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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6.01.07 21:04

[권상집 칼럼] 내부자들: 대한민국의 오리지널 적폐를 드러내다

내부자들보다 현실이 더 지옥이라면, 이 생각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을까..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11월에 개봉한 영화 내부자들이 이른바 3시간 버전 감독판을 내놓으면서 연초까지 극장가를 흔들고 있다. 신작 히말라야가 12월 후반부터 현재까지 극장가에서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지만 화제성이나 여론몰이는 단연 내부자들이 우세한 형국이다. 배우 이병헌의 사생활 논란까지 잠재우며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내부자들, 과연 어떤 내용을 담고 있길래 이토록 열광하는 걸까. 영화에 대한 내용 및 비평은 워낙 많은 사람들이 언급했기에 내부자들이 보여준 적나라한 현실 일부만 살짝 언급하고자 한다.

놀랍게도 내부자들이 흥행하는 가운데 이 영화에 대해 우리나라 여론을 주도한다는 보수 언론은 무척이나 조용한 반응을 초기 보였다. 아마 영화에 나오는 이강희 논설주간의 역할과 스크린 속 보여지는 그의 영향력이 과거 또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보수 언론의 행태와 같아서라고 본다면 지나친 해석일까. 영화 속 조국일보는 사실 우리나라 최고의 신문이라고 자부하는 모 일보의 글자 서체 및 기사 배치 형식과 똑같았다. 이 영화를 본 800만의 관객이 바보가 아니고서야 조국일보를 보고 특정 언론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 '내부자들' 메인포스터 ⓒ쇼박스

또 하나, 이강희 논설주간은 영화 속 시간인 2012년에도 대부분의 기자들이 모두 하는 컴퓨터 키보드로 기사를 쓰지 않고 연필로 원고지에 자신의 칼럼을 써내려 간다. 그것도 쉼 없이. 이를 보고 일부 관객은 “요즘 저런 사람이 누가 있어”라고 웃어 넘기지만 사실 지금도 C일보의 칼럼을 쓰고 있는 사람은 고집스럽게 원고지와 연필로 자신의 생각을 담아내고 있다. 1990년대 언론계 최대의 영향력을 행사한 논설위원이 누군지 언론계뿐만 아니라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자신이 연필로 써내려 간 칼럼을 통해서 그가 얼마나 영향력과 주도 면밀한 프레임을 설정했는지는.

그래서일까. C일보의 문화부장을 역임한 모 인사는 자신의 칼럼을 통해 내부자들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꼬집었다. 놀랍게도 이 영화를 통해 좌파가 우파를 극복할 수 없다는 식의 엉뚱한 결론까지 그녀는 이끌어낸다. 아울러, 최근 종합편성을 통해 중도적 이미지를 취하고 있는 J일보 조차 논설주간이 얼마나 바쁘고 치열하게 사는지, 한가하게 정치인들과 노닥거리며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이 얼마나 말이 안 되는지 직접 신문사의 논설주간이 칼럼을 통해 자세하게 영화를 논박한다. 영화를 보고 자신들도 꽤나 따가운 눈총 또는 시선을 받았던 것 같다. 그러나 현실 속에서 조국일보와 같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 신문의 기자는 여전히 자신의 칼럼을 통해 특정 중국집에 가지 말라는 유치한 선동까지 보여주고 있다.

대통령 후보와 재벌 회장, 논설주간이 벌이는 영화 속 은밀한 접대 현장은 몇 년 전 잠깐 화제에 오르다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 별장 성접대 논란을 떠올리게 한다. 별장 성접대 영상이야 사실 국내 정치부 기자들 중 보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영화와 달리 해당 성접대 동영상은 퍼지지도 않았고 접대를 받은 인물들을 단죄하는데 아무런 효과도 보여주지 못했다. 직접 성접대에 나선 이가 폭로를 했음에도 언제나 권력 있는 사람들에게 법은 자비를 베푼다. 검찰과 경찰 수사권 논란일 때, 이를 간호사와 의사에 빗대어 경찰과 간호사를 동시에 깎아 내렸던 모 인사는 그 이후 음란행위로 여론의 눈총을 받았지만 변호사 등록 허가를 받고 태연하게 변호사 활동을 하고 있다.

이뿐인가, 1990년대 후반 모 기업의 대선 비자금 사건이 언론을 뜨겁게 달구었으나 그 후 처벌은 아무도 받지 않았다. 필자가 아는 모 인사는 내부자들을 보고 ‘현실 속 적폐를 모두 담아내지 못했다”라고 언급한 데 비해 홍준표 도지사는 내부자들이 현실을 너무 부정적으로 그렸다며 영화를 깎아 내린다. 그렇다. 영화 내부자들은 비현실적이다. 왜냐하면 영화 속 내부자들보다 현실은 더 어둡고 은밀한 곳에서 적폐가 시시각각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아는 이도, 그 사실을 고발해야 하는 이들도 모두 암묵적 카르텔로 네트워크 구조화되어 있으니 영화 속 우장훈 검사 같은 이는 그야말로 허황되게 다가오는 것 또한 사실이다.

마이클 샌델이 쓴 ‘정의란 무엇인가’ 도서는 놀랍게도 미국과 유럽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2010년 한국에서 무려 130만부, 일본에서도 70만부가 팔리며 유독 한국과 일본에서만 ‘정의’, ‘공정’이라는 키워드를 대중화(?)시켰다. 안타깝게도 우리가 제일 싫어하는 일본과 함께 정의의 열풍을 같이 공감했으니 두 나라의 비상식과 몰상식이 얼마나 관행화되고 적폐로 자리잡았는지 알만하다.

2시간 속 내부자들이 아닌 3시간 속 내부자들의 원제 중 눈에 들어오는 것이 디 오리지널이라는 단어였다. 그런데 영화가 한 시간 더 늘어나며 거대 언론의 주요 회의 내용 등 밀실에서 이루어지는 적폐가 더 많이 드러난 것 같아 보는 내내 몹시 불편했다. 영화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영화는 대한민국의 오리지널 적폐를 더 깊이 관찰하는데 비교적 성공했다. 이러한 부패를 고발하는 영화들이 신기하게도 미국 및 유럽과 달리 유독 한국에서만 흥행을 거듭하는 것도 놀라운 일이면서 동시에 씁쓸하다.

최근 들어 정치인들이 적폐를 제거하겠다, 몰상식을 추방하겠다, 개혁과 함께 미래세력을 만들겠다며 온갖 슬로건을 떠들어댄다.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긴 한 것 같다. 갑자기 일부 정치인들이 시장을 다니고 악수를 하고 새 인물을 영입하겠다고 백방으로 돌아다니니 말이다. 모 인사가 우리나라는 워낙 좋은 단어(ex: 민주, 정의, 평화, 통일, 개혁, 자유, 창조 등)를 정당이 새롭게 생길 때마다 사용해 이제 새 정당을 만들 때 쓸만한 참신한 키워드가 없다고 자조섞인 농담을 한다. 여전히 그들의 저급한 인식은 영화 속 내부자와 다를 바가 없는데도 말이다. 요즘 필자는 TV나 신문에서 되도록이면 정치 뉴스는 안 본다. 매일 새로운 내부자들이 등장하는 것 같아 소름이 돋기 때문이다.

- 권상집 동국대 경영계열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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