고 장차 이방원(유아인 분)을 앞세워 그를 제거하기 위해 무명이 물밑에서 꾸민 계략의 결과였다.

물론 사실이 아니다. 고려는 일부다처제 사회였다. 한 명의 남성이 여러 아내를 거느리는 것이 허용되었다. 더구나 한 남편을 사이에 둔 아내의 지위는 대개 친정의 지위에 비례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테면 이방원이 이미 분이(신세경 분)와 결혼해서 부부가 된 뒤라 할지라도 나중에 무려 해동갑족의 하나인 여흥 민씨의 민다경(공승연 분)과 혼인하여 부부가 된다면 정처의 자리는 먼저 결혼한 분이가 아닌 해동갑족의 민다경이 되는 것이다. 

이성계의 본처이자 이방원의 생모가 되는 신의왕후 한씨는 본디 고려에서도 변방인 동북면 안변의 유지 한경의 딸이었고, 이후 이성계가 개경으로 올라와 맞은 경처 신덕왕후 강씨는 정계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유력한 권문세족 곡산 강씨의 딸이었다. 일개 변방의 군벌 - 그것도 대대로 원을 따르며 벼슬을 받다가 공민왕대에 귀부하여 신하가 된 처지로써 끊임없이 중앙정계와 관계를 맺고 정국의 중심에 있을 수 있었던 배경이었다. 조선을 건국하기까지 개경에서 머물며 쓴 재물의 상당부분도 바로 이들 곡산 강씨로부터 비롯되고 있었다. 신덕왕후가 살아있는 동안 후계로 인한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던 이유였다. 어쩌면 조선건국에 있어 신덕왕후의 지분이 이방원보다 더 컸을지 몰랐다.

더구나 이성계가 나고 자랐던 동북면의 여진족들은 고려와는 달리 말자상속의 전통을 가지고 있었다. 유목을 하는 경우 자식들이 장성하면 가축을 나누어 독립시키다 보니 마지막까지 남아 아버지의 모든 것을 물려받는 것은 막내일 수밖에 없었다. 부족간의 대립과 충돌이 잦다면 장성한 자식들은 당연히 무기를 들고 전장으로 나가야 했을 테니 마지막으로 남은 막내가 가족들을 책임지며 모든 것을 물려받아 관리해야만 했었다. 적장자인 이방우(이승효 분)까 남아 자신의 자리를 물려받는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자신에게 익숙한 막내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것도 전혀 무리는 아닌 것이다. 하필 같은 강씨의 소생으로 형인 방번이 있었음에도 굳이 막내인 방석을 세자로 책봉한 이유였다. 어차피 적장자인 이방우가 아니라면 누가 단지 명분이 달랐을 뿐이었다.

하지만 결국 드라마인 때문이었다. 굳이 그렇게 복잡하게 깊이 들어갈 것 없이 단지 드러난 것만으로 보다 재미있게 꾸미면 되는 것이었다. 이방원이 아버지 이성계와 스승 정도전으로부터 독립하는 계기로써 등장한 '두문불출'도 그런 경우였다. '두문불출'이라는 말은 이미 그보다 한참 전인 이규보의 문집에 등장하고 있었다. 두문동이라는 이름이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기 시작한 것도 조선 중기 이후였었다. 두문동에 모여 살았다는 선비들의 이름마저 문헌마다 제각각 다를 정도로 사실이라기에는 신빙성이 매우 떨어지는 민담에 가깝다. 그러나 그마저 극적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사실로부터 자유로운 이른바 퓨전사극이기에 가능한 자유로움이다. 신덕왕후 강씨는 계비이고, 후궁이며, 따라서 의안대군 이방석은 계승권 없은 서자다. 더구나 절에서 스님으로부터 들은 말만 믿고 밀어붙인 명분없는 폭거에 지나지 않는다. 이방원에게 명분이 돌아온다.

