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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6.01.14 07:01

[김윤석의 드라마톡] 리멤버 아들의 전쟁 9회 "벌써부터 찾아온 위기와 계기, 서진우 쓰러지다"

드디어 싸움의 시작, 부패한 사회의 이유

▲ 리멤버 ⓒS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리멤버 아들의 전쟁. 너무 그린 듯한 장면이라 순간 생각이 멈췄었다. 설마... 그런데 한 편으로 상당히 과감하기도 했었다. 벌써부터 서진우(유승호 분)의 패널티이자 리미트를 전면에 드러내려는 것인가. 서진우 자신의 약점이 드러난 상태에서 일호라고 하는 대기업과 그와 결탁한 공권력을 상대로 더욱 불리한 싸움에 내몰리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데도 이길 수 있을까?

단지 그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안타깝고 불안해서 더이상 드라마를 보고 싶은 생각이 사라지고 만다. 그만큼 이입해 버린 때문이다. 뻔히 드라마라는 것을 알면서도 혹시 모를 불길한 예감에 끝내 불의와 거짓에 패배하고 절망하게 될 서진우를 보고 싶지 않다는 충동마저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서진우가 어떻게 승리하게 되는가 그 과정을 보고 싶기도 하다. 약자를 동정하고 그의 입장에 서려는 것은 인간의 위대한 본능이다.

대중드라마의 정석을 보여준다. 사실 아무리 미니시리즈라지만 완결까지 20회는 너무 길다. 마지막까지 시청자가 지치지 않도록 사이사이 단락을 두어 집중력과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한다. 위기를 맞고 그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점층적으로 주인공의 입장에서 드라마에 빠져들도록 만든다. 4년 전 아버지 서재혁(전광렬 분)의 재판 역시 마지막 반전의 순간까지도 주인공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도록 절묘하게 유도하고 있었다. 변호사 박동호(박성웅 분)의 탁월한 수완과 노력이 마침내 왜곡된 진실을 밝히고 아버지를 풀려나게 할 것이다. 그 과정 역시 흥미진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변호사 박동호의 수완에 감탄하고 있었다.

4년이 흐르고 다시 변호사가 되어 돌아온 서진우가 남규만(남궁민 분)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하고 아버지의 재심을 시작하려 했었다. 그러나 어떻게든 그것을 막으려는 남규만의 비열한 계략에 의해 서진우는 졸지에 살인자로 몰려 경찰에 쫓기는 신세로 전락하고, 서진우가 반격을 위해 준비한 비자금장부마저 박동호에 잡히며 남규만의 손에 들어가고 만다. 이대로 서진우는 아무것도 못해보고 남규만에 의해 오히려 목숨마저 잃고 마는 것일까. 이대로 살인자의 누명을 벗지 못하고 계속해서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마느 것일까. 

이번에는 검사가 된 이인아(박민영 분)가 과거의 미제사건 가운에 용의자를 찾아 직접 청부업자를 잡으려 나서고 있었다. 진범을 잡아 누명을 벗는 사이 남규만에 의해 살해된 4년 전 재판의 증인이 남긴 동영상이 건네지며 서진우는 재심을 시작할 중요한 단서를 얻게 된다. 이제 다음 차례는 재심이 시작되고 재판정에서 어떤 사건들이 일어나고 어떻게 마무리지어질까 하는 것이다. 실제 순조롭게 재판이 진행되려는 순간 서진우가 재판정에 쓰러지고 있었다.

그야말로 기승전결의 연속이다. 파도처럼 이어진다. 하나의 사건이 해결되면 다음 사건이 일어난다. 하나의 위기를 극복하면 다시 새로운 위기가 나타난다. 하나의 문제가 해결되고 미처 기뻐할 틈도 없이 또다른 문제가 자신들 앞에 나타난다. 아예 사소한 개연성이나 설정의 치밀함은 적당히 무시하고 넘어가고 만다. 중요한 것은 전체의 그림 안에서 어떻게 단락을 지어 그 안에서 제한된 재미와 만족을 느끼도록 할 수 있는가다. 어떻게 그 재미와 만족을 드라마의 마지막까지 끌고 이어갈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얼핏 유치하고 너무 의도가 들여다 보이는 연출이지만 이로써 다시 한 단계를 넘어서기 위한 새로운 무대가 만들어졌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서진우가 쓰러졌다. 모두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필연적 이유가 생겨났다.

역시 기대했던대로였다. 같은 사고에 대한 기억이었었다. 서진우의 어머니와 형제가 목숨을 잃었다. 박동호의 아버지가 사고를 일으키고 그만 목숨을 잃고 말았었다. 단지 달려오는 트럭에 일방적으로 부딪혀 날아가는 차안의 모습이었을 뿐이었다. 트럭의 운전석에서 날아가는 차의 모습만을 떠올리고 있었을 뿐이었다. 같은 날이었다. 유해 역시 바로 이웃해서 모시고 있었다. 어찌되었거나 자신의 아버지가 일으킨 사고로 인해 가족을 잃은 피해자라는 사실이 변호사로서의 의무 위에 빚처럼 지워진다. 어쩌면 형사가 파헤치다가 중단한 당시 사고의 진실이야 말로 박동호의 결심을 재촉하는 계기가 되어줄지도 모른다. 결국 박동호의 아버지가 그날 무리하게 사고를 일으키게 된 원인도 밝혀지고야 말 것이다.

