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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1.07 11:08

특수사건전담반TEN "기억 이전의 엇갈림, 운명과 필연을 보다."

전혀 진전없는 사건과 회상에서 시즌2를 강하게 예감한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작가가 욕심을 부렸다. 아니면 욕심을 부릴 수밖에 없었거나.

전혀 생뚱맞다.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벌어졌는데 범인을 쫓을 생각은 않고 과거의 인연을 뒤쫓는가? 7년 전 여지훈(주상욱 분)이 문제가 된 그 사건과 마주하던 당시 전혀 다른 시간 전혀 다른 장소에서 전혀 다른 기억을 가지고 수사팀 TEN의 멤버들이 서로 교차하고 있다.

인연의 시간은 만남으로부터 시작된다. 만남이란 인지된 만남이다. 인식하고 있는 만남이다. 만남을 의식하고 의미를 부여한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첫만남인가? 아직 인지하기 전, 아직 인식하기 전부터, 그래서 불가에서는 옷깃만 스치려 해도 전생에 삼천 번의 인연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은 우연같지만 그야말로 인연이 만들어준 필연이다.

결국은 그들은 지금 이 자리에 함께 모일 운명이었다. 묻지마 살인의 희생자의 가족이었다. 혹은 남다른 개성으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상처를 쌓아가던 처지였을 것이다. 자신의 삶을 함부로 굴리려는 어리석음에 지치기도 했다. 그나마 여지훈은 아마 그때가 가장 자신만만하고 여유가 넘치던 때였을 것이다. 여지훈이 다른 멤버들과 마찬가지로 영혼에 깊은 상채기를 내게 되었을 때 그들은 우연히 같은 장소에서 서로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박민호(최우식 분)이 올라탄 버스에서 남예리(조안 분)이 내리고, 여지훈이 가지고 있는 당시의 수사자료는 백도식(김상호 분)이 정리한 것이다. 박민호가 사진을 찍던 그 현장에서는 여지훈이 한창 단서를 찾고 있었다. 그러나 그때 그들이 서로 같은 팀으로 다시 만나게 되리라고는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처럼 지금도 그들은 그 시절의 우연한 스침을 기억하지 못한다.

전생이란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생일 것이다. 내가 인지하는 인과로부터 벗어난 삶일 것이다. 기억 이전의 기억, 체험 이전의 체험, 그러나 기억하지 못하고 알지 못한다고 전혀 없었던 것일까? 그렇다면 그것은 얼마나 대단한 인연인가? 그들이 'TEN'이라는 팀으로 함께 보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들의 기억 이전, 체험 이전의, 이미 예정된 운명이다. 필연이다. 전생에서 삼천 번의 인연이 현생에서 옷깃을 스치게 만들었듯, 기억하기 전부터의 스침과 엇갈림이 그들을 지금 하나의 팀으로 만들었다. 의미가 부여되고 기대가 주어진다.

그래서 욕심을 부렸다고 하는 것이다. 아니 욕심을 부릴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말하는 것이다. 너무 거창한 의미가 붙는다. 여지훈과 백도식, 남예리, 박민호, 이 네 사람이 TEN이라는 팀으로 함께 만난 것이 운명과도 같은 필연이라고 말한다. 이미 예정된 결과라고 말한다. 고작 10부작짜리 드라마에, 그것도 마지막 에피소드 첫회에서. 이제 다 끝날 이야기인데 이제 와서 그것이 범상치 않은 인연이었다 해서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드라마가 끝나고, 그러나 그들은 7년 전부터 하나의 팀이 될 운명이었다고 말한다.

아마 - 이 역시 개인적인 욕심에서 비롯된 바람이겠지만, 하지만 어쩌면 OCN에서는 <특수사건전담반 TEN>의 시즌2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렇게 강한 운명으로 이미 7년 전부터 예정되어 만난 팀이 이제 곧 한 회만 더 방송되고 끝난다고 하면 너무 서운하다. 시즌2를 위해서라도 7년 전의 사연처럼 필연적인 이유를 만들어 둘 필요가 있다. 오히려 아직 남은 이야기가 더 있기에 굳이 그들의 관계를 확정하고 의미를 부여하려 한다.

