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6.02.06 08:36

[김윤석의 드라마톡] 시그널 5회 "미래가 과거를 바꾸었을 때, 새로운 현재의 비극과"

새로운 철학적 물음, 그러나 드라마적인 재미로써 완성도있게 승화하다

▲ 시그널 포스터 ⓒtvN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시그널. 과거를 바꾼다는 것이 과연 긍정적이기만 할까? 어쩌면 과거로 돌아가 살린 그 사람이 흉악한 살인범일지도 모른다.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여겼던 과거의 잘못이 오히려 장차 일어날 더 큰 죄악과 재앙을 미연에 막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죽어야 할 사람이 살고, 살아야 할 사람이 죽는다. 일어나야 할 사건이 사라지고 일어나서는 안되는 사건들이 일어난다.

언제부터인가 많은 사람들이 그런 오만에 빠져들게 되었다. 만일 현재의 모든 요소들에 대해 알고 그것을 공식으로 만들 수 있다면 어쩌면 인간은 미래까지도 예측할 수 있을지 모른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 '파운데이션'은 그같은 무모할 정도로 낙관적이던 당시의 믿음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었다. 세계는 결정되어 있었다. 과거와 미래는 일정한 법칙에 의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러므로 과거나 현재의 특정요소를 적절히 관리한다면 미래 역시 의도하여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같은 믿음의 전제였던 고전물리의 세계는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에 의해 철저히 부정된지 오래였다.

카오스다. 북경에서 나비가 날개짓을 하니 뉴욕에서는 폭풍우가 몰아친다. 박해영(이제훈 분)의 무전으로 원래는 죽었을 한 사람을 살렸지만 그것이 계기가 되어 죽지 않아도 되었을 사람도 둘이나 죽었다. 먼 과거에 아무리 최첨단의 반도체기술을 전하려 해도 아직 그것을 받아들일 지식도 기술도 사람도 준비되어 있지 않다. 아무리 박해영이 프로파일링이라는 첨단수사기법을 통해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전하더라도 그것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이 1995년 당시에는 없었다. 단지 피해자의 집 우편함에서 지문이 발견되었으니 그가 범인일 것이다. 더구나 체포되어 연행되는 아버지를 뒤쫓던 딸까지 다리가 무너지며 버스와 함께 떨어져 불속에 휩싸이고 있었다. 과거는 현재와 같지 않다.

원래는 잡히지 말았어야 했던 절도사건의 범인이 잡히고 말았다. 그리고 무려 20년이나 감옥에 갇혀 있던 범인이 출소하며 이번에는 무고한 사람이 납치의 희생자가 되고 있었다. 모두 박해영이 과거의 이재한(조진웅 분)에게 섣부른 정보를 건네지 않았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었다. 여전히 범인은 여전히 잡히지 않은 채였을 테지만 그러나 무고한 이를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아 처벌받도록 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범죄로부터 손씻고 성실하게 평범한 삶을 살던 한 가장으로 하여금 복수심에 납치라는 범죄를 저지르도록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죽이 않아도 되었을 사람이 죽으며 또다른 범죄의 원인이 되고 있었다.

새로운 화두를 던진다. 만능처럼 여겨졌었다. 물론 상당한 제약이 가해지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이미 첫사건에서 과거와의 통화를 통해 단서를 찾고 미제로 남을 뻔한 사건을 해결하고 있었다. 경기남부 연쇄살인사건도 결국은 박해영이 미래로부터 전한 정보를 통해 단서가 만들어졌고 그로 인해 마침내 26년이나 지난 2015년에 해결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이미 경기남부 연쇄살인사건 당시에도 원래는 죽었을 사람이 살아난 대신 죽어서는 안되었던 사람이 대신 죽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아예 무고하게 누명을 쓰고 잡힌 범인으로 인해 억울한 죽음과 새로운 범죄가 나타나고 있었다. 이재한이 눈물을 흘린다. 도대체 이재한은 그 과정에서 무엇을 잘못한 것인가.

더 철학적인 질문일수도 있지만 결국은 드라마로서 재미를 위한 요소로써 활용된다. 과거가 바뀌며 현재가 바뀌였다. 현재가 개입하여 바뀐 과거가 새로운 범죄의 원인이 되고 말았다. 어떻게 막을 것인가. 차수현(김혜수 분)이 박해영에 대해 어느새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전혀 상관없는 사건에 지나칠 정도로 관심을 보이며 깊숙이 개입하려 한다. 정상적으로는 도저히 발견할 수 없었던 단서마저 찾아낸다. 자신으로 인해 뒤틀린 과거를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이미 죽어버린 어린 소녀에 대해서까지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 것인가.

이재한의 실종과 관련해서도 아직 표면에 지나지 않는 단서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경찰로써 부정을 저질렀다. 범죄자와 결탁하여 부정한 돈을 받아 챙겼다. 벌써부터 박해영은 그에 대해 의문을 가진다. 과연 수사국장 김범주(장현성 분)와 안치수(정해균 분)가 감추고 있는 비밀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그것들은 어떻게 이어지게 될 것인가. 조금 더 세련되게 다듬어지게 될 것이다. 지금처럼 어색하게 섣부른 정보로 상황을 악화시키지는 않는다. 마침내 그들이 이르게 될 진실과 차수현과의 관계가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결국은 인간이란 현재를 살아가는 존재인 것이다. 아무리 미래로부터 첨단의 지식과 정보를 미리 얻었더라도, 혹은 과거로부터 아무도 모르는 진실을 알게 되었더라도, 그러나 바로 여기 이곳에서 누군가와 함께 현재를 살아갈 뿐인 것이다. 다만 때로 사람들은 먼 과거, 혹은 먼 미래로부터 알 수 없는 이야기를 전해듣기도 한다. 선택은 지금의 자신이 한다. 인간은.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