인간의 행동을 정의하는 것은 결국 공포다. 단지 기분나쁘다는 이유만으로 도로에 차를 세우고 다른 사람의 차를 골프채를 휘둘러 부숴 버린다. 그러면서도 오히려 떳떳하고 당당하다. 자신을 대신해 사형수가 되어 형을 살고 있는 서재혁을 찾아가서 오히려 점잖게 죄를 타이르기도 한다. 그래도 되니까. 그래도 되는 지위와 신분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러나 정작 자신보다 더 높고 더 강한 아버지의 권위 앞에서 그런 남규만조차 순한 양이 되어 버린다. 

아버지를 잃고 싶지 않다. 아버지와도 같았던 석주일(이원종 분)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다. 남일호(한진희 분)와 남규만의 신임을 잃고 난 자신의 처지를 떠올린다. 자신에게 딸린 수많은 동생과 식구들의 모습도 떠올린다. 탐욕조차도 어저면 그런 공포가 아니었을까. 더 많은 돈을 가져야 하고, 더 큰 권력을 가져야 하고, 더 높은 지위에 올라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안된다. 아무것도 두려운 것이 없기에 이인아는 단호히 홍무석(엄효섭 분)의 지시를 거부할 수 있었다.

타락한 군상들을 보여준다. 사회의 질서와 정의를 지키라는 법이 단지 검사 개인의 영달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만다. 사람을 살려야 할 의술이 단지 눈앞의 이익만을 위해 멀쩡한 사람을 환자로 만들고 정작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방치하는 필요한 권위로서 이용되고 만다. 범죄를 수사해야 할 경찰이 수사를 중단하고 내용을 은폐하고 왜곡하는데 앞장선다. 상식을 부정한다기에는 이미 너무나 익숙한 모습들이기도 하다. 이 사회의 어쩌면 현주소다.

하기는 그래서 더 의미심장했다. 검사가 된 딸을 자랑하려 동네사람들을 가게로 부른 어머니가 이인아에게 검사의 지위를 이용하여 동네사람의 문제를 해결해주라 노골적으로 종용한다. 사회의 다수 개인들에게도 법이란 단지 자신을 위한 요긴한 수단에 불과하다. 법이 정의롭고 공정하기를 바라면서도 정작 자신의 주위에 있는 법은 자신만을 위해 쓰이기를 바란다. 탐욕과 편법이 일상화된 사회에서 모든 것은 단지 그를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어머니를 향한 이인아의 분노는 자신의 타락을 강요하는 사회전체를 향한 것이었었다.

바로 서진우가 싸워야 하는 적의 정체였다. 단순히 일호그룹만이 아니다. 오너인 남일호(한진희 분), 남규만 부자만을 가리키는 것도 아니다. 그들에 협력하는 홍무석과 곽한수(김영웅 분) 역시 드러난 일부에 불과하다. 거짓된 선동에 부화뇌동하며 자신도 그같은 부패한 구조의 일부가 되려 한다. 악은 너무나 평범하다. 세상이 썩어있는데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멀쩡할 리 없다. 일호그룹과 남일호의 힘도 그런 개인들로부터 나온다. 얼마든지 자신들이 가진 욕망으로 설득하고 유혹할 수 없다. 누구도 그 욕망을 거부하지 못한다.

태연히 서진우를 찾아와 높은 자리와 금전적 보상을 약속한다. 아버지가 사형수가 되어 교도소게 되어 있는데, 아들인 자신이 그런 아버지를 구하려 어려운 싸움에 뛰어들었는데, 그마저도 돈과 권력이면 다 해결될 것이라 여기고 있었다. 그것이 남규만이 사는 세상이며 남규만이 보고 있는 세계다. 박동호가 따라들어와 그것을 확인해 준다. 법도 정의도 진실도 모두 저들의 손아귀에 있다. 그러나 진심으로 서진우가 이길 수 있기를 바란다. 박동호의 회의가 깊어지지만 그의 결심을 막아서는 것들이 아직 너무 많다. 아직 박동호에게 남아 있는 4년 전 동영상이 변수가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과연 사실을 이용해서 진실을 유도한다. 의도된 사실로써 의도한 진실로 유인한다. 베테랑다운 탁월함이다.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다. 명백히 증언한 당사자가 자신의 증언이 위증이었음을 고백한 동영상이 공개되었는데도 재심재판은 결쿠 쉽게 진행될 것 같지 않다. 겨우 자신이 직접 동영상을 촬영했다며 딸이 나서서 증언함으로써 상황을 뒤집었지만, 그러나 바로 눈앞에서 쓰러지는 모습을 보였는데 애써 설득한 의사가 아버지의 병에 대해 제대로 진술을 번복해 줄 것인가도 의문이다. 싸움은 법정으로 돌아간다. 진짜 승부가 시작된다.

혼자만으로는 안된다. 절대기억에 대한 패널티까지 받았다.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있는 대신 모든 기억을 잃어가고 있다. 이인아가 끝내 자신의 편에 서기 위해 부장검사의 지시마저 거부하고 방청객석에 앉았다. 박동호 역시 많은 고민과 함께 재판정에 나타나 역시 방청성에 앉고 있었다. 양심이 그의 등을 떠민다. 인정이 그의 발목을 잡는다. 싸움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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