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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1.15 10:09

불후의 명곡2 "전설과 함께하는 한 바탕의 축제, 반가운 선물을 받다!"

'나는 가수다'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선택, 전혀 다른 지금을 반긴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영어로 표현하면 더 멋질 것 같다. 'sing a song', sing이어서 song인가? 아니면 song이기에 sing인가? '노래'를 부르는가? 아니면 노래를 '부르는'가? 같은 단어로 이루어졌지만 뜻은 전혀 다르다.

MBC의 <나는 가수다>에 대해 그동안 표절논란에도 불구하고 KBS의 <불후의 명곡2> 나름대로 구축해 온 자기만의 정체성일 것이다. <나는 가수다>는 '가수'가 노래를 한다. 그러나 <불후의 명곡2>에서는 가수가 '노래'를 부른다. 그래서 <나는 가수다>에서는 '가수'들이 경쟁하고, <불후의 명곡2>에서는 노래의 의미와 가치를 이야기한다.

어떻게 얼마나 다르게 편곡했는가? 어떻게 얼마나 원곡과 다르게 훌륭하게 소화해 불렀는가? 그보다는 어떤 노래인가? 원곡자는 누구이고 그는 과연 어떤 가수였는가? 그런 대단한 선배들의 노래를 부르게 된 것을 영광으로 여기고 함께 무대에 선 것을 감격으로 여긴다. 노래 앞에서 한없이 겸손하다. 반면 <나는 가수다>에서는 노래가 겸손해진다. 편곡이 어지간히 원곡과 달라지지 않으면 이제는 시청자가 만족하지 못한다. 그러나 <불후의 명곡2>에서는 원곡의 느낌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아마 비유하자면 성적이 곧 돈이고 자신의 자존심인 프로야구선수와 야구 그 자체를 즐기고자 하는 사회인야구선수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이길 수 있으면 좋다. 더 좋은 무대로 대중의 선택을 받아 이길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 없다. 하지만 그에 대한 비장함은 보이지 않는다. 이겨도 그 뿐이고 져도 그 뿐, 당장은 긴장하지만 지나고 나면 웃고 넘긴다. 다시 말하지만 가수가 경쟁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가수'다>가 아니라 <불후의 '명곡'2>다. 덕분에 경연이라기보다는 축제의 느낌이다.

오랜만에 선배가수들이 TV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도 주말오후시간대 모든 계층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에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무대에서 노래도 부른다. 그들의 노래를 한참 어린 후배가수들이 함께 부른다. 특별한 날이나 되어야 특집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이벤트로 보여지는 모습들이다. 그런데 매주 주말이면 볼 수 있다. <콘서트7080>이 아닌 아이돌도 출연하는 <불후의 명곡2>에서 그들과 그들의 노래를, 그들과 함께 하는 젊은 가수들을 볼 수 있다.

추억에 젖고 젊은 가수들의 기량에 놀란다. 혹은 익숙지 않은 세대는 익숙한 가수들이 부르는 생소한 과거의 기억들에 새삼스런 느낌을 갖는다. 좋지 않은가? 대한민국의 음악은 이만큼 깊고 넓고 오래되었다. 사실 방송으로 보이는 모습은 우리의 음악 만큼이나 깊지도 넓지도 오래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여전한 선배들의 모습에서 그 뿌리를 발견하게 된다. 조정현과 한 무대에 서게 되었다니 신기해 하더라는 이석훈의 부모처럼 세대가 소통하는 기회가 된다. 김완선을 기억하는 기성세대와 김완선과 함께 무대에 오른 브라이언에 더 익숙한 세대가 함께 하듯.

전혀 다른 느낌이다. 전혀 다른 성격의 프로그램이다. 겉모습은 비슷하지만 그 내용은 전혀 다르다. 그리고 필자로서는 이쪽이 더 취향에 맞는다. 경쟁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순위를 매기는 것도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 편이다. 단지 일 대 일로 누가 더 나았다. 1등이라는 말도 최종승리자라는 뜻이지 중간에 탈락한 가수에게도 1승이니 2승이니 승리의 회수가 따라붙는다. 설사 대결에서 패했다 하더라도 개인과 개인의 대결에서 밀린 것이지 역량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기는 어떠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노래 잘하는 가수들이라는 것을 관객과 시청자 자신이 안다.

신동엽의 능글맞은 진행과 대기석에서의 김구라의 거침없는 대화가 프로그램의 맛을 더한다. 이렇게 악의없이 사람을 궁지로 몰 수 있는 사람은 신동엽 말고는 없을 것이다. 분명 곤란해하고 난처해하고 있으면서도 그냥 허허 웃어버리고 만다. 김구라의 방대한 지식과 예리한 멘트도 심심할 수 있는 대기실에 활력을 더한다. 무엇보다 세대를 아우르는 가교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확실한 중심이 있어 프로그램은 산으로 가지 않는다. 마음놓고 즐기며 볼 수 있다.

갈수록 좋은 프로그램이 되어 가고 있다. 초반의 혼란을 딛고 어느새 안정된 포맷으로 자기만의 정체성을 확립해가고 있다. 이제는 굳이 <불후의 명곡2>를 <나는 가수다>와 비교하려는 사람도 많이 줄어들지 않았을까? 전혀 다른 그러나 좋은 프로그램이다.

정시로를 다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조정현도 너무 반가웠다. 임병수도 역시. 어디에서 무엇하며 사나 했었는데. 정시로는 가장 닮고 싶었던 보컬이었다. 물론 그와 같이 되지는 못했다. 조장혁과 신용재의 무대는 과연 피날레에 어울리는 인상깊은 무대였다. 좋은 선물을 받은 것 같다. 너무 좋았다.

아무튼 오랜만에 채널을 고정하고 반가움과 새로움에 즐거울 수 있었다. TV란 원래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도구였다. 순수하게 행복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그리움조차 새로울 수 있었다.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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