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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1.08 14:33

무한도전 "'나는 가수다'도 무한도전에 오면 '나름 가수다'가 된다."

'나는 가수다'보다도 버라이어티한 무대, 정준하가 선택되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바로 이런 것일 게다. 이런 것을 두고 버라이어티라 하는 것이다. 버라이어티의 원래 뜻, 다양함, 다채로움, 다른 것들, 코미디와 음악, 토크가 어우러진 다채로운 쇼를 그래서 버라이어티 쇼라 불렀다. <무한도전>은 다름아닌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었다.

순위가 의미하는 것이다. 랩을 하면서 가사조차 제대로 외우지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가사를 보고 랩을 따라하다 박자를 놓쳐 나중에는 랩도 아닌 그저 중얼거림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과연 청중평가단 가운데 몇이나 박명수에게서 음악인으로서의 엄밀함과 완성도를 기대하고 있었을까? 동충서커스단이 보여주는 놀라운 묘기들과 김범수의 깜짝등장이면 족하지 않을까? 랩은 망했지만 무대 자체는 상당히 버라어이티했다. <나는 가수다>가 아닌 <무한도전>의 '나름 가수다'이기에 3위를 할 수 있었다.

오히려 음악적인 완성도만 놓고 본다면 길의 무대가 가장 나았을 것이다. 오래도록 한 팀으로 활동해 왔던 개리와 피처링 등으로 여러차례 함께 음악활동을 해왔던 정인, 밴드마저도 그동안 리쌍의 무대를 함께 책임져 왔던 밴드들이다. 예능인 길과는 전혀 다른 음악인 길의 손을 거쳐 나온 정교한 편곡과 오래도록 함께 손발을 맞춰오며 무르익은 팀워크, 그냥 리쌍의 무대였다. 리쌍의 콘서트였고,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아니라 어느 음악프로그램의 무대였다. 그러나 지금 그들이 서고 있는 무대는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무대였다.

사실 길에 대한 <무한도전>팬들의 평가는 가혹하다 할 정도다. 태생적으로 못 웃기는 캐릭터 역시 워낙 그동안 <무한도전>에서 길이 부진했던 결과 어쩔 수 없이 가지게 된 캐릭터였다. <무한도전>이 끝나고 나면 길에 대한 성토가 시작된다. 길 자신도 그러한 비판을 의식한 나머지 스스로 위축되어 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바 있을 정도로 그의 입지는 불안하다. 아마 그런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나는 가수다>가 아닌 <무한도전>의 '나름 가수다'였고, <무한도전>에서의 길은 음악인 길과는 전혀 다르다. <무한도전:나름 가수다>의 성격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무대였을 것이다.

정형돈은 확실히 박명수의 업그레이드 버전이었다. 아마 박명수가 원했던 것도 그러한 버라이어티한 무대였을 것이다. 서커스가 있고, 김범수라는 스타의 깜짝등장도 있고, 무엇보다 그 중심에서 어렵기 그지없는 리쌍의 랩을 훌륭하게 소화시키는 박명수가 있다. 그에 비하면 정형돈은 무리하지 않고 관객들에 보여주는 그 자체에만 충실하고 있었다. 마치 옛날이야기를 듣는 듯한 완성된 서사구조를 갖는 노래 '영계백숙'의 가사를 그대로 뮤지컬의 무대로써 구체화하여 보여준다. 2009년 '올림픽대로 가요제'에서 보여졌던 정준하와 애프터스쿨의 무대와는 다른 드라마가 그 안에 있었다. 그 중심에 정형돈이 있다는 것은 놀라움이며 감탄이었다. 노래에 대한 평가 이전에, 음악에 대한 판단 이전에, 마치 하나로 일체화된 듯한 무대는 관객을 압도하게 된다. 무엇보다 즐겁다.

하긴 드라마틱하기로는 정준하를 따라올 수 없을 것이다. 사실 반칙이었다. 모두는 다른 사람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다른 사람의 노래를 자기식대로 소화해 부르고 있었다. 그러나 정준하는 자기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정준하라고 하는 노래하는 자신과 노래가 이어진다. 무대 밖에서의 정준하와 정준하를 둘러싼 이야기들이 노래와 함께 들려진다. 노홍철의 표현을 빌면 자기 인생을 팔아 부르는 노래였다. 한 사람의 인생보다 더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어디 있겠는가?

음악이라는 것이 그렇다. 단지 음악이 좋아서? 단지 음악을 잘 연주하고 불러서? 그로부터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 이야기에서 진정성을 찾고자 한다. 리얼리티다. 그래서 가수들은 연기를 한다. 노래에 어울리도록 스타일을 꾸미고, 멜로디와 가사에 맞춰 안무를 꾸미고 표정을 짓는다. 하나의 노래로 활동하는 동안에는 그는 그 노래의 주인공일 수밖에 없다. 그렇게 여긴다. 음악인 자신의 이야기라 여기고 그로부터 자기의 이야기를 찾아낸다. 공감하며 감동할 수 있을 때 그것을 히트곡이라 부른다. 그 이전에 자신의 노래다. 정준하는 그러한 자신의 노래를 들려주었다. 그에 비하면 다른 멤버들은 단지 기존의 노래를 조금 바꾼 정도였으니 비교가 될 수 있을까?

