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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1.17 17:33

힐링캠프 "토크버라이어티의 새로운 진화, 유명인이 아닌 인간을 보여주다!"

이민정의 로켓과 미안해하는 눈물에서 아름다운 인간을 보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사람이 가장 치유받는 장소는 다름 아닌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자리다. 한 마디로 수다다. 마음껏 떠들고 마음껏 들어주고 그러는 가운데 어느새 이제까지의 걱정과 고민이 그다지 대단할 것이 없는 것 같다. 자연스럽게 털어놓고 자연스럽게 반응한다. 마음이 즐거워진다.

한 바탕의 수다다. 그저 게스트가 나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이 아니다. 이민정이 처음 눈물을 보이게 된 것도 다름아닌 김제동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였다. 여배우로서 한혜진과의 공감대가 있다. 인생선배로서 들려주는 이경규의 솔직함도 있다. 그런 가운데 마치 무한의 연속점처럼 이민정의 이야기가 들려온다. 준비된 토크일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마치 우연처럼 자연스럽게 들려온다. 아, 이민정이란 이런 사람이었구나. 스며든다고나 할까?

이제까지 없던 토크버라이어티다. 아니 비슷한 프로그램이 있기는 하다. 성격은 조금 다르지만 <라디오스타>다. 짓궂고 독한 이야기들이 난무하는 <라디오스타>에서 오히려 연예인들이 솔직해질 수 있는 것은 그것을 들어주는 MC들이 있기 때문이다. 게스트의 이야기따위 별 상관없는 듯 자기들끼리 떠들며 마치 게스트를 그 가운데 끼워주는 듯한 모습이다. 큰 부담없이 어느새 휘말리며 자신도 모를 이야기를 털어놓게 된다. 최근의 얌전해진 <라디오스타>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다. 너무나 전형적인 토크버라이어티가 되어가고 있다.

어쩌면 <힐링캠프>란 <라디오스타>의 벤치마킹에서 시작되었을지 모르겠다. 아니면 토크버라이어티의 진행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났을 존재일지도 모른다. 갈수록 MC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강호동이 진행하던 <무릎팍도사>가 그랬었다. 이제까지의 토크쇼가 단지 게스트의 이야기를 묻고 들어주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MC자신이 적극적으로 게스트의 이야기에 반응한다. 더 나아가 MC가 게스트에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리액티브의 MC의 역할이 액티브로 바뀌어가는 과정이다. 그것을 이경규와 김제동, 한혜진 세 사람의 MC의 화학결합이 맡는다.

데뷔 30년차의 이경규와 수더분한 인상에 사람 좋은 김제동, 그리고 통통 튀는 미녀배우 한혜진, 한혜진의 엉뚱함이야 말로 <힐링캠프> 가장 큰 반전일 것이다. 단정한 외모의 여배우라는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게 그녀는 곧잘 밉지 않은 엉뚱함을 보여주며 무너진다. 한혜진과 긴장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김제동과 역시나 그들의 위에서 그러나 또한 쉽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는 만만한 이경규와, 그러한 MC들의 수다에 게스트의 이야기가 끼어든다. 별다른 부담 없이 수다가 이어지는 순간 또 다른 이야기가 더해지며 프로그램은 흘러간다. 드라마가 있다. 서사가 있다. 과거 <라디오스타>가 게스트와 상관없이 MC들만으로도 분량을 확보했듯 <힐링캠프> 역시 그런 점에서 게스트에 대한 부담이 적다. 게스트 자신의 부담도 적다.

역시 더 이상 일방적으로 들어주기만 하는 토크쇼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야기가 넘쳐난다. 인터넷창만 띄우면 어떤 이야기든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들을 수 있다. 듣는 자체는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떻게 듣는가? 어떻게 들려지는가? 토크라고 하는 컨텐츠 자체보다 그것을 전달하는 수단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다. 다 자연스럽게. 더 격의없이. 시청자 자신이 그 한가운데 있는 듯 이입할 수 있는 서사가 필요하다. 게스트는 마음껏 웃으며 자연스럽게 떠들고 마치 한 자리에 있는 듯 시청자는 그것을 듣는다. MC는 시청자와 게스트의 가운데에 있다. MC란 시청자 자신이며 또한 게스트의 대신이다.

전혀 새로운 느낌의 토크쇼다. 그러고 보면 일정한 포맷이라는 것도 있다. 그전에는 어떤 일정한 포맷이 있고 그 가운데 게스트가 있었다. 이제는 포맷조차 게스트에 맞춘다. 어떻게 하면 게스트로 하여금 편안하게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도록 할 수 있는가? 그 이야기를 시청자들에 들려줄 수 있는가? 필요하다면 게스트와 함께 여행도 떠난다. 게임도 한다. 어울려 놀기도 한다. 게스트가 녹아든다. 게스트의 이야기가 녹아든다. 시청자도 함께 녹아든다. 비단 게스트만 치유받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진솔함 속에 시청자 역시 치유받는다. 게스트가 벗겨지듯 시청자 자신도 벗겨진다. 한 꺼풀 솔직해진다.

유력한 정치인들이 <힐링캠프>에 전격적으로 출연을 결정한 이유일 것이다. 단순히 일방적으로 이야기만 들려줄 것이라면 차라리 TV연설이 낫다. 대중이 듣고 싶은 것은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대중의 한가운데에서, MC란 그러한 대중의 대신이다. 더욱 밀착한 MC들과의 관계 속에 그들의 인간적인 모습들이 부각된다. 멀게만 느껴지던 정치인들이 너무나 가깝게 다가온다.

연예인 역시 마찬가지다. 어머니와 자신의 사진을 나란히 장식한 로켓과 혹시나 아버지 이야기를 하며 어머니가 서운해할까봐 어느새 고이는 눈물을 미안해하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그 바람을 잡은 것이 이경규였다. 어머니의 푸념을 마치 모르는 사람의 그것처럼 사연 속에 섞어 넣은 제작진의 배려였다. 솔직한 이야기가 들린다. 한 꺼풀 한 꺼풀 연예인이라는 화려함이 벗겨지며 인간 이민정이 드러난다. 이민정이 출연한 작품에 대해 이후 더 기분 좋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배우로서도 인간으로서도 무척 매력적인 여성이었다. 프로그램의 힘이다.

토크버라이어티의 진화라 할 것이다. 말 그대로 버라이어티다. 리얼버라이어티가 이미 예능의 대세가 되고 있다. 꾸밈이 없는 자연스러움. 그런 가운데서도 연속된 서사가 있다. 역시 이경규는 대한민국 최고의 MC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 중심에 이경규가 있다.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듯 그의 조율 아래 한혜진과 김제동도 마음껏 자유로울 수 있다. 제작진이 그 뒤를 든든히 받친다. 마음을 풀고 보게 되는 이유다.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다. 시청자 역시 치유받는 것 같다. 제목을 잘 지었다. <힐링캠프>. 조금 생뚱맞다 싶은 제목이었지만 이제는 가장 잘 어울리는 가장 기분이 좋아지는 제목이다. 월요일밤 토크버라이어티 전쟁에 대한 필자의 결론이기도 하다. 가장 마음에 맞는다. 가장 즐겁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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