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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6.02.05 07:03

[김윤석의 드라마톡] 리멤버 아들의 전쟁 16회 "대칭의 완결, 박동호 살인누명을 쓰다!"

첫승리, 그러나 아직은 불안한, 마지막 고비를 맞다

▲ 리멤버 아들의 전쟁 ⓒS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리멤버 아들의 전쟁. 확실히 적절하다. 그러나 진부하다. 대칭을 이룬다. 드라마의 초반 박동호(박성웅 붕)가 서진우(유승호 분)의 아버지 서재혁의 변호를 맡았었다. 이번에도 역시 남일호(한진희 분)가 개입되어 있었다. 사건에 드리워진 남일호의 의도와 계획으로부터 진실을 찾아내고 재판에서 승리하여 마침내 그 죄값을 치르게 해야 한다. 박동호를 구하는 것은 단지 그 결과다.

여전히 모든 것이 혼돈에 가려져 있다. 과연 탁영진(송영규 분)의 변절은 진심인가. 오히려 벌써부터 지나치게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이 의심을 부추긴다. 하필 지점장의 방에서 나오던 채진경(오나라 분)과 우연히 마주치자 바둑이나 두자고 불렀다며 에두르는 모습도 어색하기만 하다. 하필 남일호의 계획대로 석주일(이원종 분)을 살해하려 한 범인으로 박동호를 체포하러 온 사람도 탁영진과 함께 일하던 배형사(김정석 분)였었다. 한때 남일호의 치부를 파헤치다 좌천되었고, 박동호에게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한 진실을 전해준 사람이었다.

채진경이라는 검사에 대한 불안도 여전하다. 남다르게 정의감이나 사명감이 투철한 타입이 아니다. 검사로서 마땅히 법에 따라 진실을 밝히고 죄를 법정에 세워 심판받게 해야 한다는 의식 자체도 그다지 강한 편이 아니다. 진실임을 알면서도 외면했고, 거짓임을 알면서도 부정한 수단을 동원해서까지 그것을 지키려 했었다. 박동호가 채진경을 설득할 때도 인간적인 양심이나 검사로서의 신념에 기대었던 것이 아니었다. 오로지 본능적인 욕망과 허영심만을 노려 부추겼을 뿐이었다. 당장이야 박동호가 가지고 있다는 남일호와 일호그룹을 무너뜨릴 결정적인 증거에 더 관심이 있겠지만, 그러나 검찰에서 밀려난 홍무석(엄효섭 분)이 아닌 남일호가 직접 나타나서 그보다 더 큰 이익을 약속한다면 어떻게 될까? 박동호는 살인미수로 경찰에 체포되었고, 남일호에게는 홍무석과 탁영진의 예에서 보듯 그만한 충분한 힘이 있다.

연예기획사를 가장한 성매매브로커와 그와 결탁한 부패한 기득권의 실상을 파헤치려 한다. 이 역시 구태의연하다. 새삼스럽지 않다. 더구나 그 방법 역시 치밀하다거나 정교해 보이지 않는다. 고작 석주일이 조직원을 이끌고 자신을 찾아왔다는 이유만으로 김찬은 너무나 손쉽게 서진우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던 동영상들을 넘겨준다. 그 동영상을 다시 서진우는 아무 경계심없이 채진경에게 건네고 있었다. 이미 한 번 탁영진에 의해 자신이 건넨 중요한 증거가 상대편의 손에 넘어간 아픈 기억이 있었다. 김찬이 만일을 위한 보험으로 당시의 상황을 찍었던 동영상이 남규만(남궁민 분)의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로써 제출된다. 연기의 문제인지, 아니면 연출의 허술함인지 의뢰인 송하영이 김찬으로부터 협박받고 바로 도망쳤다가 다시 이인아(박민영 분)의 설득에 돌아오는 과정도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그래서 도대체 언제 어떻게 자신이 확보한 브로커 김찬과 기득권과의 성을 매개한 결탁을 세상에 공개하겠다는 것인가. 여전히 의문이 남는 것은 아직 완전히 채진경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 확실한 다른 방법이 있다. 서진우 자신의 말처럼 사건을 더 크게 키울 더 빠르고 확실한 수단이 이미 있다. 아무리 변호사라지만 굳이 재판이라는 과정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재판을 통해 법정에서 진실을 가리고 죄를 묻겠다. 하지만 재판정은 이미 적지다. 남일호가 검찰과 법원의 고위인사들과 만나 남규만의 선처를 부탁하고 그대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제는 박동호마저 남일호가 만든 올무에 걸려 피고로써 재판정에 서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역시 채진경의 변신이 중간과정 없이 너무 급하고 극적이었다.

