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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vs 남자의 자격 "병풍론, 병풍이 집안의 품격과 분위기를 좌우한다."
너무 다른 두 프로그램, 닮으라 요구하는 것은 무리하며 무도하다.
2012년 01월 15일 (일) 10: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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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기자 azzasi@stardailynews.co.kr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원래 병풍이라는 자체가 방을 꾸미기 위한 것이다. 어떤 병풍을 두르는가에 따라 방의 분위기며 격조가 달라진다. 같은 병풍이더라도 그 병풍을 어떻게 취급하는가에 따라 프로그램의 성격도 달라질 수 있다. <무한도전>과 <남자의 자격>이 그러하다.

아무래도 <무한도전>이 먼저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고정시청자층도 탄탄하고 <무한도전>이라는 자체가 리얼버라이어티의 표준처럼 되어 있었다. 이후 리얼버라이어티를 표방한 그 어떤 프로그램도 원조인 <무한도전>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다. 더구나 포맷까지 비슷하다. 매번 새로운 미션을 받아 수행하는 것부터 이제는 멤버의 숫자까지 일곱명으로 같다. 비교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비슷한 듯 전혀 다른 두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존재가 있으니 바로 두 프로그램에 존재하는 병풍의 존재일 것이다. 팬들의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는 태생적으로 웃기지 못하는 남자 길과 아예 무관심하게 방치되어 있는 윤형빈이 그들일 것이다. 어째서 같은 병풍인데도 이 두 사람에 대한 반응은 이렇게나 다른가? 서로 성격이 다른 프로그램인 때문이다.

일단 <무한도전>을 보고 있으면 TV를 통해 시청하고 있는 시청자조차도 저릿할 정도로 살벌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어떻게든 분량을 확보해야 한다. 어떻게 해서든 시청자들에 재미와 웃음을 주어야 한다. 이번 '무한상사, 종무식 있는 날' 미션에서도 그것은 너무나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유재석이 인주를 가지고 노트북이라며 상황극을 시작하자 너도나도 따라서 주어진 소품으로 상황극을 이어간다. 그에 호응하지 못한 하하는 순간 프로그램에서 낙오되고 소외된다.

새해라고 유재석 부장을 찾아간 직원이 윷놀이에 앞서 응원전을 시작하며 박명수를 필두로 응원만들기에 들어간다. 역시 여기서도 제대로 응원을 재미있게 만들지 못한 하하는 낙오자로 취급된다. 유재석이 필승의 카드로 준비한 응원을 정준하가 앞서 그 내용을 발설함으로써 흥을 깨자 그에게도 멤버들의 비난이 쏟아진다. 멘트 하나 행동 하나까지 시청자를 의식하여 웃음과 재미를 만들려 하고 그를 위해 멤버 서로 감시하고 견제하며 경쟁한다. 그러한 치열함이 <무한도전>의 매력이다.

반면 <남자의 자격>은 어떠한가? 전현무도 지난주 '남자, 중년의 사춘기' 미션 당시 실험카메라를 통해 그와 같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다. 다른 예능에서는 분량에 대한 욕심도 있고 그로 인한 경쟁이 치열해서 치고들어가는데 어려움을 느끼는데 <남자의 자격>에는 그런 것이 없다. 너무 욕심이 없어서 편하지만 그것이 <남자의 자격>의 한계로 작용한다.

말 그대로다. 어떤 미션이 주어지든 서로 자기가 더 튀어보고자 나서거나 경쟁하는 것이 없다. 말 한 마디 더 하려 끼어드는 것도 없고, 어떻게든 카메라의 관심을 받아보고자 무리한 몸짓을 해 보이는 경우도 없다. 어떻게 해서든 웃음을 주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멤버들은 오로지 주어진 미션에만 충실하다. 가끔 터지는 웃음은 그런 가운데 보여지는 자연스런 상황에서다. 웃기면 좋지만 못웃겨도 그 뿐, 그 이면에는 무리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리얼리티와 공감이 있다. 편안하다. 아마 그것은 메인MC이자 맏형인 이경규가 말한 '예능의 끝은 다큐멘터리'라는 말과도 닿아 있을 것이다.

