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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설정미 기자
  • 공연
  • 입력 2016.02.06 15:02

[리뷰] 연극 ‘방문’ "붕괴될 수밖에 없던 가족, 소통으로 서로 이해하다"

▲ 연극 '방문' 형 진석(배우 김정호)와 동생 진영(배우 강진휘)이 8년만에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마케팅컴퍼니 아침

[스타데일리뉴스=설정미 기자] ‘집’이라는 공간과 ‘요리’를 통해 8년간의 긴 공백에 대해 소통하다.

연극 ‘방문’은 오랜 시간 미국에서 살던 진영이 한동안 소통 없이 지내다가 형인 진석의 급한 연락을 받고 7-8년만에 집을 방문하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도착한 집에는 연로하신 아버지는 보이지 않고 오랜만에 만난 형은 식사준비로만 부산한데 무언가 조금 이상한 기운이 감돈다. 그 사이 가족처럼 지내던 이웃들의 방문으로 서로의 안부를 묻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해 알지 못했던 것들로 인해 ‘소통’이 어긋나 상처를 췄던 가족 간의 관계를 ‘집’이라는 공간과 대화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극의 초반, 관객마저 어색하게 만든 형제의 오랜만의 만남은 그 동안의 소통의 부제를 보여주듯 지루하다 싶을 만큼 극의 진행 속도가 더디다.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서로 모르는 사람들처럼 어긋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만남의 과정부터 그랬다. 형이 잠시 어디 간 사이에 등장한 동생. 낡은 집을 곳곳이 살피는 동안 다시 형은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등장한다. 동생의 눈에는 보이지만 멀리 있는 형. 빨리 오라는 동생의 대답에 알겠다고 하고 사라졌지만 한참 뒤에야 도착한다. 동생은 그런 형의 행방이 의연해 형을 찾으러 나가려는데 형이 등장한다. 이처럼 오랜만에 만난 형제는 극이 좀 진행된 후에야 같은 공간에서 마주한다.

▲ 연극 '방문' 원로목사이자 아버지(이호재)가 교회에서 신자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마케팅컴퍼니 아침

그러나 극 초반에 늘어짐과 달리 극이 진행될수록 다양한 볼거리가 등장한다. 추억을 어필하는 물건, 8년 사이에 있었던 이야기들, 각 인물들의 ‘집’에 대한 사연, 원로목사이자 아버지인 그에 대한 이야기, 사막의 공중전화 부스 등. 다양한 복선과 사건들이 곳곳에 배치돼 극을 이끈다.

또한 이 극에서 재미를 유발하는 포인트는 ‘요리’에 있다. 다수의 연극에선 음식이 등장하게 될 경우 음식을 만드는 척 연기하거나, 이미 만들어진 요리를 들고 나온다. 하지만 연극 ‘방문’은 극이 진행되는 100분 동안 요리 하나를 함께 완성한다. 더디게 익어가는 고기의 속도는 마치 오랜만에 만나는 형제의 만남처럼 느껴진다. 만큼이나 극의 초반의 배우들의 연기와 맛있는 냄새의 조화는 이 극의 또 다른 재미다.

▲ 연극 '방문' 모든 인물들이 요리를 만들어 함께 식탁에 앉아 식사하고 있다. ⓒ마케팅컴퍼니 아침

연출가 박정희는 “요리는 소통의 은유적 표현이다”라며 “요리라는 게 원래 시간이 걸리지 않나, 조금씩 완성되는 요리처럼 각 인물들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극 안에서의 ‘요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연극 ‘방문’은 먹을 음식을 조리해 집에서 만들어 함께 먹는 과정이 각 인물들만의 사연과 사건으로 함께 어우러져있다. 이러한 인물들의 행동은 ‘집’이라는 공간과 ‘밥’이라는 음식이 주는 의미를 통해 ‘가족’을 생각해보게 만든다.

연극 '방문'. 공연시간 100분. 오는 21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02-51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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