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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6.01.13 07:51

[김윤석의 드라마톡] 육룡이 나르샤 30회 "비극을 위한 동기, 이방원 정도전의 계획을 듣다"

물고 물리는 반전에 반전, 드디어 화사단의 초영이 이방원에게 잡히다

▲ 육룡이 나르샤 ⓒS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육룡이 나르샤. 어딘가 억지로 끼워맞춘 듯한 어색함이 느껴진다. 하필 바로 그 얼마전 하륜(조희봉 분)은 우연처럼 이방원(유아인 분)이 가장 못참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력감을 가장 못참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도전(김명민 분)과 정몽주(김의성 분)의 대화에서 그와 관련한 내용을 듣는다. 왕은 물론 종친까지도 정치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겠다. 그렇다면 자신 역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장차 일어나게 될 비극의 동기다.

그러나 과연 지금까지 드라마를 통해 보아온 이방원이란 그런 캐릭터였는가. 정도전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분이(신세경 분)와 모두에게 그들의 꿈을 이루어 주겠노라 호언장담하던 것을 떠올리고 만다. 정도전의 계획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면 자신은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될 것이다. 모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도전의 계획을 좌절시켜야 한다. 실제 역사에서 이방원이 왕자의 난을 일으켜 정도전을 죽이게 되는 이유가 이렇게 만들어진다. 그러나 분이와 모두와의 약속이 그렇게 소중했다면 스승과 제자로 엮인 정도전과의 의리 역시 마찬가지로 소중해야 했을 것이다. 결국 핑계에 지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정도전과 이방원 사이의 균열은 벌써 오래전부터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처음부터 너무나도 달랐던 두 사람이었다. 단지 정도전이 보여준 더 크고 더 높은 꿈에 매료되었을 뿐이었다. 정도전이 보여준 꿈을 자신의 꿈으로 삼아 정도전과 함께 가고자 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같은 방향을 보고 함께 걸으면서도 두 사람이 보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가고자 하는 길도, 그 길 위에서의 수단 역시 같은 것이란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제자가 되어 스승인 정도전과 싸울수도, 더구나 아버지의 책사이기도 한 그를 이길 수도 없었다. 그래서 항상 거의 이방원 자신이 정도전에게 굽히고 물러서는 것으로 봉합되어야만 했었다. 그래도 좋았던 것은 아직 이방원에게는 정도전이 보여준 꿈에 대한 기대와 미련이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문제였다. 비밀조직 무명의 음모로 그만 정몽주가 자신들의 혁명에 대해 알아버리고 말았다. 자신들의 계획을 알고 아버지 이성계(천호진 분)를 찾아가 그를 막으려 시도하고 있었다. 자칫 정몽주의 존재로 인해 자신들의 오랜 꿈이 좌절될지도 모른다. 위기감은 그런 정몽주에 대해 여전히 한결같은 온정적인 태도로만 일관하는 정도전에 대한 불만과 불신으로 이어지게 된다. 어째서 자신들의 꿈을 방해하려는 정몽주를 그저 지켜보고만 있는가. 혁명이야 마로 정도전과 자신을 이어주는 단단한 고리였다. 그런데 그 고리가 당장 위협받고 있는데도 정도전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 차라리 정도전에게 모든 원망이 돌아가고 만다. 배신감이다. 그리고 이제 자신이 믿고 있던 고리가 사실은 자신을 아무것도 아니게 만들려는 지독한 것이었음을 우연히 알게 된다. 배신감이다. 정도전이 자신을 속였다.

오히려 누구보다 이기적이기에 결국 그 이유와 동기마저 다른 사람에게서 찾으려 한다. 분이들의 꿈을 이루어주려던 것도 결국은 자신이었다. 그들의 꿈을 듣고 이루어주겠노라 약속했던 것도 역시 바로 자신이었었다. 자기가 아니라도 상관없었다. 누가 그들의 꿈을 이루어주든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다. 누가 되었든 모두의 꿈이 이루어지고 웃는 모습을 볼 수만 있다면 자신에게도 좋은 일이었을 터였다. 하지만 자신이어야 한다. 오로지 자신이어야만 한다. 모두에게 한 약속을 핑계로 자신의 결심을 정당화하려 한다. 모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자신은 선택을 해야만 한다. 이기심을 그런 식으로 가리고 만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다. 모두를 위해서다. 자신이 선하고 이타적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그렇게 믿어 버린다.

아무튼 그렇게 드라마는 역사가 흘러간 흔적 위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따라가려 한다. 무명이 옹립하려던 정창군 왕유(이민섭 분)가 정작 천하제일검 척사광(한예리 분)이 나타나고 정몽주가 그 주위를 지키며 그들의 손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 처음 의도와는 달리 그들의 통제가 미치지 않는다. 여전히 이성계와 정도전의 토지개혁을 좌절시켜야 한다는 처음의 목적은 유효하다. 그렇다면 그들이 직접 나서서 정체와 존재를 드러내고 직접 이성계와 맞서지 않는 한 다른 수단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하필 바로 그 순간 이방원은 정도전으로부터 충격적인 그의 계획을 엿듣고 있었다. 무명의 도움 없이 홀로 이성계와 맞서다 끝내 좌절하고 고려와 운명을 함께 하는 공양왕과 정몽주의 비극 위에 새로운 역사의 비밀이 더해진다. 조선의 건국과 두 차례에 걸친 왕자의 난이 전작 '뿌리깊은 나무'와 이어진다. 어쩌면 비밀조직 '무명'의 수장 역시 역사의 흐름을 통해 그 정체를 유추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반전에 반전이 혼돈을 만든다. 조영규(민성욱 분)가 보낸 자객이 무명의 오해를 부르고, 그 오해를 이용한 이방원의 계략에 비국사와 화사단의 정체가 드러나고 조직의 주요인물인 육산선생(안석환 분)마저 직접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이방원이 던진 '맹도칠약'이라는 한 마디가 의심을 부르고, 초영의 정체를 밝히려던 계획은 도리어 연희(정유미 분)를 함정에 빠뜨려 그 정체가 들통나는 결과로 이어진다. 연희가 화사단에 사로잡히고, 그런 연희를 이방원이 찾아오고, 연희의 입에서 나온 '무명'이라는 말에 화사단이 결국 초영을 등지고 만다. 그 끝에 이방원은 정도전의 계획을 듣는다. 그다지 치밀한 맛은 없지만 그러나 숨가쁘게 전개되는 반전들이 점입가경으로 드라마에 빠져들게 만든다. 초영이 이방원에 의해 잡히게 되었을 때는 차라리 허무할 정도였다. 아직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되기도 전인데 벌써 긴장감이 넘친다.

재미있어지려 한다. 이방원이 애써 눌러두고 있던 자신을 세상에 끄집어내려 한다. 무명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려 한다. 정도전의 선의를 철저히 기만하는 정몽주는 신선한 충격이다. 왕을 지키려는 척사광과 이성계를 따르는 이방지(변요한 분), 무휼(윤균상 분)의 대결은 필연이다. 고려왕조에 대한 충성을 지키려 아버지를 등졌던 큰아들 이방우(이승효 분)가 혁명에 대해 알게 되었다. 복잡하게 얽힌다. 이미 많은 이들이 아는 역사이기에 더 대담할 수 있다.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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