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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의 드라마톡] 시그널 4회 "한 사람의 죽음, 미처 전하지 못한 마음의 빈자리"
기록이나 사진이 아닌 실제 살아있던 인간을 위해, 죄에 묻다
2016년 01월 31일 (일) 09: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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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기자 news@stardailynews.co.kr

   
▲ 시그널 ⓒtvN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시그널. 사실 드라마의 결론에는 한 가지 중대한 허점이 숨어있었다. 그렇다면 2015년의 박해영(이제훈 분)이 개입하기 전 범인은 어째서 연쇄살인을 9번째-원래는 10번째-희생자에서 멈추고 말았던 것인가. 이재한(조진웅 분)이 박해영의 무전을 받고 원래 8번째 희생자가 시신으로 발견되었던 장소로 찾아가면서 사건의 내용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인데, 그러나 바뀌기 전에도 원래 10번째였던 김원경(이시아 분)의 시신이 발견된 이후 더이상의 희생자는 나오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면 박해영이 개입하기 전의 과거에도 범인은 사고를 당해 하반신마비가 되어 있었던 것인가.

하기는 어차피 그런 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아마 작가도 알면서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지나갔을 것이다. 박해영의 개입으로 과거가 너무 많이 너무 크게 바뀌어 버리면 지금도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살았을 사람이 죽고 죽었을 사람이 살아남는다.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가 일어나고, 원래 일어났던 사고는 아예 없었던 일이 되어 버린다. 개연성이 주는 패널티다.  SF드라마가 아니다. 수사드라마라는 틀 안에서 모든 변화는 일어나야 한다. 이재한이 구해낸 8번째 희생자를 제외하고 이후 나머지 희생자들 역시 단지 시간과 장소만 달리했을 뿐 똑같이 시신으로 발견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단 한 사람이라도 죽었을 사람이 살았고, 심지어 뱃속의 아이마저 자라 어른이 되었으니 사소하지만 그 의미는 대단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을 상실의 아픔을 이야기한다. 하필 산울림의 '회상'의 장범준의 목소리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언제나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것만 같았다. 당장이라도 고개만 돌리면 그곳에서 그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원래 있어야 할 자리가 더 크게 느껴진다. 당연하게 있어야 했던 자리이기에 더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는 동안, 그 사람과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동안. 더 이상 그 사람을 만날 수 없음을 스스로 깨닫고 인정하기까지. 그래서 중요하다.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기 위해서 납득할만한 이유를 들려줄 수 있어야 한다. 죽었다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었는가를 알아야 한다. 죽임을 당했다면 누가 어떤 이유로 무엇을 위해 어디서 어떻게 죽였는가를 알아야 한다. 시신을 찾아야 장례라도 치를 수 있다.

자신들도 그동안 충분히 고통을 받았다. 그러므로 죄에 대한 대가를 이미 치렀다. 살인자는 말한다. 살인자인 자식을 비호하며 가족이 그렇게 주장한다. 하지만 그 동안에도 희생자의 가족들은 가족을 떠나보내기 위한 이유를 찾아 필사적으로 헤매고 있었다. 더이상 가족이 살아있지 않음을. 다시는 만날 수 없음을. 그러므로 가족이 없는 세상을 자신들끼리 살아가야 함을. 이유를 알지 못하는 한 그들의 시간은 멈춘 채 흐를 줄 모른다. 26년만에 겨우 잡힌 살인자를 찾아와 해묵은 울분을 토해낸다. 아니 김원경의 어머니는 울지조차 못하고 있었다. 그저 보채듯 촘촘이 가려진 범인의 얼굴이라도 보기 위해 허우적거릴 뿐이었다. 이제 비로소 선량한 가족을 해친 범인이 죄값을 치르게 될 것이다. 그것이야 말로 이유다. 그러므로 자신의 가족은 누군가에 의해 억울하게 희생되었다. 시신도 보지 못하고 가족의 죽음을 인정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고작 몇일 차이였다. 아마 몇일만 더 지났다면 이재한이든 김원경이든 더이상 참지 못하고 무엇이든 상대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려 했을 것이다. 이미 김원경은 이재한과 같이 보기 위해 영화표까지 사놓고 있었다. 서로 전해지지 못했을 뿐 이재한도 김원경도 서로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었다. 하다못해 만일의 불상사를 대비하기 위해 건넨 전기충격기마저 이재한으로부터 처음 받은 선물이라 좋아하고 있었다.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그런 의미다. 한 사람의 꿈과 사랑과 미래와 가능성이, 재능과 개성과 수많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와 기억이 한순간에 사라져 버린다. 그나마 자식이 살아 있으니 평생을 침대에 누워 지내더라도 아버지는 무어라도 해줄 수 있다. 사람도 죽이고, 자식을 위해 죄까지 뒤집어쓴다. 얼마나 지독한 이기인가. 박해영이 말해주기까지 전혀 생각조차 않고 있었다. 자신의 아들로 인해 죽어간 사람들 또한 똑같은 인간이고 개인이었다는 사실을.

먹먹했다. 그럼에도 아들의 죄를 덮기 위해 스스로 살인마저 저지르는 부정과, 그런 어리석은 부정으로 인해 끝내 이어지지 못하고 만 안타까운 인연이. 수십년 뒤 다시 누군가는 사건을 우울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단지 몇 줄 보고서에 기록된 이름이고 첨부된 사진에 불과했다. 이미 26년이 지나 피해자는 더이상 인간이 아니었다. 살아 숨쉬고 있었다. 울고 웃으며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었다. 용서할 수 없었다. 이대로 끝낼 수 없었다. 끝나지 않았다. 공소시효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아직 살인자가 남아 있었다. 시간을 핑계로 삼는다. 누구도 자신을 처벌할 수 없다. 드라마에서나마 공소시효를 페지한 결과 멈춰있던 시간들이 빠르게 흘러가기 시작한다.

26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서야 겨우 사건은 해결되고 있었다.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지만 어찌되었거나 여러 우연들이 겹치며 범인을 잡을 수 있었다. 비약적으로 발전한 과학수사의 결과 과거 몰랐던 진실을 밝혀낸 예를 뉴스등을 통해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과거 사건의 당사자들과 단지 그것을 기록으로써만 접하는 현재의 경찰이 목소리를 통해 만난다. 결국 자신의 힘으로 해결하지 못한 사건을 미래로부터 들려온 목소리에 맡긴다. 현재의 수사의 결과를 다시 오늘의 과거에 전한다. 수사는 항상 미래다. 어쩔 수 없다. 견디며 이기며 진실을 쫓는다. 빠져들게 된다.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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