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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관객들은 왜 100억대 대작 영화를 저버렸는가...

대규모 투자 영화 대부분 실패...저예산 사회성 영화 흥행대박, 관객들의 엇갈린 선택

[스타데일리뉴스=김명연 기자] 2011년 한 해 국내흥행영화의 코드가 바뀌었다. 소위 스타감독의 작품이나 대작이 아닌 사회현실에 대한 불평등과 불만을 담은 영화들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성 영화의 돌풍 ‘도가니’, 영화 흐름을 바꾸다

영화 ‘도가니’는 2005년 광주 인화학교에서 실제로 일어난 청각장애우들을 성폭력한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로, 내용이나 배우, 스케일 면에서 흥행과는 거리가 먼 작품이었다. 그러나 도가니는 467만3409명이라는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왔고, 장애인 여성과 13세 미만 아동을 성폭행했을 경우, 10년 이상의 유기징역에서 무기징역까지 처할 수 있도록 처벌을 강화하는 이른바 ‘도가니법’을 제정까지 만들며 대한민국 전역을 흔들어 놓았다.

당시 ‘도가니’의 연출을 맡은 황동혁 감독은 “만들어서는 안 될 영화였을 정도인가 생각이 들만큼 ‘도가니’의 흥행세가 겁이 날 정도”라며 인기에 대해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도가니’는 사회 전반의 억압적인 분위기와 시민의 무력감, 그리고 그에 맞서는 저항의 분위기와 불경기도 흥행 성공에 한몫 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특히 ‘도가니’는 특별히 홍보를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객들이 극장을 찾은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관객들의 입 소문이다. 관객들은 영화를 본 뒤 크게 공감했고, 나아가 ‘도가니’는 무조건 봐야하는 영화’라고 인식하며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자발적인 홍보를 한 것이며 이것이 일파만파 퍼져 사회 전반에 ‘도가니’ 열풍이 불게 된 것이다.

한 영화평론가는 “‘도가니’가 성공했던 요인은 현 사회적 코드와 일치했기 때문이다”고 말하며 “권력층의 부패와 약자에 대한 폭력이 깔린 사회적 분위기에 영화 ‘도가니’가 기름을 부은 셈이 됐다. 이에 관객들은 불의를 바로잡아야겠다는 의무감과 함께 알려야 갰다는 생각이커 영화가 성공할 수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처럼 ‘도가니’는 관객들과의 ‘소통과 공감’을 이끌어 내며 2011년 영화계의 새 지평을 열었고, 법까지 제정하게 하는 강력한 힘을 보였다. 이러한 힘은 ‘도가니’로 끝나지 않았으며 영화 '완득이'에 까지 이어졌다.

 

▶‘최종병기활’에서 ‘써니’, ‘완득이’까지 예상외 선전? 아닌 ‘대박’

영화 ‘써니’는 개봉 전 스타성 부족한 배우, 여배우 주연은 성공 못한다, 10여명이 넘는 주연급 여배우 출연, 복고 위주의 뻔 한 스토리 등 충무로가 기피하는 '고정관념'을 모두 갖춘 영화였다. 이에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혹평이 많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중장년층의 공감대 형성과 함께,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다시보기 열풍이 불러일으키며 ‘써니 신드롬’까지 일으켰다.

‘완득이’의 열풍 또한 눈에 띄는 대목이다. 영화 완득이는 가난, 장애, 다문화 가정 등 우리 사회 어두운 이면을 코미디에 버금갈 정도로 그려냈다. 건강한 스토리의 공감대는 흥행세로 이어졌으며, 총 관객 531만5692명을 끌어 모았다.

한 대학교수는 “완득이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면에도 도가니와 같은 우리 사회가 갖는 어두운 현실이 바탕이 되어 있다”고 말하며 “한국 사회가 갖는 교육과 빈곤 차별의 문제를 주인공 완득이는 갖고 있다. 그러나 완득이는 낙심할 때는 있지만 현실 앞에 주눅 들지 않는다. 이에 대중들은 이런 완득이의 모습에서 즐겁고 유쾌하게 현실을 이겨나갈 희망을 찾는 것이다”고 평가했다.

즉 관객들은 완득이를 통해 권력에 굴복하지 않고 현실에 당당하게 맞서는 완득이의 모습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는 것이 대박영화도 자리 잡을 수 있던 요인이다.

영화 ‘최종병기 활’은 역적의 자식이 누이를 빼앗아간 청나라 정예부대 니루와 활 한 자루로 싸운다는 단순한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객들을 끌어 모았다. 이는 기존 사극과는 달리 최종병기 활은 단순히 역사적 배경을 내세우지 않고, 활과 소소한 액션 그리고 빠른 전개를 바탕으로 745만9974명의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개봉당시 ‘고지전’, ‘7광구’ 등 대작들과 개봉시기가 비슷했기에 기대를 받지 못했으나, 빼어난 장면구성과 함께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으로 새로운 사극영화의 장을 열었다.

위의 작품들은 소재나 형식, 내용은 다르지만 주인공의 신분과 다루고 있는 주제는 닮아있으며, 사회적인 현실을 반영한다는 점이 작년 한 해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은 이유로 보인다.

 

▶스타감독이 만든 ‘대작’ 왜 참패를 면치 못 했나?

소위 스타감독이라 불리는 감독들이 2011년 한 해 동안 참패를 면치 못했다. ‘퀵’, ‘고지전’, ‘7광구’의 대표적인 예다. 세 작품 모두 100억대 넘는 대작으로 기획부터 기대를 모았으나 막상 개봉해서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 이하였다.

‘퀵’은 312만9251명, ‘고지전’ 294만9198명으로 손익분기점을 간신히 넘겼으며, ‘7광구’는 224만4326명으로 대작의 명성에 걸맞지 않는 제작비조차 건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7광구’의 경우 다소 미흡한 CG효과에, 소재와는 어울리지 않는 드라마 적 요소가 관객들의 흥미를 떨어트렸으며, 다소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관객들이 외면하며 최초 3D 액션블록버스터라는 명성에 먹칠을 하게 됐다.

과연 스타감독들은 2011년의 참패를 머금고 2012년에는 부활과 함께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지 네티즌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7광구’를 연출한 윤제균 감독은 올 상반기 황정민, 엄정화 주연의 ‘댄싱퀸’으로 가장 먼저 관객들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2012년 영화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지난해는 기대를 모았던 영화보다는 예상치 못 했던 영화들이 선전했다. 과연 2012년의 영화계의 흐름은 어떠할까?

2012년 런던올림픽과 맞물려 ‘페이스메이커’ ,‘코리아’ 등이 개봉할 예정이다. 이는 동계올림픽시기에 개봉한 ‘국가대표’의 흥행요인을 따라가는 처사로 볼 수도 있다. 또한 충무로 흥행보증수표로 불리는 차태현이 출연한 사극, 하정우-공효진이 그려내는 로맨틱 코미디 ‘러브픽션’, 이미 출연만으로도 화제가 된 고현정 주연의 ‘미쓰 GO’등 많은 작품들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과연 2012년에 개봉하는 톱스타들의 영화와 스타감독들의 영화가 2011년의 참패를 만회하고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흑룡의 해를 맞아 용처럼 승천할 영화는 무엇일지 많은 영화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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