사실 그런 것이 아니라면 거의 전혀라 해도 좋을 정도로 의미없는 에피소드였다. 아니면 수사물로써 장르를 무시한 어떤 철학적 담론을 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인연에 대해서. 기억에 대해서. 우연과 필연에 대해서. 만남에 대해서. 아마 사람에게 일생의 모든 장면을 찍어 기록할 수 있는 사진기가 있다면 시간을 돌이켰을 때 놀라게 되는 장면들이 하나쯤 있지 않을까? 혹은 어느 로맨스에서처럼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진 그녀가 아주 오래전 기억조차 나지 않는 언젠가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스쳐지나간 적이 있었다. 대단한 우연이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 필연이 된다. 운명이 된다. 그러나 역시 이어짐 없이 공허하다.

이야기가 조금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살인사건이 벌어졌는데 팀장은 도망가고, 팀원들은 아직 수사를 시작조차 못하고 있었다. 물론 과거이야기를 통해 인물들의 캐릭터를 보다 강조하여 보강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남예리란 어떤 사람인가? 박민호는 어떤 환경에서 성장해왔는가? 백독사라 불리우던 백도식이 강원도로 내려가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그러나 역시 이제 한 회 남았느넫 그런 것들이 지금에 와서 무슨 소용인가? 한 주면 드라마는 끝이다.

끝이 아니기를 바란다. 등장인물들의 과거이야기가, 그로 인해 강화된 캐릭터가, 그렇게 각각 의미를 부여받고 마지막회 이후로도 이어지게 된다. 하기는 이대로 끝내기에는 너무 아까운 캐릭터이고 설정이다. 과거에 얽매이고 있는 천재적인 범죄심리학 전문가 여지훈과 남모를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듯한 프로파일러 남예리, 감을 주요하게 여기는 전통적인 민완형사 백도식, 그리고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박민호, 그리고 수사팀 'TEN'이 맡아 처리하고 있는 엽기적인 살인사건까지. 나중에 설정을 다시 해서 다른 드라마로 같은 사건들을 다루어 볼 수 있겠지만, 기왕이면 기존의 성공한 설정과 캐릭터를 재활용하는 쪽이 리스크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다른 나라에서도 드라마에 있어 시즌제는 상식이 되고 있다.

아직 남예리에 대해서도 다 풀어놓지 못한 이야기들이 많다. 이번에 방송된 내용을 보면 박민호 역시 펼쳐놓을 이야기가 적지 않을 것 같다. 기존의 멤버들만으로도 할 이야기가 한가득이다. 그런데 여기에 충분히 오해할만한 전제를 깔아놓았다. 이대로 끝내기는 아깝다고 하는데 마치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듯 마지막회를 앞두고 갑자기 이야기를 늘리고 있다.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제작진 역시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는데 동의하고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고무되고 있다. 물론 <특수사건전담반> 마지막회 part1은 수사드라마로서는 아무런 재미도 의미도 가치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제작진에 대한 신뢰가 다른 가능성에 걸어보게 되지 않는가? 아직 다 하지 못한 이야기가 남아 있다. 이대로 끝내기는 아깝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다음주에 시작된다. 과거를 훑었으니 현재로 돌아와야 한다. 행방을 감춘 여지훈과 여지훈 없이 자체적으로 수사에 나서는 수사팀 'TEN', 꼬인 만큼 드라마는 과거 위에 복잡한 사건의 얼개를 그린다. 어떻게 사건을 풀어나갈 것인가? 그리고 사건과 얽힌 여지훈의 과거와 멤버들 각자의 이야기는.

어쨌거나 기대하게 된다. 마지막이 아니기를. 그를 위한 복선이라 할 수 있다. 끝이 끝이 아니다. 새로운 시작이다. 마지막회 엔딩크래딧이 끝나고 시즌2에 대한 예고가 나올 수 있기를.

재미있게 보았다. 무척 기대가 커졌다. 흥미롭다. 부디 바란다. 시즌2를.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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