원래 많은 혁명가들이 혁명에 성공하고도 정치에 실패하여 좌절하고 마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혁명을 이루기까지 모두는 하나다. 다른 생각은 모두 혁명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잠시 접거나 뒤로 물리게 된다. 혁명만 성공한다면. 그렇기 때문에 혁명이 성공한 순간 억눌려 있던 서로 다른 생각과 가치와 추구와 지향들이 봇물처럼 터져나오게 된다. 누군가는 더 빨리 가려 하고, 누군가는 조금 더 머물다 가기를 바라고, 누군가는 바로 질러가려 서두르고, 누군가는 굳이 에둘러 이것저것 살피느라 머뭇거리고 있고. 그나마 길조차 아예 왼쪽으로 가려는 사람과 오른쪽으로 가려는 사람과 그 사이 어디쯤에서도 미묘한 차이로 다투는 이들이 나타나고 만다. 워낙 혁명이란 어려운 과정이기 때문이다.

아니 아예 불가능하다. 혁명을 위해 자신들이 싸워야 하는 상대란 시대 그 자체다. 하나의 세계다. 지금껏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연하게 여겨왔던 일상이고 상식들이다. 기득권만이 아닌 자신이 믿어온 정의를 위해 단호히 맞서려는 평범한 사람들마저 적으로 돌려야 한다. 이미 한 사회에서 대부분의 자원을 독점하고 있기에 기득권이라 부르는 것이다. 심지어 명분과 정의와 가치마저 그들에 지배되고 있다. 옳고 그르고 맞고 틀리고가 오로지 자신들에 의해 결정된다. 손에 쥔 것이란 아무것도 없이, 더구나 바로 저들에 의해 악이 되고 죄인이 되어 모두로부터 쫓기며 그 강고한 구조와 체계를 부서야 하는 것이다. 아래서부터 하나씩 설득해가거나, 아니면 위에서 한 번에 힘으로 기득권을 부수고 그들을 대신하여 강제하거나. 그러기 전까지 대부분의 혁명가들에게 혁명이란 도주와 은신의 다른 말이었다.

성공했으니 혁명이지 실패했으면 반역이었다. 바로 얼마전 정몽주에 의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오명속에 형장의 이슬이 되어 사라질 뻔 했었다. 성공한 지금도 많은 사대부와 백성들은 자신들을 단지 찬탈자라 역도라 비난하고 있었다. 아무도 믿을 수 없었다.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 수 없었다. 그래서 자신들만이 전부였다. 그나마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여기고 있는 서로가 자신들에게 전부였다. 다른 이야기는 할 수 없었다. 혹시라도 서로를 떠나고 등지게 될 이야기는 차마 할 수 없었다. 당자의 급하고 요긴한 이야기부터 한다. 그래서 더 착각하게 된다. 그만큼 자신들은 서로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정작 아무것도 몰랐다.

오해였다. 처음부터 - 아니 적장자인 이방우가 사람을 해치고 혁명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부터 정도전은 이방원을 자신이 세우려는 새나라의 첫세자로 마음에 두고 있었다. 바로 이방원이 정도전의 생각을 엿듣던 그 즈음이었다. 왕 이외의 왕자나 종친 어느 누구도 정사에 관여할 수 없다. 왕은 이방원이었다. 그럴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방원에게 자신은 아직 왕이 아니었다. 형들이 있었다. 그 전에 아버지가 있었다. 그렇다면 자신의 자리는 없는 것이 아닌가. 더이상 이방원의 자리는 없다고 정도전이 선언했던 것은 최소한 이전에는 정도전의 마음 속에 그의 자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기는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모두 알 수는 없을 테니까. 역사와 전혀 상관없는 드라마만의 비극이 낮게 깔려 흐른다. 그렇게 서로 함께 할 수 있었던 두 사람이 서로에게 등진 채 서로를 부정하고 서로를 파괴하려 하고 있었다.

