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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의 드라마톡] 육룡이 나르샤 31회 "이방원의 선택, 눈물을 흘리며 작별을 고하다"
이방원의, 이방원에 의한, 이방원을 위한, 역사보다 사실같은 묘사
2016년 01월 19일 (화) 08: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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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기자 news@stardailynews.co.kr

   
▲ 육룡이 나르샤 ⓒS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육룡이 나르샤. 결국 이렇게 이어진다. 비로소 이방원(유아인 분)이라는 캐릭터가 드라마를 통해 완성된다. 권력의지란 열등감에서 비롯된다. 자신이 가지지 못한 - 그러나 자신이 가져야만 하는 것이다. 결여에 대한 분노와 갈망이 그것을 가능케 할 보다 우월하고 완결된 무언가에 대한 집착과 추구로 나타나게 된다. 비로소 무언가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무언가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인간이 가지는 다섯 단계의 욕구 가운데 세번째 사랑과 소속의 욕구 다음 단계가 바로 네번째 자존의 욕구다. 생존과 안전이라는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었을 때 인간은 비로소 자기 이외의 다른 인간과 관계를 맺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게 된다. 인간이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생존과 안전을 위해서만 무리를 짓는 것이 아니다. 무리속에서 다수의 타인과 교감하며 인간은 정신적으로 큰 안정감과 고양감을 느끼게 된다. 바로 그 고양감에서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존경받고 싶은 자존의 욕구가 일어나게 된다. 모두가 우러를 수 있는 대단하고 훌륭한 자신이 되고 싶다. 그렇게 모두로부터 인정받고 싶다.

아버지 이성계(천호진 분)가 권신 이인겸 앞에서 허리를 굽힌 것이 그 시작이었다. 아직 자아가 분명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부모란 자기 자신이며 또한 세상의 전부다.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세상의 누구보다 강하고 자랑스럽던 잔트가르 자신의 아버지가 탐욕스럽고 추악한 권력자 앞에서 자신을 굽히고 관용을 구걸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로 앞에서 자신의 눈으로 지켜보아야 했었다.

그 순간 이미 어린 이방원의 세계는 한 번 부서졌었다. 단지 아직 어리고 약하다는 이유만으로 불의한 폭력 앞에 굴복하고 말았을 때 그는 또 한 번 부서지고 말았었다. 살생목을 심고, 심지어 직접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고 마는 것도 그런 자신을 인정하기 싫은 발버둥이었다. 무력하고 나약한 자신을 인정하기 싫어 타인을 죽일 칼을 손에 쥔다. 이미 그때부터 이방원의 장래는 결정되어 있었다.

하륜(조희봉 분)은 틀렸다. 확실히 이방원은 홍인방과 같은 부류였다. 자신이 겪은 굴욕과 좌절을 보다 강한 힘에 대한 갈망과 집착으로 바꾼다. 다시는 그처럼 무력하게 당하고만 있지는 않겠다. 오히려 이번에는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그같은 일들을 강제할 수 있는 위치에 서고 말 것이다. 다만 아직 어렸기에 이방원은 홍인방과 달리 다른 누군가에 기대어 그것을 이룰 수밖에 없었다. 소속이 필요했다. 기댈 대상이 필요했다. 정도전이 그 대상이 되고 있었다.

타인의 꿈을 자신의 꿈으로 여긴다. 타인의 이상과 목표를 자신의 이상과 목표로 여긴다. 그로부터 자신의 정체를 찾으려 한다. 정도전(김명민 분)의 이상이 이루어지고 아버지가 새로운 나라의 왕이 된다면 자신 역시 지금과 전혀 다른 자신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때의 새로운 자신이 진짜 원래의 자신이다. 그래서 폭두가 되고 마는 것이다. 절박함이다. 조급함이다. 타인에 기대어 꿈꾸는 비루함이다. 누구보다 자신이 그것을 잘 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자신은 어디까지나 자신일 뿐이었다. 정도전은 결코 자신이 될 수 없었다. 아버지 이성계 역시 결코 자신이 될 수 없었다. 같은 꿈을 꾸고자 했던 분이(신세경 분) 역시 자신이 될 수 없었다. 기댈 곳과 사람들이 생기고, 가야 할 길이 열리고, 마침내 이르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게 되니 자연스럽게 자기란 존재를 인식하게 된다. 다른 사람이 보는 자신이다. 다른 사람에게 비추어 보는 자신이다. 

무휼(윤균상 분)의 한 마디가 이방원에게 자기만의 꿈을 가지게 해 주었다. 비로소 자기만의 목표를 가질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때처럼 모두가 웃게 할 것이다. 반드시 자신의 힘으로 모두가 웃게 만드는 정치를 할 것이다. 어쩌면 처음으로 자신이라는 존재를 의식하게 된 순간이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은 그처럼 겨우 찾은 자신을 다시 놓아버려야 한다는 뜻과도 같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자신은 무엇이며 어떤 의미가 있는가. 그 절박함이 극단의 선택마저 가능케 한다. 그만큼 겨우 찾은 자신이 소중하고 절실하다. 무엇과도 바꿀 수도 대신할 수도 없다.

어른이 된다. 성장통이다. 누에가 고치속에서 나방으로 다시 태어나듯 이방원은 신열을 앓으며 이불속에 웅크리고 있다. 그것은 어쩌면 자궁이기도 하다. 마침내 앓고 났을 때 이방원은 누에가 나방이 되듯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전처럼 분이와 격의없이 어울리며 눈싸움을 하며 뒹굴지는 못할 것이다. 모두에게 약속한 자신이 되기 위해서라도 지금까지의 분이와의 관계마저 포기하지 않으면 안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림자를 가지게 되었다는 뜻이다. 현실에 드러난 자신과 또다른 자신이다. 미련이고, 아쉬움이고, 집착이며, 후회다. 밝은 빛속에서 자신은 아무렇지 않게 웃고 울고 화내고 즐거워한다. 둘 모두가 자신임을 인정한다. 하지만 자신이 속한 곳은 어디까지나 현실의 빛 속이다. 추억을 떠나보낸다. 어린 날의 한 시절이 그렇게 끝을 고한다.

