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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1.14 13:08

위대한 탄생2 "엄친딸 배수정, 간절함마저 더하며 완전체가 되다!"

진심과 진심이 이어지며 따뜻한 감동 속에 시청자를 이입하게 만들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마지막 퍼즐조각이 맞춰졌다. 그야말로 엄친딸이었다. 유수의 명문대 졸업에 세계굴지의 회계법인에서 근무중인 회계사, 미모도 출중하고 노래는 더 훌륭하다. 과연 그녀에게 흠잡을만한 것이 있을까? 하루만 그렇게 살 수 있어도 무척 행복할 것이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녀에게도 사연은 있었다. 그녀에게도 비극은 있었다. 선택의 비극이었다. 장래가 보장된 회계사라는 직업을 뒤로 하고 앞날이 불확실한 가수의 길에 도전하려 한다. 이미 누구나 부러워하는 안정된 직장을 가지고 있으면서 과연 합격할지의 여부조차 확실하지 않은 오디션에 몸을 던지려 한다. 과연 누가 있어 그런 선택을 달갑게 여길까?

어머니의 눈물이 이해가 간다. 그래서 배수정의 눈물도 이해가 간다. 왜 아닐까? 배수정 자신도 고민이 컸을 것이다. 노래에 대한 꿈과 열정, 그러나 지난날의 노력의 보상으로 주어진 보장된 미래, 과연 그런 것들을 포기하고 불확실한 가수에의 꿈에 자신을 던지기란 말처럼 그리 쉬웠을까? 당사자는 물론이려니와 부모 입장에서도 더 그렇다. 차라리 지금이라도 떨어지고 원래의 직장으로 돌아갈 수 있으면 그렇게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도 없지 않을 것이다.

노래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다. 재능과 노력만 있다고 통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다. 머리가 좋고 의지와 노력이 더해진다면 누구나 좋은 대학에 들어가 좋은 성적으로 좋은 회사에 입사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아무래도 그런 경우는 객관적인 지표 - 이름바 스펙이라 하는 것이 크게 좌우하게 된다. 그러나 더 대단한 재능과 더 놀라운 실력으로도 빛 한 번 보지 못하고 묻혀버리고 마는 것이 바로 대중음악의 세계다. 더구나 요즘은 아이돌의 전성시대라 솔로가수들이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그동안 <슈퍼스타K>며 <위대한 탄생>이며 오디션도 많았는데 과연 가수로서 성공한 경우가 몇이나 되는가? 배수정이 지난날 가졌던 직업과 비교해서.

그런데도 하고 싶으니까. 설사 실패하더라도 후회만큼은 하고 싶지 않다. 실력이 모자라 좌절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러나 도전조차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간절히 바라는 것이 있다. 그것을 이루려는 용기와 의지가 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잃어야 하는 것들이 보인다. 그 잃어야 하는 것들의 크기 만큼 현재의 불안함이 더욱 부각된다.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했어야 했는가? 어쩌면 영영 잃게 될 지도 모를 그것들의 크기와 무게가 대비되어 안타까움과 연민으로 바뀌게 된다. 전혀 그렇지 않는데도 마치 영락한 것처럼 그 보상으로써 어떻게든 성공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저 화려함만으로는 부족했다. 놀라고 감탄하는 것만으로는 아쉬움이 있었다. 역시 드라마에는 비극이 뒤따라야 한다. 비록 그것이 불행이나 불운으로 인한 비극은 아닐지라도 선택으로 인해 치러야 하는 댓가라는 것은 그 댓가의 크기에 비례해 안타까운 감정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비극이 되어 연민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간절한 바람만큼 바람이 생겨난다. 드라마가 생겼다. 배수정이 우승해야만 하는 필연적 이유가 만들어졌다. 진정 저 눈물을 웃음으로 바꾸고 싶다. 이입하게 된다.

아마 구자명과 더불어 <위대한 탄생> 시즌2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사연을 간직한 멘티일 것이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 다 이선희 멘토스쿨 출신이다. 하기는 멘토스쿨의 시작에 굳이 멘티들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 이선희가 직접 각자의 학교와 집을 방문한 보람이 바로 이것일 것이다. 그들 자신과 그들의 삶을 알고 이해함으로써 더욱 그들 자신에 빠져들게 된다. 그들의 삶과 처지를 이해함으로써 더욱 자신을 이입하여 볼 수 있게 만든다. 촉망받던 유망주에서 한 순간에 영락해야 했던 구자명의 비극이 그의 성공을 간절히 바라게 만들듯 누구나 부러워하는 굴지의 회사에서 회계사라는 전문직에 종사하던 배수정의 선택 역시 그녀가 포기해야 하는 것들 만큼 바람을 불러일으킨다. 정말이지 그녀가 잘됐으면 좋겠다. 팬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의 연민이다.