왕이란 무엇인가. 듣고 헤아리는 것은 옳다. 그러나 그렇다고 무작정 따르는 것은 옳지 않다. 책임은 자신이 진다. 결정도 자신이 한다. 그러므로 자신이 한 발 앞서 나가야 한다. 모두의 위에서 모두를 이끌어야 한다. 이성계와도 정도전과도 다른 이방원의 왕이다. 그가 꿈꾸는 왕이며 그가 이루고자 하는 왕이다. 자신이 먼저 행동하면 나머지는 그 뒤를 따르며 판단하고 평가한다. 긍정이든 부정이든 결국 모든 주도권은 자신에게 있다. 자신이 행동함으로써 모두가 함께 움직인다. 조영규(민성욱 분) 역시 무휼(윤균상 분)에게 누군가를 섬기고 따르는 신분이 가져야 할 도리를 이야기한다. 생각은 한 사람이 한다. 판단도 결정도 한 사람이 한다. 자신은 그저 그의 손발이 되어 따르기만 한다. 바로 그 한 사람이다. 다만 그럼에도 무휼의 마음에 의심과 혼란이 자라는 것은 무휼 또한 그 한사람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정도전이 추구하는 왕과 이방원이 추구하는 왕은 같다. 그래서 정도전은 스승이고 이방원은 제자다. 이성계의 당부대로 자신이 이방석을 지키기 위해서는 군권을 비롯한 조선의 전권이 필요하다. 총재란 독재다. 단지 명분과 실제를 나눈다. 둘 모두를 한 사람이 가지는 것을 우려한다. 이방원은 둘 모두를 가지려 한다. 아니 굳이 명분을 가지려 할 필요 없이 실재가 곧 명분이 됨을 안다. 혁명의 실패마저 각오하고 정몽주의 마음을 얻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던 그동안의 모습마저 오명을 무릅쓰고 두문동에 불을 질렀던 이방원의 파격과 맞닿아 있다. 자신이 왕이 되어 정도전이 추구하는 철인정치를 실천에 옮기겠다. 왕이 곧 재상총재가 되면 된다. 왕이 되고자 하는 이방원의 권력의지는 역설적이게도 정도전의 조선을 그리고 있었다. 아직 왕위에는 오르지 않았지만 그는 이미 자신의 나라에 왕이었다.

이제서야 무명의 실체가 나온다. 비로소 지난회차에서 무명의 무극 연향(전미선 분)과 정도전이 나눈 대화가 설명된다. 차라리 이것부터 먼저 나왔더라면 더 쉽게 이해되었을 것을. 상인들이었다. 신라대의 거상 염종을 따르는 후예들인 상인의 결사체였다. 사전혁파 자체가 아닌 그 이면에 도사린 사유재산과 개인의 이익추구에 대한 부정이 문제였다. 개인이 땅을 소유할 수 있듯 개인이 부를 소유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할 수 있어야 한다. 자유롭게 그 보상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오히려 더 명쾌하다. 결국은 이익이다. 인간으로서 자신의 이익을 지키려는 욕망이고 본능이다. 동기가 더 명확해진다. 정도전을 막아야 한다. 정도전의 혁명을 저지해야 한다. 이방원과 손잡아야 한다. 그를 위해 움직인다.

균열이 일어난다. 정도전과 조준(이명행 분) 사이에, 이신적(이지훈 분)과의 사이에, 분이와 연희(정유미 분)의 사이에서도. 정도전의 휘하에서 혁명을 위해 함께 움직였던 그들의 조직 역시 다른 길을 가려 하고 있다. 그저 새나라만 세우면 끝나는 줄 알았다. 새나라를 세우고 정도전이 꿈꾸던 그것들을 현실에 이룬다면 다 좋아질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시작부터 흔들리고 있었다. 조준의 판단이 옳다. 바로 자신들의 존재야 말로 새나라의 가장 큰 불안요인이다. 너무 거대한 이상만을 보고 있기에 정작 정도전은 발밑에 난 균열들을 보지 못한다. 인정하지 못한다. 이제부터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

필연처럼 흘러간다. 각각의 퍼즐조각처럼 맞물리며 돌아간다. 오히려 실제의 역사에 대해 알기에 큰 그림을 채워갈 수 있다. 다르기에 감탄한다. 같기에 끄덕인다. 역사를 마음껏 비틀고 주무르면서도 정작 그 중심은 여지없이 단단하기만 하다. 앞으로 그려갈 정도전의 모습이 중요하다. 이방원의 동기는 완성되었다. 역사의 유희다. 즐기는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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