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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6.01.20 21:09

[권상집 칼럼] 쯔위 사태에 대처하는 JYP와 MBC의 자세

쯔위의 사과에 대비되는 박진영과 MBC의 안일한 대처

▲ 쯔위 ⓒ스타데일리뉴스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중국의 파워가 대단히 세긴 세다. 이미 국제 사회에서도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정도를 넘어서서 노골적으로 세계 1위 국가임을 자부하는 국가가 바로 중국이다. 그들은 정치, 경제, 사회 할 것 없이 자신들의 영향력을 막강하게 행사한다. 중국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행동은 개인이나 조직도 용서할 수 없다. 이 와중에 쯔위가 중국에서 정치색 논란에 사로잡힌 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쯔위는 기본적으로 MBC ‘마리텔’이라는 방송에서 자신이 태어난 국가인 대만 국기를 흔들었다. 이미 필자 외에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중국과 대만의 관계는 어색한 걸 넘어서 매우 불편하고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이번 일로 우리는 국내 방송의 위력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과거 국내 방송의 소비층은 그야말로 국내에만 머물러 있었으나 인터넷 등 각종 매체의 발달로 현재 국내 방송은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서 시청되고 있다. 필자가 아는 사람도 이미 해외에서 거주하면서 ‘응답하라 1988’을 실시간으로 컴퓨터로 시청하며 시청 소감을 필자에게 전하곤 한다.

하나의 국가임을 강조하는 중국이기에 마리텔에서 보인 쯔위의 행동은 기본적으로 중국 국민 또는 지도층 관점에서 보면 올바르지 않는 행동일 수 있다. 이미, 대만 독립을 반대하는 가수가 쯔위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JYP는 트와이스의 활동이 중국에 보이콧 당할 것을 우려, 홈페이지를 통해 유감을 표명한 것과 동시에 쯔위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하며 더 한층 이번 사태에 대한 논란을 가중시켰다. 쯔위 사건은 급기야 대만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였으니 쯔위가 든 대만국기의 효과를 가히 알만하다.

이 사건을 보고 가슴을 쓸어 내린 기획사는 한둘이 아닐 것이다. 요즘 연예기획사 트렌드가 기본적으로 한류 열풍을 위해 대규모 아이돌 그룹 결성에 중국 및 대만, 일본, 태국 등 아시아 멤버를 필수 해당 멤버로 포함시키기 때문이다. 과거 SM이 다른 국가 멤버들과의 갈등으로 논란을 수 차례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기획사들이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아시아 멤버를 필요충분 조건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도 바로 아시아를 하나의 시장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3대 기획사라고 인정받던 JYP가 서둘러 인권 침해 논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쯔위의 공개 사과를 내보낸 이유 역시 중국시장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 사태로 쯔위는 적지 않은 상처를 받았다. 자신이 태어난 곳의 국기를 흔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외교상 대만의 위치가 여전히 국제 사회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여 있고 강대국 중국은 대만을 하나의 온전한 국가로 보지 않고 종속관계로 보고 있기에 쯔위는 한국과 중국 등에서 적지 않은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이 상황 속에서 쯔위의 공개 사과는 급기야 대만 네티즌들의 비난으로 확대되었고 JYP 박진영은 '자신이 교육을 잘못 시켰다'는 웃지 못할 실언으로 또 한번 네티즌들에게 핵폭탄 같은 비난을 받았다.

일단, JYP의 대표적 수장인 박진영은 확실히 리더다운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도대체 그가 말한 ‘쯔위를 잘못 가르친 내 탓’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외교 관계야 어찌되었든 자신이 태어난 국가의 깃발을 흔들었는데 이를 교육을 못 받은 탓, 잘못된 행동이라고 지적하는 리더가 과연 올바른 리더인지 의문이다. 아울러, 중국 거대 자본의 힘을 무서워했는지 불필요한 ‘하나의 중국’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한류 열풍을 주도해야 할 국내 연예기획사의 수장으로서 할 적절한 발언이 아님은 분명하다. 이번 일로 그 역시 피해자가 되긴 했지만 그는 여전히 '성과가 발생하면 내 기획 덕분, 문제가 발생하면 통제 안 되는 멤버 탓’이라는 사고방식에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MBC에 있다. 국내 방송을 대표하는 지상파 방송사다운 모습을 보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JYP와 쯔위가 샌드위치처럼 중국과 대만의 십자포화를 받았지만 여전히 MBC는 이번 사안에 대해 강 건너 불구경 입장을 취하고 있다. 과거 이태임과 예원 논란에서도 한 발짝 벗어나 관망하는 자세를 취했던 MBC는 이번에도 침묵으로 일관하며 제3자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논란은 너희 몫, 그로 인한 시청률 상승은 우리 몫’이라는 시장논리적 사고방식은 지상파 방송사의 올바른 모습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최근 기사를 통해 쯔위가 또다시 이른바 MBC의 우려먹기용 프로그램 ‘2016년 아육대’(아이돌 육상 대회)에 출전했다는 것이다. 쯔위의 출전 소식을 듣고 대만의 유력 언론사가 고양실내 체육관에 잠입 취재했다는 기사까지 화제가 될 정도이니 이쯤 되면 MBC와 박진영은 대단한 멘탈을 소유한 존재임에 틀림없다.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이에게 휴식은 주지 못할 망정 여전히 시청률과 수익에 집착하는 기획사와 방송사의 모습만 대중에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거대 기획사와 방송사의 무차별 횡포가 아닐 수 없다.

시간이 흘러 이 사건도 어느 순간 흐지부지 잊혀질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을 겪은 쯔위는 대한민국 방송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자신이 속한 기획사의 리더를 어떻게 생각할까? 학교에서 수없이 올바른 지도자의 솔선수범, 위기 앞에서 구성원을 보호하고 자신이 모든 비난을 감수해야 진정한 리더이고 조직이라고 모든 교사와 교수들은 가르치지만 현실은 여전히 ‘잘되면 내 탓, 못되면 네 탓’이라는 사고방식에 찌든 리더와 조직뿐이다. 앞으로 제2의, 제3의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현실은 여전히 한 명의 개인을 희생양으로 만들고 서둘러 사안을 종결시키려는 자들밖에 없다. 개인이 겪는 피해에 그들은 관심이 없다. 이게 대한민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현 주소이다.

- 권상집 동국대 경영계열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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