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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6.01.23 09:04

[김윤석의 드라마톡] 시그널 1회 "미제 사건과 잃어버린 단서, 시간을 넘어 소통하다"

공소시효 20분을 남기고 과거가 전한 단서로 진범을 잡다

▲ 시그널 포스터 ⓒtvN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시그널. 사실 시간을 뛰어넘는 소통이란 색다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전혀 새롭거나 신기할 것 없는 익숙한 대중적 소재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무전기를 사용한 소통이라는 것도 수단만 바뀌었을 뿐 이미 다른 작품에서 흔하게 쓰여져 온 설정이기도 했었다. 그러나 미제사건이라는 흔치 않은 소재와의 조합은 마치 원래의 자리가 거기였다는 듯 완벽한 시너지를 보여준다. 어쩌면 과거 사건들이 미제로 빠지기 전 해결에 중요한 실마리가 될 단서를 우연이나 사고, 혹은 실수로 모두가 놓치고 지나쳤는지 모른다. 과거와의 소통을 통해 그 단서들을 찾는다.

범죄와 관련한 보도에서 흔히 듣거나 보게 되는 단어가 바로 '초동수사'일 것이다. 아직 현장과 관련한 증인들의 기억이 오염되기 전에 날 것의 단서들을 찾아내어 해결의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하지만 당연하면서도 한 편으로 전혀 당연하지 못한 것이 바로 이 '초동수사'라는 것이다. 바로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린아이가 하는 두서없는 말이기에 바쁜 와중에 무심히 지나치고 말았다. 시간이 한참 지나 모두의 기억속에서 잊혀지고 있었기에 다시 찾아가서 말해도 그다지 귀기울여 듣지 않게 되었다. 어린이를 유괴한 범인이 여자였다는 증언을 놓쳤던 탓에 무려 공소시효를 사흘 앞둔 시점까지 전혀 엉뚱한 사람을 진범으로 쫓고 있었다. 과거로부터 들려온 무전기의 목소리가 당시 놓치고 지나갔던 단서들을 되돌린다. 드라마기에 가능하다. 상상을, 모두의 간절한 바람을 드라마로나마 현실로 옮겨놓는다.

이제훈(박해영 역)이 보여주는 일상의 과장된 캐릭터 연기는 오히려 부담스러울 정도로 작위적인 느낌을 주고 있었다. 말 그대로 연기를 한다는 느낌이었었다. 박해영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박해영이 되기 위해 필사적으로 애쓰고 있다는 느낌이 더 강했었다. 물론 이후 15년 전 유괴사건의 범인의 윤곽이 드러나자 원래 자기의 직업인 프로파일러로 돌아가 진범을 추적할 때는 이제훈이라는 젊은 배우가 가진 연기내공과 가능성을 넘치도록 느낄 수 있었다. 똑같이 과장되지만 단단히 뿌리를 내린 듯 전혀 어색함이나 불안함 같은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어쩌면 아직 박해영이라는 인물에 익숙하지 못한 때문은 아니었을까 싶었다. 원래 어지간히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도 쉽지 않은 것이 개성강한 캐릭터의 일상적 연기다. 그래도 전반과 후반이 전혀 다른 인물인 듯 갈수록 배우와 캐릭터의 매력이 살아나고 있었다. 다음을 기대해도 좋은 이유다. 배우는 드라마를 통해 성장하기도 한다.

과연 과거와의 소통을 통해 해결할 첫 사건으로 박해영과 차수현(김혜수 분), 이재한(조진웅 분)이 모두 직간접적으로 얽혀 있는 15년 전 어린이유괴사건을 선택한다. 박해영은 유일한 목격자이자 증인이었고, 이재한은 유일하게 진실을 쫓고 있던 형사였으며, 차수현은 이재한의 뒤를 이어 마지막까지 진실을 쫓고 있었다. 자신이 먼저 우산을 씌워주지 않아서, 자신이 본 것을 제대로 경찰에 알리지 몫해서, 경찰을 원망하면서도 스스로 경찰이 되고자 했던 것은 그런 자신에 대한 책임이었다. 사랑하던 사람이 15년 전 그 사건을 수사하다가 행방불명되었다. 수사팀과 따로 떨어져서 혼자서 사건을 수사하다가 누군가의 제보를 받고 현장에서 진범으로 쫓던 용의자의 시신을 발견한 순간 공격을 받고 쓰러졌다. 바로 지금도 차수현이 찾고 있는 그 사람이 박해영과 무전기로 소통하게 되는 이재한이다. 벌써부터 차수현과 박해영의 험난한 앞길을 예고하는 수사국장 김범주(장현성 분)와 그의 손발노릇을 하는 계장 안치수(정해성 분)와의 악연도 그로부터 비롯되고 있었다. 

사실 이재한의 무전을 받기까지 박해영 자신도 15년 전 유괴사건에 대해 거의 포기하고 있었을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 어떤 노력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저 체념과 원망만을 두른 채 떠돌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15년 전 진범을 쫓 용의자의 시신이 자살로 위장된 채 놓여 있던 병원 뒤 맨홀까지 찾아갔던 이재한으로부터 무전이 걸려오며 멈췄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이재한이 전한 단서라고 해봐야 유괴범이 선일정신병원과 관계된 사람일 것이라는 정황 정도가 전부였다. 하지만 유력한 용의자의 시신이 발견되었으니 사건은 다시 표면으로 떠오르고, 자살이 아닌 타살의 정황이 발견되었으니 다른 진범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시신에 남겨진 흔적을 통해 병원관계자 - 그리고 당시 병원에서 근무했던 관계자들을 조사하며 간호사였다는 사실을 알아내게 된다. 그리고 그같은 사실들이 당시 김윤정이 유괴당하기 직전 박해영이 보았던 기억과 조합된다. 프로파일러의 본능이 범인을 구체화시켜 찾아낸다. 함정에 빠진다. 시청자까지 작가와 제작진이 파놓은 함정에 놀아나고 만다. 설마 그 순간에조차 그런 사소하고 단순한 방법으로 경찰과 시청자의 눈을 속일 줄이야.

물론 의문은 남는다. 그렇다면 15년 전 이재한으로 하여금 시체가 놓여 있던 맨홀까지 찾아가게 만든 '경위'라 불이운 누군가는 누구인가. 그리고 시체를 발견하고 무전기로 어딘가에 보고하는 이재한의 뒤에서 내리치고 있던 사람은 그 누군가와 동일인일 것인가. 차수현과 팀을 이루고 있는 한 박해영이 쫓아야 할 진실이기도 하다. 도대체 누가 무엇이 이재한과 자신가의 사이에 15년이라는 시간의 벽을 쌓았는가. 그것은 필경 두 사람이 무전기로 서로 소통하게 된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범인은 잡혔지만 아직 증거도 자백도 받아내지 못했다. 당장 진범으로부터 자백을 받아내고 재판받게끔 만드는 과정이 남아 있다. 수사는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드라마는 이제 겨우 시작이다.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출연배우의 면면만으로도 기대를 가지게 만드는 드라마였다. 처음 어딘가 어설프고 어색하던 느낌도 진행되어감에 따라 어느샌가 만족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마지막 순간에까지 그리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바로 납득되는 간단한 심리적 트릭으로 긴장을 놓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이미 tvN이란 하나의 브랜드다. 매번 새롭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화제작들을 내놓으며 TV드라마의 한계를 넓혀가는 tvN만의 도전과 시도가 이번에도 성공을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출발은 좋았다. 마지막까지 한결같기를. 설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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