실험카메라에서도 이경규는 말하고 있었다. 서로가 형제라고 친하다고 하더니만 개편한다고 절반이나 되는 멤버가 물갈이되면 누가 그 진정성을 알아주겠는가? 더 웃음을 줄 수 있는 새로운 멤버보다 기존의 멤버 사이의 화학적 결합을 중요시여긴다. 그보다는 멤버 사이에서 나올 수 있는 자연스런 상황과 공감할 수 있는 웃음을 중요시여긴다. 과거 <남자의 자격>에서 가장 많은 웃음을 책임졌던 김성민이 도리어 프로그램 안에서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하지 못한 이유였다. 지나치게 튀는 말이나 행동은 멤버 사이의 자연스러운 관계를 해친다. 사실 그게 정상적이다. 예능이라면 김성민이나 전현무와 같은 캐릭터가 반갑지만 실제의 상황이라면 매우 피곤하고 부담스럽다.

그래서다. 모두가 웃겨야 하는 예능이다. 모두가 웃음을 위해 긴장하며 노력한다. 웃음과 재미를 주지 못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좌절로 실패로 여기고 받아들인다. 그런 <무한도전>에 있어 웃음을 주지 못하는 멤버란 어떤 의미이겠는가? 그에 반해 더 많은 웃음을 주기보다 자연스러움과 진정성을 내보이고자 하는 <남자의 자격>에서는 막내는 단지 막내인 것으로도 좋은 것이다. <남자의 자격>에서 윤형빈이 괜히 웃겨보겠다고 왕비호가 되어 독설을 날려도 분위기가 상당히 어색할 것이다.

양준혁 역시 마찬가지다. 같은 노총각이다. 벌써 마흔을 넘겼다. 물론 정준하는 사귀는 여자가 있다. 양준혁은 그조차도 없다. 하지만 두 사람을 대하는 프로그램의 자세는 그런 정도를 넘어섰다. 정준하는 웃기고 양준혁은 애처롭다. 여전히 결혼이야기만 나오면 당황스러워하는 정준하를 보고 있으면 웃음을 머금게 되지만 궁상이 철철 흘러 넘치는 양준혁의 일상을 보면 동정부터 하게 된다. 진심으로 양준혁이 좋은 사람 만나 노총각 신세를 면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먹게 된다. 물론 그것도 웃음이라면 웃음일 것이다. 양준혁은 그만큼 대단한 스타플레이어이기도 하다.

물론 필자는 <남자의 자격>의 편안함을 좋아한다. 사실 필자도 마찬가지다. 식스팩을 만들라 한다. 어째서? 왜? 그러나 자극받았다. 김태원이 팔굽혀펴기를 무려 21개나 하는 것을 보면서. 이제까지 모든 미션을 보면서 한결같이 느끼던 것들이다. 왜? 어째서? 하지만 이내 설득당한다. 멤버들과 마찬가지로 설득당하지만 그렇다고 항상 초지일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리얼하다. 이것이 바로 남자다. 게으르고 나태하게 비겁하고 완고하기까지 한. 무언가 억지로라도 만들어야 한다고 하는 사명은 이미 현실에 치인 남성들에게 피곤함으로 다가올 수 있다.

재미는 <무한도전>이 더 있다. 내내 웃게 된다. 껄껄거리며 아예 방바닥을 뒹굴기도 한다. 그러나 아주 가끔 피곤할 때가 있다. 서로 웃음을 눈치보고 격려하기보다 질타할 때. 웃기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온갖 인간적인 모욕마저 감수하지 않으면 안될 때. 어느새 멤버 사이에도 서열이 부여된다. 그런 것이 프로그램을 보는 도중에도 확실하게 느껴진다. '무한상사'의 경우도 그러한 무의식의 공감대가 있었기에 한결 재미있을 수 있는 것이다. 재미있지만 피곤하다. 그에 반해 <남자의 자격>은 웃음은 적지만 긴장을 풀고 볼 수 있는 편안함이 있다.

