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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6.01.22 07:21

[김윤석의 드라마톡] 리멤버 아들의 전쟁 12회 "인간의 반격, 남규만의 오만이 균열을 만들다"

마침내 이기는 모습을 기대하며, 겨우 반격이 시작되려 하다

▲ 리멤버 아들의 전쟁 ⓒS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리멤버 아들의 전쟁. 바라는 것이 생겼다. 이기는 것을 보고 싶어졌다. 아주 사소한 것일지라도 서진우(유승호 분)가 남규만(남궁민 분)을 상대로 통쾌한 승리를 거두는 모습을 간절히 보고 싶어졌다. 너무 많이 졌다. 너무 지기만 했다. 이제는 관성마저 생기려 한다. 이번에도 서진우는 지고야 말 것이다. 현실도 고단한데 드라마마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지쳐간다.

하기는 이쯤이면 한 번 쯤 이겨 볼 때도 되었다. 박동호(박성웅 분)의 한 마디가 그런 기대를 키워준다.

"남규만을 이기려면 나부터 이겨라!"

그 전에 박동호는 자신을 따르는 편상호(김지훈 분)에게 그리 말하고 있었다. 남규만이 자신을 의심하고 있기에 어쩔 수 없이 이번 재판에서 반드시 서진우에게 이겨야겠다. 4년 전 한 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져 본 적 없는 박동호가 새삼스럽게 필승의 각오를 다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오히려 역설적인 기대를 키우게 된다. 만일의 반전을 대비해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박동호를 더욱 절박한 상황으로 몰아가는 것은 아닌가. 남규만이 가진 모든 힘과 모든 수단들을 동원하여 이겨온 박동호에게 승리함으로써 박동호의 말처럼 서진우 역시 남규만과 싸울 수 있는 자격을 가지게 된다.

물론 아직 불안요인은 있다. 무려 지검장의 지시로 자신에 대한 감찰부의 내사가 시작되었는데 정작 당사자인 홍무석(엄효섭 분)은 태연하기만 하다. 그다지 동요하는 기색도 없이 바로 남규만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부탁한다. 설마 이번에도 일호그룹과 회장 남일호(한진희 분)의 힘이 지검장이나 혹은 그 윗선의 누군가에까지 미쳐서 탁영진(송영규 분)의 필사의 시도가 무위로 돌아가는 것은 아닐까. 탁영진까지 좌절하고 나면 더이상 검찰내부에서 일호그룹의 손발이 되어 움직이는 부장검사 홍무석을 어떻게 할 수 있는 수단이 모두 사라지게 된다. 여전히 홍무석이 검찰 내부에서, 그것도 요직에 건재한 채 남아 있다면 법으로 일호그룹과 남일호 회장 부자를 심판하기란 너무 어려워진다. 아직 한 참 더 먼 길을 돌아가야만 비로소 그들을 심판하고 응징한다는 처음의 목표를 이룰 수 있다. 서진우 자신의 상태도 상태지만 시청자의 인내심이 그때까지 기다려 줄 수 있으리란 보장이 없다. 벌써부터 지쳐간다.

홍무석을 잡아야 한다. 과연 형사 곽한수(김영웅 분)는 인간의 바닥을 보여준다. 경찰로써 최소한의 명예도 자긍심도 없이 자신의 양심과 사명감마저 몇 푼 돈과 알량한 공명심에 팔아치운 인간이었다. 오로지 눈앞의 이익만을 쫓는 속좁은 이기가 더이상 기대할 이익도 없는데 다른 사람과의 의리나 신용을 끝까지 지킬 것이라 여기는 자체가 처음부터 무리였다. 자신의 어설픈 변명이 통할 것이라 믿으며 자신을 무시하고 밀어내려 하는 이들에게 무책임한 분노와 원망하는 마음마저 가지게 된다. 혼자는 죽지 않겠다. 자신을 이렇게 만든 분풀이를 하고야 말겠다. 자신을 고발해서 징계를 받게 만든 것은 어디까지나 서진우지만, 그러나 자신을 가치없는 존재로 무시하고 모욕한 것은 남규만과 홍무석이었다. 갚아주어야 한다. 다만 그럼에도 곽영웅이 건넨 동영상이 남규만을 심판받게 하려는 서진우의 계획을 위해 얼마나 역할을 할 수 있을까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그동안도 증거가 없어서 이기지 못한 것이 아니었다.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한 번에 역전시킬 수 있는 더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

자신을 이겨야 남규만도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박동호의 말이 어쩌면 앞으로의 전개에 대한 중요한 단서가 되어 준다. 미소전구에서 평생을 바쳐 일해왔던 공장장을 찾아가 난치병에 걸린 어린 딸을 인질로 잡고 법정에서 거짓증언을 하도록 유인한다. 만일 법정에서 미소전구에 불리한 증언만 해준다면 일해그룹이 소유한 병원에서 무상으로 최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 딸을 가진 아버지로서 병에 걸린 딸이 치료받고 나을 수 있다는데 양심과 의리를 지키기 위해 단호히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이란 현실에 거의 없다. 4년 전 서진우의 아버지 서재혁의 재판 때도 그랬던 것처럼 사람의 약점을 이용하여 거짓과 진실을 바꾸는 일에 앞장세운다. 이번에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뻔했다. 아니 알았더라도 다른 사람도 아닌 공장장이 재판정에서 미소전구에 불리한 증언을 한다면 재판은 불리하게 흘러갈 수밖에 없다. 이번에는 다를 것인가. 서진우의 간절한 설득이 공장장의 마음을 바꿔야만 한다.

