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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1.18 13:41

샐러리맨 초한지 "불로불사의 신약과 모여드는 욕망들, 인간의 적나라함을 드러내다."

인간은 욕망 앞에 평등하다. 샐러리맨의 진정한 뜻을 생각하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배가 너무 고파 남이 먹다 남긴 짜장면마저 게걸스럽다. 삶이 너무 고단하니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큰 돈에 눈이 돌아가고 만다. 이 돈만 있다면 더 이상 가족을 미워하지도 원망하지도 않을 수 있다. 상당히 일차원적이다. 원초적 욕망이다.

서로 욕망하는 바가 다르다. 더 높은 지위, 더 큰 권력, 더 많은 부, 더 대단한 명예, 혹은 복수, 그러나 누군가는 같은 하늘 아래 살면서 당장 먹을 한 끼를 더 간절히 바라게 된다. 그 한 끼조차 아주 조금 늦은 탓에 멀거니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한다. 이렇게 불공평한 일이 있을까? 하지만 그것이 사람 사는 세상이니까. 세상은 원래 그렇게 불공평하도록 되어 있다.

하긴 어쩌면 그래서 인간은 누구나 평등한 것인지도 모른다. 배부르니 등따습고 싶다. 등따스우니 안락한 잠자리면 더 좋겠다. 기왕에 먹는 것 더 맛나게. 더 화려하게. 더 사치스럽게. 남들에 과시할 수 있으면 좋겠고, 남들로부터 부러움을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그래서 인간은 욕망 앞에 누구나 불행하다.

오유방(이범수 분)과 백여치(정려원 분)은 당장 먹을 한 끼가 없어 굴욕을 당한다. 천하그룹의 진시황 회장(이덕화 분)은 자신이 가진 더 큰 것을 잃을까 노심초사하여 평정을 잃는다. 가족을 원망하지 않고서도 살 수 있는 돈을 위해 차우희(홍수현 분)는 신약을 훔치고, 진시황에게 내쫓긴 최항우(정겨운 분)의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최항량(장현성 분)은 살인을 저지른다. 욕망은 돌고 돌아 그렇게 모든 이에게 상처를 남기고 후회를 남긴다. 그리고 살아가게 한다.

이처럼 적나라한 현실이 어디 있을까? 선도 악도 없다. 오로지 욕망과 그 욕망을 마주한 개인만이 있을 뿐이다. 개인의 선택만이 있을 뿐이다. 병으로 위독한 딸을 위해 한신은 유방을 속이고, 어느새 소외된 자신을 위해 범증(이기영 분)은 사실은 은폐하고 영합한다. 마치 여관방 문앞에 놓인 먹다 남긴 중국음식처럼 그들은 게걸스레 자기 앞에 놓인 욕망을 탐한다. 살아간다.

아마 '샐러리맨'이라는 단어가 제목 앞에 붙은 이유일 것이다. 단지 월급쟁이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모두는 월급쟁이가 되어 바둥거리며 살아간다. 가진 것이 다르니 욕망하는 것이 다를 뿐 인간은 그렇게 욕망 앞에 평등하며 악착같이 살아갈 수밖에 없다. 최항우가 장초그룹의 총괄본부장이라는 실세의 자리에 있다는 것을 안 차우희가 그를 유혹하기 위해 노골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장면은 그래서 얼마나 귀엽고 한 편으로 애처로운가? 그것이 사람이 사는 것이다.

불로불사의 신약이라는 것이 그래서 눈길을 끈다. 천하그룹의 신약에는 중대한 부작용이 있다. 감각을 마비시키고 식욕과 성욕 등 기본적인 욕망에 대한 자제력을 없앤다. 불로불사란 늙을 수밖에 없고 죽을 수밖에 없는 모든 인간이 꿈꾸는 지상의 욕망이다. 그리고 욕망은 더욱 자신의 욕망을 자제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그리고 그 불로불사의 신약을 사이에 두고 얽혀드는 욕망들. 어쩌면 작가는 드라마를 통해 욕망과 욕망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슬픈 인간의 군상을 보여주려 한 것은 아닐까? 모두는 욕망하고 욕망하며 살아간다. 욕망의 크기와 종류만 다를 뿐이다. 자제를 잃은 욕망처럼 불로불사의 신약을 통해 그렇게 인간의 욕망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망가진다고 한다. 한 마디로 겉치레가 사라지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의식해 꾸며진 모습들이 지워지고 적나라한 알몸의 모습들이 드러난다. 망가지는 것이 아니라 솔직해지는 것이다. 한 꺼풀 벗기면 드러나는 인간의 본모습일 것이다. 그래서 드라마는 추하고 아름답다. 이야기가 어느 우주를 표류하고 있는가 실망스럽다가도 어느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마는 이유다.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과연 신약의 부작용으로 웃고 있는 오유방과 가식을 한 겹 둘러쓰고 웃는 얼굴을 하고 있는 다른 이들과의 차이는 무엇일까?

의외로 재미있다. 드라마 자체는 재미없다. 사건이랄 것도 그다지 없다. 그러나 그러한 상황속에 놓인 사람들이 재미있다. 사람을 보는 것이 재미있다. 마치 파노라마처럼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어쩌면 그것은 지옥도인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천국인 줄 알고 지옥에 산다. 처음 기대한 것과는 많이 다르지만 그 색다름이 계속해서 지켜보게 만든달까? 뭔가 다르다.

지켜본다. 욕망을. 그 욕망이 가는 길을. 남의 집 문앞에 놓인 남은 짜장면과 바로 앞에서 똑 떨어진 밥과 지하철 보도에 누워 자며 덮은 너덜한 신문지. 사람은 그렇게 살아간다. 추하고 너절한 것도 없다. 비참하고 비굴한 것도 없다. 산다는 의미만 있다. 욕망하는 의미만이 있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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