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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6.01.24 08:38

[김윤석의 드라마톡] 시그널 2회 "공소시효, 시간이 죄를 지우지도 용서하지도 않는다"

바뀐 현실, 과거와 현재가 이어지며 진실을 찾아가다

▲ 시그널 ⓒtvN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시그널. 과거에는 사실이 있다. 미래에는 지식과 경험, 기술이 있다. 뒤집어 말하면 과거에는 지식과 경험, 기술이 부족하다. 미래에는 단지 기억과 기록을 통해서만 현재의 사실을 만날 수 있을 뿐이다. 만일 이 두 가지가 하나로 이어질 수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타임머신을 꿈꾸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미래의 지식과 경험, 지식의 힘을 빌려 과거의 아직 진행중인 사실들을 바꾸고 바로잡는다. 하필 그 대상이 당시의 실수나 오류로, 혹은 어쩔 수 없는 한계에 의래 장기미제로 빠진 사건들이라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시간의 힘을 빌려 과거와 미래를 연결함으로써 인간의 이성과 지성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을 비로소 해결할 수 있다. 매우 직접적이고 직설적이다.

이번에는 무려 26년이라는 시간을 거슬러 당시의 미숙함이 미제로 만들어 버린 연쇄살인사건을 쫓으려 한다. 증거조차 더 이상 남아있는 것이 없었다. 26년 전에 일어난 일들을 제대로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사람 또한 매우 드물다.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수사관들과 같이 무심하게 흐르는 시간들로 인해 마냥 과거의 진실만을 반기며 쫓을 수 없는 현재의 사정이라는 것들도 생긴다. 과거 자신들이 저질렀던 실수와 오류를 인정할 수 없는 현실의 이유들이 있다. 시간을 거스른다는 것은 그 모든 진실을 가로막는 장벽들을 한 번에 뛰어넘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26년 전 실제 수사에 참여했던 말단경찰과의 통화를 통해 시간의 흐름 속에 완전히 묻혀 버린 당시의 가능성을 일깨운다. 심지어 26년 뒤 미래로부터 들려온 박해영(이제훈 분)의 무전을 믿고 따라간 결과 26년 전의 이재한(조진웅 분)은 연쇄살인의 8번째 희생자를 미수로 바꿔놓고 있었다.

26년 뒤 미래의 박해영의 무전이 26년 전 이재한의 미래를 바꾼다. 이미 죽었던 사람이 살아나고, 이미 가지고 있던 수사자료의 내용마저 바뀌고 만다. 상투적이지만 이보다 의미가 더 명확할 수는 없다. 과거와 미래가 낡은 무전기를 매개로 소통할 수 있는 이유였다. 피해자와 관련자들에게 아직 끝나지 않은 사건을 시간을 거슬러 해결함으로 그들의 현재와 미래 역시 바꿀 수 없다. 아직 초등학생이던 딸을 잃고 난 뒤 김윤정의 어머니의 시간은 그 순간에 멈춰 있었다. 한결같이 범인이 체포되어 처벌받기만을 바랐었다. 복수가 아니다. 응징도 아니다. 단지 피해자와 그 관련자들에게 원래 자신들의 것이었을 시간을 돌려주는 것이었다. 당장 모두가 행복해질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다시 자신만의 시간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해준다. 사건이 끝나기 전에는 그들의 시간도 흐르지 않는다. 하필 장기미제사건을 쫓으려 하는 이유였다.

과연 피해자와 관련자들에게 여전히 상처로 남은 큰 범죄를 저지른 이들에게 공소시효란 의미가 있는가. 시간이 흐른다고 죄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피해자와 관련자들의 기억에 그들의 죄는 생생이 살아있다. 그들의 삶과 시간을 구속한다. 그런데 단지 가해자들만이 시간이 주는 망각이라는 축복을 누리게 된다. 불공평하다. 범인이 잡히기만을 바라며 한결같이 버텨왔던 피해자 김윤정 어머니의 앙상하고 그을은 추레한 모습이 화려하게 차려입은 범인의 모습과 정확히 대비된다. 피해자의 인권보다 가해자의 인권이 더 중요한 것인가. 감정적이지만 감정의 지배를 받는 다수의 대중들에게는 매우 적확한 지적이다. 시간도 그들을 자유롭게 할 수는 없다. 아무리 시간이 흘렀어도 죄를 지었다면 그 대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의도가 옳아도 어쩔 수 없이 현재에 지배받을 수밖에 없는 대부분의 인간에게 시간이란 너무 높고 너무 먼 넘기 힘든 장벽으로 존재한다.

미제사건전담만을 만들고 운영하는 것에서부터 저항에 부딪힌다. 저항 정도가 아니다. 아예 시작보타 유배였었다. 마음에 안드는 경찰들을 망각과 함께 묻고자 하는 의도만이 보이고 있었다. 그럼에도 단 한 가지 그나마 남아 있는 당시의 사건과 관련된 사실들에만 집중하며 수사에 나서려 하고 있었다. 26년 전에도 남들과 다르게 누구보다 열심히 사건의 해결을 위해 몸바쳐 뛰던 수사관이 있었다. 26년의 시간이 이어진다. 15년에서 다시 26년이다. 1989년의 자신을 설득해야 한다던 이재한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차수현과 불편한 관계를 벌써부터 예고하고 있던 김범주(장현성 분)와 안치수(정해균 분)도 이재한의 실종에 대해 알고 있었다. 어디까지 가려는 것인가. 과거와의 소통을 통해 달라지는 현재 가운데는 이재한도 포함되어 있을 것인가. 

도입부가 깔끔하다. 그 자체로 완결되어 있으면서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들을 위한 전채로서의 역할까지 넘치도록 훌륭히 수행해낸다. 김윤정 유괴사건의 진범을 체포하기까지의 과정이 매우 타당하고 현실적이면서 극적인 재미를 극대화한다. 전통적인 수사드라마에서 너무나 쉽게 먹하던 차수현과 박해영의 기만이 진범에게는 전혀 먹히지 않는다. 아예 모두 포기하고 범인을 놓아보내야 했을 때 전혀 뜻밖의 증거 하나가 진범을 불러세우고 그 손목에 수갑을 채운다. 그러나 정작 김윤정의 살해에 대해서는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분노의 이유다. 그리고 장차 차수현과 박해영이 해나갈 일들의 동기이기도 하다. 시간에 묻혀 있던 사건의 진실을 찾아 시작한다.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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