안수범(이시언 분)이 선택하고 강석규(김진우 분)가 결정했다. 정의로워야 할 법원마저 현실의 힘에 휘둘리는 현실을 눈앞에서 지켜본다. 그만큼 사회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으면 도덕적으로 더 큰 책임을 물리는 것이 비례적으로 옳다. 하나의 기업을 경영하는 경영자이기에, 자신에게 이미 크고 많은 책임이 지워져 있기에, 장차 더 큰 일을 할 사람이기에, 그렇기 때문에 한 사람의 인생을 파탄내도 선처를 해야 한다. 법을 믿을 수 없다. 법원도 검찰도 믿을 수 없다. 그것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가장 절실한 사람에게 건네주려 한다. 이는 법의 정의를 믿어왔던 강석규의 또다른 절망이기도 하다. 법을 지키는 이가 정작 법을 믿지 못한다.

이미 안수범의 마음은 남규만에게서 떠나 있었다. 그동안은 자기최면으로 견디고 있었다. 이럴 수밖에 없다. 이밖에 다른 선택이란 없다. 그러므로 어쩔 수 없이 자신은 이리 해야만 한다. 하지만 그 최면이 깨지고 말았다. 현실을 직시한다. 자신을 정면으로 마주본다. 혼자서 마음을 다스리는 남규만을 바라보는 안수범의 표정이 매우 복잡하다. 남규만은 여전히 한결같은 태도로 안수범을 대한다. 어쩌면 남규만 나름의 안수범에 대한 신뢰이고 애정의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밖에는 표현하지 못한다. 남규만이 안수범의 결심을 알게 되었을 때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다시 반전을 기대하기에는 역시 너무 지친다.

석주일은 선택했다. 물론 남일호가 자신에게 보여주는 믿음과 기대는 일개 폭력조직의 두목에 불과한 자신에게 너무 과분하다. 그러나 그런 남일호가 자신에게 요구하는 것들 역시 고작 변두리조직의 두목에 불과한 자신에게 너무 부담스럽다. 친구의 아들이자 친아들처럼 여겼던 박동호를 자신의 손으로 죽여야만 한다. 자신은 이미 남일호의 사람이고 그를 위해 일해야 하는 입장에 있다. 아무리 박동호를 살리려 해도 벌써 남일호가 그러겠다고 마음먹은 이상 그것을 막을 능력도 주제도 되지 않는다. 차라리 자신의 손으로 박동호의 숨을 그나마 고통스럽지 않게 끊어줄까. 하지만 그럴 서 없었다. 바로 인간인 때문이다. 마지막까지 인간으로서 자신을 놓지 않는다. 아직 죽지 않았다. 그리고 감옥에 가기 전 자신에게 사고가 생길 경우 박동호에게 전하라 부하들에 맡긴 물건도 있었다.

마지막 싸움이다. 어찌되었거나 채진경에 의해 제출된 증거가 재판부에 의해 받아들여지며 남규만은 매우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박동호를 구해야 한다. 남일호를 상대로 진실을 밝히고 진짜 범인을 찾아야 한다. 어쩌면 싸움은 두 곳 모두에서 반전과 함께 치열하게 진행될지 모른다. 한 번에 남일호와 남규만을 모두 쓰러뜨려야 한다. 지키면서 한 편으로 저들을 공격해야 한다. 준비는 거의 갖춰졌는데 드러난 것이 없다. 기대를 키운다.

역시 허술함은 드라마의 미덕이다. 이기는 것이 중요하지 그 과정까지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다. 주인공이 마침내 이기는 이야기가 중요하지 세세한 디테일까지 신경쓰지는 않는다. 그래서 나쁘게 말하면 엉성하고, 좋게 말하면 선이 굵다. 하지만 기억에 남는 것은 그 굵고 진한 부분들이다. 반전도 지쳐간다. 한 번도 제대로 이겨 본 적이 없다. 다음주는 다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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