가끔 <남자의 자격>과 <무한도전>을 비교하며 특히 <남자의 자격>으로 하여금 <무한도전>을 닮으라 하는 주장을 들을 때마다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굳이 <무한도전>이 두 개일 필요가 있을까? <무한도전>과 같은 프로그램을 보고자 한다면 <무한도전>을 한 번 더 보면 된다. 이경규는 유재석이 아니고, 김태원은 박명수가 아니다. 김국진도 정준하가 될 수 없다. <남자의 자격>이 <무한도전>에 미치지 못한다 여겨진다면 바로 그것이 <남자의 자격>이 <무한도전>과 다른 이유이고, <남자의 자격>이라는 프로그램이 존재하는 이유다. 그래서 <남자의 자격> 역시 <나는 가수다>의 바람이 거세던 무렵에도 10%가 넘는 안정된 고정시청자층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무한도전>에서 웃기지 못하는 길은 죄인이다. 그는 질타되어야 하고 심지어 퇴출되어야 할 대상이다. 그래서 길에게는 억지로라도 태생적으로 웃기지 못하는 남자라는 캐릭터가 주어진다. 그러나 <남자의 자격>에서 윤형빈은 그저 막내로서 형들만 잘 모시면 되는 것이다. 그런 선량함에 마음을 놓게 된다. 굳이 윤형빈에게 캐릭터를 만들어주어 분량을 확보하려는 노력도 없다. 이보다 분명한 차이가 있을까? 굳이 닮을 필요 없이 서로가 너무나 다른 프로그램인 것이다.

전현무의 비판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남자의 자격>은 지금의 모습 그대로 갈 것이다. 그것이 <남자의 자격>을 선택한 시청자의 요구다. 그리고 그와는 반대로 <무한도전>은 무한도전만의 길을 계속해서 가게 될 것이다. 그 또한 <무한도전>을 보는 시청자의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무한도전>과 <무한도전2>가 아닌 <남자의 자격>인 것이다. 둘은 별개의 프로그램이다. 절대 같아질 수 없다. 그렇다면 진정 표절이고 아류일 것이고 볼 이미가 사라진다. 있을 가치가 없어진다.

아무튼 '무한상사'라는 말이 너무나 잘어울리는 에피소드였다. 어떻게든 실적을 올리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샐러리맨처럼 남들보다 높은 수입과 인기를 누리지만 그에 따른 분량을 확보하기 위한 멤버들의 고민이 보인다.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 지금 이 순간 다른 프로그램을 마다하고 <무한도전>에 채널을 고정시킨 시청자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 프로인 것일까? 그에 비하면 <남자의 자격>은 아마추어의 여유로움에 가깝다. 둘 다 그런 점에서 매력있고 재미있다. 두 프로그램 모두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어느 한 쪽을 편들어 이야기할 수 없는 이유다.

재미있었다. 유쾌했다. 실컷 웃었다. 그리고 그런 가운데 공감이 있었다. 어쩌면 현실은 예능보다 더 예능적이다. 코미디보다 더 코미디적이다. <남자의 자격>은 그런 점에서 어쩌면 다큐멘터리라는 이름의 판타지일지 모른다. 페이소스가 있다. 역설이 있다. 벅찬 웃음이 있다. 웃음은 어쩌면 울음의 다른 표현이다. 억울함과 분노의 또다른 수용방식이다. 전혀 웃음이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상황에서도 그 웃음은 너무나 통쾌하다.

<무한도전>의 힘을 새삼 깨닫게 된다. 되짚어 이해하게 된다. 이래서 <무한도전>이다. 다른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과 비교해보면 그런 것이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수많은 프로그램들이 명멸하는 가운데 몇 년이나 롱런할 수 있었던 비결일 것이다. 재미있다.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 재미있다. 재미있는 프로그램이다. 몸살감기마저 잊을 정도로 크게 웃었다. 즐거웠다. <무한도전>이다.

토요일에는 <무한도전>, 일요일에는 <남자의 자격>, 띄엄한 우리집 TV의 고정채널표다. 토일요일에는 거의 이 두 프로그램만을 본방으로 본다. 굳이 약속을 취소하고서라도 TV앞에 앉아 있을 이유와 의미가 있다. 편애하는 마음은 있다. 그러나 폄하는 못하겠다. 좋은 프로그램들이다. 좋다.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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