드라마가 좋다. 필자 개인의 감정으로 아마 이제까지 멘토스쿨 가운데 가장 좋았을 것이다. 멘티 한 사람 한 사람의 사연이 살아났다. 학교를 찾아가 알아본 김경주는 역시나 또래의 소녀였고, 장이정의 부모를 통해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던 장이정이라는 개인을 깊이 알 수 있게 되었다. 구자명의 사연은 더욱 극적으로 더 디테일하게, 그리고 화려하게만 보이던 배수정의 고민이 그녀가 머무는 이모집에서의 일상 속에 선연히 드러난다. 그런 때 위대한 캠프에서 떨어지고 구석에서 혼자 눈물을 짓더라는 이선희의 한 마디는 얼마나 또 극적인가? 마음에 깊이 와 닿는다.

캐릭터가 살아나니 관계도 살아나고, 관계의 중심에는 역시 이선희가 있다. 이선희가 각 멘티들에게 건낸 정성어린 편지와 멘티들이 이선희에게 건낸 진심어린 편지가 TV 모니터를 넘어 마음과 마음을 잇는다. 차라리 정을 주지 않으려 했다는 이선희 멘토의 말은 그래서 얼마나 애잔한가? 헤어짐이 두려워 마음을 주지 않으려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은 헤어짐에 앞서 차라리 두려워하도록 헤어짐에 있어 끝내 눈물을 흘리도록 만들었다. 눈물이 서로의 진심을 잇는다.

마지막 최종미션이 정말 훌륭했다. 무엇보다 함춘호와 이태윤, 최태완이라는 국내굴지의 세션들과 함께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멘티들에게는 말할 수 없는 영광이었을 것이다. 연주에 있어 이선희 그 이상일 수 있는 이들이다. 이미 그 이름만으로 전설들이다. 물론 그들을 TV로나마 볼 수 있게 된 필자 역시 영광이었다. 쉽게 볼 수 있는 얼굴들이 아니다.

하기는 그래서 미션도 가능했을 것이다. 어설픈 실력으로 아직 자기 무대도 한 번 가져보지 못한 아마추어들과 맞춰간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음정이며 리듬감이며 무엇 하나 확실하지 않은데 연주가 노래와 함께 맞춰가야 한다. 그러면서도 아직 부족한 멘티들을 이끌고 그들의 실력까지 끌어올려야 하니 그것이 그리 만만한 일이었을까? 그럼에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던 것은 확실히 그들의 무르익은 연주력이 충분히 멘티들을 이끌었기 때문이리라. 덕분에 멘티들 모두 이제까지 가운데서도 가장 훌륭한 무대였다.

아무튼 살아있는 연주와 함께 합을 맞춰 무대를 채워간다는 것은 멘티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경험이었을 것이다. 컴퓨터로 만들어진 반주가 아니다. 매번 똑같은 녹음된 MR반주가 아니다. 보컬의 노래가 다르듯 연주자의 연주도 매순간 달라진다. 연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노래에 맞춰 연주를 채워간다. 마치 연주자와 대화를 주고받듯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그런 의미다. 혼자서만 자신의 감정에 취해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연주를 이해하고 연주자를 이해하며 소통과 교감 속에 음악을 완성시켜나간다. 밴드출신의 가수 가운데 음악적으로도 뛰어난 경우가 많은 것은 그래서다. 연주야 말로 어쩌면 음악의 기본과 같은 것일 게다. 이선희다운 미션이었을까?

멘토스쿨의 마지막 순서에 어울리게 멘티들의 실력도 하나같이 뛰어났다. 무엇보다 일취월장한 것이 한 눈에 보여 기분이 좋았다. 특히 김경주는 처음 지역예선에 나왔을 때 그다지 눈이 가지 않던 참가자였다. 그러나 이제는 제법 들을만하게 부르지 않는가? 아직 어리다. 장이정 역시 상당한 가능성을 보게 된다. 이선희가 그냥 뽑지는 않았구나 새삼 생각하게 되었다.

가족의 앞이라는 것도 마지막 무대라는 상징성을 더했다. 몸이 귀해지면 가장 먼저 보여주고 자랑하고 싶은 것이 바로 가족인 것이다. 가족 앞에 어느새 성장한 모습을 보인다. 어느새 성장하여 당당히 무대에 선 자신의 모습을 보인다. 누구보다 박수받고 싶은 이들이 아니었을까? 합격하였을 때 누구보다 먼저 그 사실을 전하고 싶고, 떨어졌을 때는 누구보다 먼저 위로받고 싶을 것이다. 가족에게 들려주는 노래. 한 달 동안의 멘토스쿨의 결과가 가족 앞에서 보여진다.

아름다웠다. 그 말 밖에는 할 말이 없었다. 이선희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훈훈한 추운 겨울을 덥히는 온기가 가득한 멘토스쿨이었다. 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진정 저들이 헤어지지 않기를, 부디 좋은 일만 있기를 바라게 된다. 자신도 어느새 그 한가운데 있다.

역시 배수정은 최강의 우승후보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탁월한 실력과 매력에 이제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사연까지 더해졌다. 구자명은 실력이 일취월장해 있었다. 김경주는 언제고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장이정은 패자부활전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즐거웠다. 행복해지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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