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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의 드라마톡] 육룡이 나르샤 32회 "혁명! 정도전 고려를 불사르다!"
이방지와 분이의 생모 연향이 무명의 수장 무극으로 밝혀지다
2016년 01월 20일 (수) 08: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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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기자 news@stardailynews.co.kr

   
▲ 육룡이 나르샤 ⓒS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육룡이 나르샤. 이것이 바로 '혁명'이다. 혁명이란 부저이다. 파괴다. 단절이다. 기존의 것들을 거부하고 부정한다. 모조리 부수고 난 뒤 새롭게 처음부터 쌓아올려간다. 기존의 것들을 긍정하며 그 연장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만을 고치고 바꾸는 것을 개혁, 혹은 개량이라 부른다. 충격도 혼란도 훨씬 덜한 만큼 근본적인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 누적된 모순으로 인해 더 이상 어떤 개혁도 개량도 의미가 없을 때 근본을 바꾸기 위한 시도가 필요해지게 된다.

글도 처음 단어 하나 문장 하나 고칠 때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단 하나 넣고 빼는 정도도 전체로 보아 크게 문제될 것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여기저기 단어와 문장을 고치고, 새롭게 문단과 단락을 추가하고 빼다 보면 자칫 전체의 유기적 구조 자체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일일이 문제가 되는 부분을 찾아 다시 전체의 유기적 관계를 고려해가며 다시 고쳐쓰기보다 처음부터 새로 쓰는 쪽이 더 나을 수 있는 상황이 되어 버리고 마는 것이다. 이미 복잡하게 얽힌 매듭을 풀기 위해 긴 시간을 고민하고 노력하기보다 그냥 끈 자체를 끊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고려의 토지제도 역시 처음부터 이모양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아니 고려의 뒤를 이은 조선 역시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선의로 시작된 제도였다. 새로운 문제점들이 드러날 때마다 그를 보완하기 위한 시도 역시 끊임없이 이루어져 왔었다. 하지만 완벽한 제도란 없고, 어디에나 법과 제도의 허점을 이용하여 이익을 챙기려는 이들은 있기 마련이다. 처음에는 불법이고 탈법이고 편법이던 것이 어느 순간 그것을 바로잡을 기회를 놓치고 나면 관행이 되고, 전통이 되고, 일상이 되어 버린다. 구조로써 정착되어 버린다.

오히려 고려말의 모순을 바로잡는데 앞장섰어야 할 신진사대부들이 오히려 이색을 중심으로 권문세족과 함께 개혁에 반대하는 입장에 서 있는 현실이 그것을 말해준다. 생산에 종사하지 않으면서 오로지 유학만을 배우기 위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경제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당시 고려의 현실에서 그를 위한 수단은 오로지 토지의 경병밖에 없었다. 토지를 소유하는 방법은 농민을 약탈하는 것이었다. 권문세족을 대신할 젊은 신진사류들마저 그같은 구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보다 지독한 모순은 없을 것이다. 그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고리를 끊어야 한다. 현실을 부숴야 한다.

더구나 아직 고려는 귀족의 나라였다. 아무리 이성계(천호진 분)가 정권을 쥐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권문세족이 소유하고 있는 물적 인적 기반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신진사대부마저 함께 반대하며 나서고, 국왕마저 토지개혁에 회의적이라면 자신들이 가진 명분조차 확실하다 말할 수 없었다. 그야말로 고려의 기득권 전부가 토지개혁을 막기 위해 뭉쳐 있는 상황이다. 백성마저 자신들의 편이 아니다. 약속한 개혁이 지지부진하며 자신들을 의심의 눈으로 보기 시작했다. 백성들을 등에 업고 고려의 기득권을 공격하며 나아가 고려왕조를 뒤엎고 자신들의 꿈꾸는 새로운 나라를 세우려 한다. 백성들을 저버려서는 안된다. 멈춰서는 안되는데 나가기도 쉽지 않다. 어찌해야겠는가?

그래서 정도전(김명민 분)이 선택한 것이 그같은 전제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었다. 고려의 기득권이 토지개혁을 방해하기 위해 내세운 명분 자체를 철저히 부정하는 것이었다. 양전이 어떻고, 양전을 통해 확보한 토지가 얼마이고, 그러나 결국 그것은 고려의 기득권이 만든 규칙 위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자신들의 규칙은 고려의 모든 토지를 몰수하여 백성들에 돌려준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백성들이 바라는 것이고 자신들이 꿈꾸는 이상이다. 복잡하게 얽힌 매듭을 단번에 잘라버린다. 할 수 있을 때 자신들의 힘으로 토지대장을 불태우고 모든 것을 원점으로 되돌린다. 토지의 소유관계가 사라지면 결국 처음부터 다시 토지를 사람들에 나누어 줄 수밖에 없다. 폭두다. 혁명이다. 이로써 고려는 부정된다. 정도전과, 그리고 개경의 백성들에게. 바로 이방원(유아인 분) 자신이 그리던 장면이기도 하다.

애증이다. 정도전이라는 인간을 한없이 동경하고 사랑하면서도 정도전이 만들려는 새로운 나라를 거부할 수밖에 없다. 다시 한 번 정도전이라는 인간에 매료되면서 그럼에도 함께할 수 없는 새로운 나라에 대한 원망과 증오를 느낀다. 벌써부터 유아인이 그려낼 그같은 모순된 이방원의 내면에 기대와 흥미를 가지게 된다. 야심과는 다르다. 순수한 인간의 욕망이다. 순수하게 감탄하고 순수하게 욕망한다. 하륜이 말한 한 점 그늘없는 성품이란 이를 말하는 것일지 모르겠다. 후회도 미련도 없다. 그 순간에만 충실한다. 무명과의 야합에도 전혀 음습한 느낌을 받지 않는 이유다. 정도전을 속이는 순간마저 그는 순수하다.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유형의 이방원인 것이다. 역사속 이름이 아닌 현실에 살아있는 이방원으로 살아난다.

비밀조직 '무명'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아직까지 드러난 무명의 조직원 가운데 굳이 토지개혁에 반대해야 하는 입장에 있는 인물이란 육산선생(안석환 분) 정도가 고작이다. 나머지는 그다지 큰 토지를 가지고 있는 것 같지도 않고, 더구나 연향(전미선 분)과 길선미(박혁권 분) 등 후사조차 없는 이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연향을 부르는 '무극'이라는 호칭이 무명의 수장을 가리키는 것 같기는 하지만 오히려 초영(윤손하 분)이 말한 그런 무극을 길러낸 배후에 대한 궁금증을 어쩔 수 없이 가지게 된다. 드러나지 않은 것이 있다. 배우이든, 진짜 수뇌부이든, 아니면 말단조직이든. 그리고 그것은 분명 이후 이방원의 선택과 관계가 있을 것이다. 전혀 예상밖이었다. 이방지(변요한 분)와 분이(신세경 분)의 잃어버린 생모 연향이 '무극'이고 무명의 수장이었다니. 그것이 전부가 아닐 것 같다는 것은 비단 자신만의 착각일까?

무휼(윤균상 분)과 척사광(한예리 분)의 만남이 의미하는 바를 모르겠다. 척사광은 이미 공양왕(이도엽 분)을 사랑하고 있다. 무휼이 척사광에게 반했다고 앞으로 그들이 자주 만나게 될 것 같지도 않다. 춤을 보여주겠다 약속했다. 복선이 있을까? 길선미가 말한 과거 있었던 무명의 내부투쟁은 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 연향이 이방지와 분이의 존재를 알았다. 인연은 운명처럼 중첩된다. 역사를 살아가는 인간의 비극이다. 아직도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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