그동안 남규만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자신의 손발이 되어 모든 것을 낱낱이 보고 듣고 겪어 온 것이 바로 비서인 안수범(이시언 분)이었었다. 인간이 아니었다. 개인이 아니었다. 남규만 자신에 종속된 존재였었다. 그래서 사장과 비서라는 공식적인 관계가 아닌 한때 같은 고등학교에 다닌 친구사이였던 개인적인 관계를 남겨 유지시킨다. 오히려 친구로써 자신에게 반만을 하도록 시킴으로써 혹시 모를 만일의 거리마저 지운 채 철저히 안수범을 도구로써 자신에게 종속시키려 하는 것이었다. 어차피 이름을 부르고 반말을 한다고 안수범이 자신과 대등한 존재가 될 수는 없는 것이었다. 차라리 여전히 친구로 남겨둔 채 철저히 도구로만 대함으로써 모욕하고 조롱하는 즐거움까지 누릴 수 있다. 지독한 악의이면서 그러더라도 안수범이 감히 자신에게 어쩌겠느냐는 오만이기도 하다. 아무리 누르고 짓밟아도 안수범은 자신을 거스를 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안수범 역시 인간이었다. 한때 자신과 대등한 존재였던 하나의 인격이었다. 안수범의 움켜쥔 주먹에서 어떤 가능성을 예감해 본다. 남규만의 오만에서 자라난 균열이 마침내 그를 파멸에 이르게 만들 가능성이다.

과연 안수범으로 인해 서진우로부터 들은 의심이 강석규의 안에서 확신으로 자라나고 있었다. 안수범은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서진우도, 이인아도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다만 아직까지 진실은 강석규의 재량을 넘어선 곳에 있었다. 시간이 필요하다. 안수범이 이인아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며 남규만은 의심을 내보이고 있었다. 도구를 더 잘 사용하기 위해서는 항상 도구를 의심하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 도구가 쓸모를 유지하고 있는지 매순간 의심하고 시험하고 평가해야 한다. 신뢰로 엮인 관계가 아니다. 남규만 자신의 안수범과의 관계를 정의하고 있다. 더이상 쓸모가 사라진다면, 오히려 거추장스럽다 여긴다면, 그리고 필요가 없어진 도구는 자칫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정리해야 한다. 과연 안수범으로부터 시작된 균열이 남규만을 궁지에 몰 덫으로 자라나게 될까? 남규만과 홍무석으로부터 받은 홀대와 모욕을 참지 못하고 곽한수는 그를 곤란케 할 증거를 확보해 서진우를 찾아왔었다. 일호그룹이라는 자본과 권력에 농락당한 인간들이 다시 그들에게 복수하려 나선다.

마침내 박동호와 석주일(이원종 분)이 서로 갈라서게 된다. 아버지와 같았지만 아버지는 아니었다. 박동호와 박동호의 아버지에 대한 개인적인 인연 만큼이나 지금 자신이 모시는 남일호 회장에 대한 의리도 중요하다. 그래서 아무런 앙금 없이 깔끔하게 돌아서고 있었다. 아버지의 진실을 밝혀야 하는 아들이고, 남일호에게 고용되어 그를 위해 일하는 처지였다. 서로 자신이 놓인 상황에 충실하려 할 뿐이다. 이미 결심은 섰다. 다만 충분한 준비와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도 서진우를 재판에서 이겨야 한다. 하필 남규만이 자신을 의심해서 붙여놓은 감시자와 충돌을 벌여 원한을 하게 된 것이 이후 박동호의 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어찌되었거나 박동호를 먼저 이겨야 박동호의 말처럼 서진우는 남규만과 싸울 자격을 가지게 된다. 그렇다면 석주일의 선택은 과연 무엇일까?

서진우의 병과 현재의 상태에 대해 보다 상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모든 것을 보여준 것은 아니다. 단지 서진우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과 서진우의 초인적인 기억능력이 그 시간을 더욱 단축시킬 것이라는 사실이다. 절박함을 더한다. 서진우에게 주어진 시간이 끝나기 전에 모든 것을 마무리지어야 한다. 더 앞으로 속도가 붙을 것을 예상하게 되는 이유다. 남규만이 변두리로펌을 찾아오고 이인아가 있던 비밀방에서 서진우가 그동안 해 온 일들을 마주하게 된다. 서진우가 돌아온다. 악연도 인연인 것인지 의외로 자주 만나게 되는 두 사람이다. 

사실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터무니없이 불리한 싸움이다. 정상적으로 싸워서 이길 수 있을 리 없다. 일개 변호사와 대한민국 굴지의 대기업이다. 검찰마저 그의 편에 선다. 그래서인가 가끔은 무리한 선택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메시지이기도 하다. 어디에나 눈은 있다. 어디서나 그들을 지켜보고 그것을 담아놓는 이들이 있다. 반격의 시작이다. 아직은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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