유재석은 역시 유재석이었다. 아니 신사동호랭이였을 것이다. 게스트로 나온 송은이와 김숙 역시 노래와 안무를 훌륭히 소화해내고 있었다. 그것이 불과 이틀전 나온 편곡이라니. 복고적인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촌스럽기까지 한 단순한 멜로디와 가사가 마치 군무처럼 세뇌하듯 들려온다. 복잡하다거나 화려한 느낌은 없지만 익숙한 정겨움이 있다. 이 또한 유재석의 스타일이었을 것이다. 조금은 진부하게 여겨질 정도로 유재석이 선호하는 무대는 특정지어 있다. 그리고 그것이 통한다. 다만 익숙한 스타일의 반복이라는 점이 유재석답지 않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노홍철은 그 자체로 포스트모던적이다. 해체주의다. 기존의 질서를 부순다. 기존의 구조가 갖는 미학을 벗어버린다. 부수고 재구성한다. 어딘가 기괴하고 부조화하지만 자연의 강변은 부조화가 조화되어 있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다. 강가를 가지런히 하고, 풀이며 나무를 규격화한다면 과연 이전과 같은 강이 주는 편안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까? 물론 즐기자고 찾은 무대가 그렇다면 그것도 매우 당황스럽고 난감한 상황일 것이다. 흥미롭지만 경연용은 아니다.

그리고 하하. 정형돈이 박명수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면 하하의 무대는 길의 다운그레이드 버전이었다. 파격이 없다. 버라이어티도 없다. 그렇다고 음악적으로 충실하지도 못했다. 뻔히 예상이 되는 편곡에서 그나마 박력조차 부족했다. 어쩌면 길의 말처럼 한 번의 음향사고로 인해 위축되어 그런 것일수도 있다. 그러나 역시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보기에는 지나치게 재미없는 무대였다. 완성도도 약간 떨어져 몰입하지도 못한 채 겉돌고 있었다. 가장 아쉬운 무대였다.

확실히 <나는 가수다>에는 <나는 가수다> 나름의 추구하는 스타일이 있듯 <무한도전>에는 <무한도전>에 어울리는 스타일이 있다. 순위가 그것을 말해준다. 하위권을 기록한 길과 하하, 그에 비하면 상위권에 포진한 정준하, 정형돈, 박명수, 물론 음악적으로도 훌륭했지만 결국 순위를 결정지은 것은 드라마였다. 얼마나 드라마틱한 무대가 보여지는가? 얼마나 예능의 버라이어티함이 무대 위에서 보여지고 있는가? <무한도전>은 다름아닌 예능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일 테니까. <무한도전>이라고 하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어울리는 무대는 다름아닌 정준하와 정형돈, 박명수의 무대였다. 유재석 역시 상당히 예상가능한 무대이기는 했지만 즐거웠다. 길, 노홍철, 하하, 그것은 <나는 가수다>와는 다른 '나름 가수다'만의 개성이었다.

노래실력은 별개다. 음악적 역량도 별개다. 얼마나 그런 것들을 잘 표현해 보여주고 있었는가? 자기 이야기를 노래로 부르며 손을 떠는 진정성을 보여준 것이야 말로 최고의 드라마적인 연출일 것이다. 정형돈이 등장하는 장면부터, 박명수가 준비한 분장과 퍼포먼스, 음악을 들으려 했다면 리쌍의 길의 무대를 들었을 테지만 이것은 예능프로그램이다. 얼마나 예능프로그램에 어울리는 무대를 선보이고 그것을 녹여 보여주었는가? 역시 그런 점에서 미존개오 정형돈이 최고였다. 그는 최고의 예능인이었다. 예능인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버라이어티한 무대였다.

어째서 <무한도전>인가? <무한도전>이란 어떤 프로그램인가? 확실히 이런 식으로 다른 프로그램의 포맷을 따라하다 보니 그런 것들이 보다 선명하게 드러나 보이게 된다. <나는 가수다>가 아니다. <무한도전>이다. <무한도전>의 '나름가수다'다. 나는 지금 <무한도전>을 보고 있다.

아무튼 넘친다 싶을 정도로 고퀄리티다. 예능에서 굳이 이렇게까지 고퀄리티의 무대를 선보일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버라이어티라는 것일 테니까. 모든 것이 그 안에 있다. 노래와 춤과 연기와 콩트와 드라마가. 즐길 수 있는 모든 것들이 그 안에 있다. 그것을 본다. <무한도전>이다. <무한도전>을 본다.

재미있었다. 놀라고 감탄했다. 버라이어티라고 하는 한 가지 단어를 떠올린다. 모든 감탄사가 그 한 단어로 요약된다. <무한도전>은 버라이어티이고, <무한도전>이기에  버라이어티하다. 무르익었다. <나는 가수다>도 <무한도전>으로 가면 '나름 가수다'가 되고 만다. 새삼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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