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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1.12 09:01

난폭한 로맨스 "비극과 희극의 아이러니, 다만 유은재가 부족하다!"

진동수의 비극과 박무열과 유은재의 아이러니가 코미디를 심화시킨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페이소스라 하는 것일 게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는 치열한 격정, 도저히 견딜 수 없이 들끓는 감정에 어느새 사람들은 웃음을 머금게 된다. 격정이 깊으면 깊을수록 웃음도 더욱 진해진다.

좋은 웃음에는 비극이 있다. 비극과 대비되어 웃음도 더욱 선명해진다. 원래는 열혈안티팬이었다. 박무열(이동욱 분)이 속한 레드 드림즈에 의해 우승이 좌절된 블루 시걸즈의 팬으로써 그 원흉인 박무열을 원망하고 증오하고 있었을 터였다. 그런데 우연찮게 여러 사정들이 꼬이며 그런 박무열의 보디가드가 되었다. 그것부터 사실 매우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박무열에게는 은인이라 할 만한 선배가 있었고, 박무열 자신이 소개해 준 선배의 부인과 부적절한 관계에 있는 것 같다. 박무열을 위협하는 협박장과 실제 그에게 건네질 뻔한 메탄올이 그에게서 나온 것일 수도 있다. 과연 이 상황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차라리 범인으로 의심되고 있는 진동수(오만석 분) 그냥저냥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를 안다. 그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도, 그리고 박무열에게 그가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도, 무엇보다 그가 얼마나 안타까운 비극을 품고 있는가 하는 것도 안다. 설사 그가 박무열에게 위해를 끼치려는 협박장의 범인 자신이라 할지라도 충분히 이해할만한 이유가 그에게는 있다. 차라리 진동수가 범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더라도 그를 알려 체포당하게 하기보다 진심으로 그를 위해 도와주고 싶다. 그렇지 않아도 밉상인 박무열은 피해자에서 더욱 밉상이 되어 버린다.

물론 코미디란 엇갈림에서 비롯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무열은 그 사실을 모른다. 물론 유은재(이시영 분) 자신의 결호원으로서의 책임감이 그것을 다른 사람에 알리지 못하게 만든다. 혼자서 모든 비밀을 안은 채 그것을 해결하려 달려든다. 무리하게 박무열과 진동수 부부의 약속에 끼어들어 일본으로의 여행에 동행하게 된다. 이유를 알기에 그러한 억지스런 요구가 이해되고, 그러면서도 비행기 안에서의 풀어진 모습이 우습기까지 하다. 심각한데 정신없고 진지한데 가볍다. 그 속을 모르는 박무열과의 티격태격 또한 모든 것을 아는 입장에서 안타까움과 우월감에 더욱 웃음을 짓도록 만든다. 한 마디로 웃기고 재미있다.

즉 박무열의 불륜을 통해서 - 정확히는 어쩔 수 없이 떠밀려 은퇴해야 하는 사람 좋은 진동수의 비극을 통해서 드라마의 극적 아이러니는 더욱 깊어지는 것이다. 진동수의 비극 위에 인간으로서 그를 연민하고 보디가드로서 박무열을 지켜야 하는 유은재의 좌충우돌이 빛을 발한다. 충분한 타당한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어처구니가 없다. 어처구니가 없는데 납득이 된다. 그래서 아이러니다. 비극은 그렇게 희극으로 전환된다. 여전히 심각하고 비장하지만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 웃긴다.

다만 아쉽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에 충분히 몰입하기에 캐릭터의 매력이 부족하다. 유은재는 단지 우스꽝스러울 뿐이고 박무열은 재수없을 뿐이다. 아마 진동수의 비극은 박무열에게 또다른 그림자를 드리워줄 것이다. 박무열이라고 하는 단색의 캐릭터에 입체가 부여된다. 그렇다면 유은재에게는 무엇이 있을까? 그다지 아직 유은재의 캐릭터 자체에 어떤 공감도 설득력도 느끼지 못한다. 단지 드라마를 위해 만들어진 캐릭터일 뿐이다.

온전히 드라마로서 관찰자로서만 볼 수 있다면 재미있다. 그러나 한국드라마의 재미는 바로 관계에 있다. 관계란 캐릭터 자신에 보다 깊이 이입할수록 의미를 갖는다. 캐릭터가 놓인 관계 속이 시청자 자신이 위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모처럼의 훌륭한 코미디로 웃을 수 있게 된다.

아예 극단을 달리거나. 어쩌면 도입부에서 너무 성급했을수도 있다. 윤은재라고 하는 캐릭터를 충분히 보여준 다음에 박무열과 연결시키는 것도 좋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억지로 유은재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 해봐야 작위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결국 에피소드를 통해 해결해야 하는데 그것은 시간이 너무 걸린다. 유은재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필요하다.

이야기의 구성은 좋다. 코미디의 구도가 매우 훌륭하다. 안타까워 하면서도 어느새 웃게 된다. 한참 웃다가 안쓰러워 연밍하게 된다. 그래서 더 우습고 더 극적이다. 그래서 코미디다. 그래서 아쉽다. 아주 조금 미치지 못해 온전히 그것을 평가받지 못할 수도 있다. 꽤 괜찮은 드라마인데도.

유은재를 조금 더 입체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아마 준비는 되어 있을 것이다. 지금이 아니더라도 조금씩 끌어올려 완성시켜 나갈 수 있다. 그것을 기대한다. 지금은 많이 부족하다.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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