오로지 이방원을 위한 회차였다. 단지 드라마의 캐릭터로서만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이방원이 입체의 존재로서 모습을 드러낸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역사 속에서 이방원은 어째서 그때 그런 선택들을 했어야만 했었는가. 드라마에 있어서도 결국은 이방원 자신에게마저 비극이 되고 말 선택이었었다. 혹시나 후회했을까? 혹시나 미안했을까? 그럼에도 그는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들을 보여준다. 역사보다 더 사실같이.

아직은 망설이고 있다. 이방원 자신이 치고자 하는 두 적 가운데 나머지 하나를 끝내 하륜에게 말하지 않고 있었다. 이런 때 이미 널리 알려진 역사를 소재로 한다는 것이 때로 원망스럽기도 하다. 전개와 결말을 미리 알아서 재미있기도 하지만, 덕분에 소중한 재미를 상당부분 잃게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궁금한 것은 궁금한대로 내버려 둘 수 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쉽기도 하다. 이방원의 선택을 안다. 그러기까지 과정을 지켜본다.

과연 이제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새로운 유형의 정몽주(김의성 분)였다. 정도전과 당시의 고려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정도전이 세우고자 하는 성리학의 이상에 입각한 새로운 나라에 대해 감탄하며 공감한다. 정도전이 제안한대로 새로운 나라의 첫번째 재상이 되어 마음껏 자신의 포부를 펼쳐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래서 더 비장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은 고려의 신하였다. 고려는 자신이 나고 자란 자신의 나라였다. 

정도전에게 정도전의 길이 있다면 자신에게는 자신의 길이 있다. 어떻게 해도 서로가 서로를 설득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만일 천명이 고려에 아직 남아 있다면 고려를 다시 일으킬 것이고, 천명이 고려를 떠났다면 고려의 마지막 신하가 되겠다. 내가 살아있는 한 고려는 결코 끝나지 않는다. 이상만을 쫓는 선비가 아닌 절망마저 딛고 일어서려는 전사다. 나름대로 또다른 매력이 있다. 책략가로서 이성계와 이방원을 속이며 장래를 기약한다.

초영(윤손하 분)의 제안이 흔들리고 있던 이방원에게 쐐기를 박아 넣는다. 현실적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무리 분노하고 배신감마저 느낀다고 아버지의 최측근에서 혁명의 모든 과정을 주도하고 있는 정도전을 상대로 고작 아버지의 다섯째 아들에 불과한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래서 더 무력감을 느꼈고 그래서 더 크게 틈을 보이고 말았다. 그리고 그 틈은 공민왕을 살해했던 홍륜처럼 당장의 불리한 상황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바꿀 수 있는 도구가 필요했던 무명의 이해가 파고들 여지를 만들어 주었다. 

서로가 원하는 것들을 나누어 가진다. 이방원은 자신이 마음껏 원하는 정치를 할 수 있는 재상총재제가 지워진 새로운 나라 조선을, 그리고 무명은 토지개혁이 없는 나라를. 아버지와 스승 정도전을 속이고 배신하는 것임을 알면서도 - 아니 자신을 믿어주는 모두를 배신하는 것임을 알면서도 비로소 실체를 가지게 된 이방원의 권력의지는 그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만일 아니라면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가장 견딜 수 없는 고통이다.

초영의 제안을 받고 나오며 분이와 마주치는 장면의 연출은 매우 탁월했다. 그토록 가깝던 분이가 그 순간 너무 멀게만 느껴지고 있었다. 목소리조차 제대로 들리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신열을 앓는다. 결국 이방원은 일부러 분이를 불러 마지막 작별인사를 한다. 자신의 벌레를 쫓아주겠다던 그때의 약속을 지킬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처음부터 불가능한 약속이었다. 자신이 선택한 벌레였다. 벌레가 자신을 삼킨 것이 아니라 자신이 벌레를 삼킨 것이다. 지난 날의 자신에 대한 작별이기도 하다. 눈물로 순수했던 자신을 떠나보내려 한다.

척사광(한예리 분)과 이방지(변요한 분)가 우연한 조우를 갖는다. 당대의 천하제일검이고 삼한제일검이다. 최고의 고수들이 서로의 존재감을 느끼고 땅에 박힌 나뭇가지로써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다. 아직까지는 척사광이 고수다. 이방지는 못하는 찻잔받아내기도, 이방지가 뽑지 못하도록 깊숙이 나뭇가지를 꽂아넣는 것도 모두 가능하다. 그런 척사광이 정몽주의 호위로 있으니 더 흥미롭다. 역사대로라면 바로 조영규(민성욱 분)가 이방원의 명려을 받아 정몽주를 살해해야 한다. 어떻게 조영규는 척사광의 호위를 뚫고 정몽주를 살해할 수 있었을까?

홀로서기를 시작한다. 누구의 꿈도 아닌 자신의 꿈을 꾸려 한다. 다른 누구의 길도 아닌 자신의 길을 가려 한다. 필경 그 길 위에서 많은 이를 배반하고 혹은 상처주게 될 것이다. 심지어 자신마저 그로 인해 큰 고통과 후회속에 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기에 오로지 자신으로써 그 길을 걸어야만 한다. 이방원이 결심한다. 마지막 눈물를 흘린다. 운명이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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